교육인적자원부장관 소속기관인 ‘법학교육위원회’가 출범했다. 법학교육위원회는 5일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인가, 개별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인가의 세부기준에 관해 심의하는 등, ‘로스쿨’ 제도의 운영에 관한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어 있다. 지난 9월 말에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이 발효된 데 이어, 이제 법학교육위원회가 출범함으로써, 마침내 ‘로스쿨’시대의 본격적인 가동이 시작된 셈이다.
로스쿨’을 둘러싼 현재의 상황은 심히 우려스럽다. ‘로스쿨’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에게는 어떤 기준에 따라 어떤 절차를 거쳐 변호사자격을 줄 것이며, 그들에 대한 직역별 실무연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로스쿨’의 알맹이에 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그에 반해 합리적인 근거 없는 총 입학정원 숫자 정하기에 관한 이야기만 난무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결정할 교육인적자원부와 협의기관인 법원행정처, 법무부는 비밀작전하듯이 총입학정원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사회적 공론의 과정을 거치려는 노력은 전혀 없다. 총입학정원이 정치적 타산에 따라 결정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합리성을 핵심으로 하는 법을 가르칠 기관의 설립이 극히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파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이것이 총입학정원이라고 하는 ‘로스쿨’의 본질에 반하는 제도가 ‘로스쿨법’에 무리하게 삽입된 때문임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밝혔다. 교육의 내용과 교육의 여건을 확정・확인하지 않은 채 숫자부터 통제하겠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로스쿨’을 둘러싼 모든 혼란과 파행의 근본 원인이다.
우리는 제도의 운영과정에서라도 그 뒤틀린 구조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학의 인가신청을 받은 다음에 ‘로스쿨’ 교육을 할 수 있는 대학이 얼마나 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최소한의 합리적인 근거에 가지고서 총입학정원을 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밀실인선’ 끝에 오늘 출범한 법학교육위원회 위원들의 면면은 그와 관련하여 커다란 우려를 자아낸다. ‘로스쿨’에 적극 반대했던 사람들이 변호사의 대표로서 참가하고 있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법학교수 및 ‘학식과 덕망이 있는 자’로서 위원이 된 사람들의 경우에도 과연 적절한 인선인지 의문이다. 그들 대부분은 사법개혁위원회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사람들로서, 과거의 활동상에 비추어볼 때 그들이 과연 사개위와 사개추위가 만들어낸 ‘로스쿨’의 구조적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지, 운영과정에서 그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그 중에는 ‘로스쿨’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사람마저 포함되어 있다.
이에 우리는 ‘로스쿨’의 합리적인 도입과 정착을 위해 법학교육위원회의 회의와 제반의 운영과정이 투명하고도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요구한다. 이를 토대로 우리는 법학교육위원회가 ‘로스쿨’에 대한 문제의식과 비전 없이 숫자를 둘러싼 직역간 ‘담합’을 추인하는 기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그 활동내용을 면밀하게 점검할 것이며, 개별 위원들이 제역할을 다하는지 여부도 속속들이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