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의 3월은 미술품 박매(拍賣 = 競賣)의 계절이다. 3월 10일부터 13일 사이에 무려 일곱 경매회사의 미술품 경매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기 위하여 나는 지난 10일 이번에도 어김없이 인천발 북경행 항공편에 올랐다. 북경의 기온은 서울과 비슷했으나 유난히 바람이 심하게 불었고, 11일 오후에는 눈발까지 몰아쳤다. 이번에는 북경이 서울보다 기온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번 지난 9일부터 북경에서 진행된 미술품 경매를 언급하면, 중국 최대의 경매회사인 중국가덕국제박매유한공사(이하 가덕)는 가덕4계제1기박매회를 서화 1809점과 골동 714점 등 모두 2523점을 출품한 가운데 9일부터 12일까지 북경국제반점에서 진행 이와 쌍벽을 이루는 북경한해박매유한공사(이하 한해)는 2006계춘박매회(제51기)를 서화 1462점과 골동 551점 등 모두 2013점을 출품한 가운데 8일부터 12일까지 북경경광중심에서 진행했다.
또한, 보리집단이 운영하는 북경보리국제박매유한공사는 2006년신춘박매회를 서화 971점을 출품하고, 북경 영보재가 운영하는 영보박매유한공사(이하 영보재)는 제53기중국서화정품박매회를 서화 617점을 출품한 가운데 9일부터 12일까지 경매를 진행했다.
이외에도 군소경매회사인 평안태평국제박매유한공사가 서화 484점을, 북경금굉신덕국제박매유한공사는 서화 728점, 북경화진박매유한공사가 253점의 골동품과 142점의 유화와 조각품 등 모두 395점을 출품하여 각기 10일부터 13일 사이에 경매를 진행했다.
3월 9일부터 일제히 시작한 이들 일곱 군데의 경매 회사의 수준을 나는 모두 알고 있다. 따라서 이들 경매장에 모두 가 볼 필요는 없었으나, 다시금 그 수준을 확인해 보기 위하여 가급적 여러 경매를 순례했다.
가덕과 한해 영보재가 같은 시기에 경매를 진행해서인지, 어디 경매회사라 밝히지는 않겠지만 응찰자의 편중 현상이 나타났다. 응찰자가 한 경매회사에 편중되어 있다는 것은 그 경매회사의 품목에서 구매력 있는 미술품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번 경매는 가덕이나 한해 영보재의 메인(중심) 경매는 아니다. 가덕이나 한해의 이번 경매는 두 달에 한번씩 진행하는 한때는 이른바 주말경매라 불렸던 작은 규모의 경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작은 경매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어중간한 경매회사보다는 규모면에서 큰 중요한 경매인 것이다.
한편, 9일부터 시작된 경매에 이어, 15일부터 18일 사이에는 동방국제박매유한책임공사가 서화 5점(5점 모두 이가염 작품)을, 북경시고천일국제박매유한공사가 서화 242점과 골동 219점 등 461점을 출품하여 경매를 진행한다. 그리고 4월에 들어서면 작은 경매회사의 경매가 두 차례정도 더 진행되고, 5월말이 되면 많은 고미술상인들과 수집가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가덕과 한해의 메인(중심) 경매가 진행된다.
북경에서의 미술품 경매는, 3월에 북경에서 불이 붙은 이후 차츰 상해 광주 주해 항주 홍콩 천진 태원 등등 중국 전역의 주요도시로 확산되어 지방의 군소 경매가 진행된다.
중국은 개혁개방된 이래 현대에 이르기까지 30사가 넘는 미술품 경매회사가 나와 있다. 이들 회사는 이름뿐인 회사도 있는 반면에 가덕이나 한해의 반년 매출액이 한국 전체 미술시장의 1년 매출액 보다 많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미술품, 특히 서화 경매가 활황인 이유는 한 명의 특정 작가가 평생 남기는 작품의 수량은 수 천점 정도로 제한적인데 비하여, 중국이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함에 따라 미술품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게 늘어나 있으며, 세계에 흩어져 있는 화교(華僑)가 요구하는 미술품 수요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 미술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당대(當代 = 現代) 작가들의 작품 값이 수집가나 화상 및 경매회사의 선호도에 따라 편차가 심하게 난다. 중국의 미술품 투자, 매우 매력적이면서도 주의하여야 할 점이 바로 거기에 있다.
북경은 지금 미술품 경매의 봄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