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유쾌하게 풍자하는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삼국지
엿장수와 올챙이송. 객석을 무장해제시키기 위해 마당놀이 ‘삼국지 (연출 손진책)가 쓰는 무기다. 관객들은 막이 오르기 전 미추관현악단이 국악기와 양악기로 버무리는 올챙이송 리듬에 몸이 풀리고, 엿을 문 입 안엔 군침이 돈다. 사각형꼴 무대(마당)를 포위한 객석엔 위 촉 오’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우린 광대들이고 어차피 인생은 한판 전쟁 아니겄소”
꼭두쇠를 맡은 김종엽의 해설로 판이 열린다. ‘삼국지’의 전쟁으로 한판 놀아보겠다는 선전포고다. 마당놀이 ‘삼국지’는 유비·관우·장비가 의형제를 맺는 도원결의 장면부터 삼고초려, 조조 발군, 적벽대전을 거쳐 모두 12마당으로 흘러간다. 과거 먼 나라 영웅들의 이야기에 머무는 건 아니다. 대량살상무기, 악의 축, 줄기세포, 핫라인, 전쟁과 테러로 얼룩진 새천년, 파병 찬반시위 등 지금 여기’의 풍경들을 절묘하게 밀어넣어 폭소탄을 던진다. 전라도(위), 충청도(촉), 경상도(오) 사투리로 차별화한 대사법도 재미를 더한다.
배우들이 돛 주변에 모여 몸을 흔들면 만들어지는 배(船), 깃발춤으로 표현된 동남풍, 객석을 뒤덮는 커다란 붉은 천으로 연상되는 불(火), 앙증맞은 말(馬) 등 관객과의 호흡 없이는 불가능한 극적 생략과 압축이 이어진다. 화살싸움 등으로 꾸며진 적벽대전 마당의 상상력도 돋보였다.
마당놀이에서 빼놓은 수 없는 게 배우의 즉흥성이다. 조조 윤문식, 제갈공명 김성녀, 꼭두쇠 김종엽은 정확한 폭소의 타이밍으로 객석을 흔들었다. 특히 윤문식은 웃음과 울음을 초고속으로 왕복했고, 불쑥 극을 빠져나와 자연인 윤문식으로서의 신세한탄을 늘어놓기도 해 놀이성을 증폭시켰다. 경극학교를 나온 두 중국 배우의 애크러배틱도 눈길을 끌었다. 12월 12일까지 상암월드컵경기장 천막극장. (02)747-5161
조조가 전라도 사투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