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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플 마인드(A Beautiful Mind)를 보고
호평동 한양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오응석
이 영화는 분노의 역류(1991년), 아폴로 13(1995년)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론 하워드 감독의 2001년도 작품으로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천재학자 존 내쉬(John Nash)의 일생을 그의 천재성과 영광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고난과 좌
절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 무게를 두어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이 영화의 상당부분에서 그가 평생을 투병해온 정신분열병의 증상과 치료, 재발과정등에 대해 묘사하고 있어 정신과 의사인 나로서는 관심을 갖고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1948년, 21살의 내성적인 천재 존 내쉬는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그곳에서 찰스라는 친구도 사귀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그는 술집에서 예쁜 여자를 서로 차지하려는 친구들을 보며 그 유명한 ‘내쉬의 균형이론’을 세우고(이 이론은 훗날 그를 노벨상수상으로 이끈다) 이를 바탕으로 논문을 써서 세계적인 윌러 연구소에 들어감과 동시에 MIT에서 강의까지 하게된다.
탄탄대로를 걷던 내쉬에게 비밀요원인 파쳐가 접근하고 내쉬는 파쳐와 함께 암호해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또한 그 무렵 내쉬는 평생의 반려자가 된 아내 알리샤를 만나서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모든게 평온한 듯 했다. 하지만 내쉬는 점차 자신이 소련스파이에게 미행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시달리게 되고 이에 따른 불안과 두려움으로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그는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하게 되고 그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대학친구 찰스, 그의 조카 마시, 비밀요원 파쳐와 그의 프로젝트 등 모든 것이 자신의 정신분열병 증상(피해망상, 환각)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그후 장기간의 치료와 재발등 기나긴 투병생활을 이겨낸 그는 존경받는 노교수로서, 훌륭한 업적을 가진 세계적인 석학으로서 인정을 받으며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볼때 이 영화에서 몇가지 인상깊었던 장면이 생각난다. 요즘에야 부작용 적은 항정신병 약물들이 많이 나와서 정신질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높이는게 크게 도움을 주지만 그 당시(1950년대)에는 그렇지 못했다. 주인공 내쉬도 입원초기에 내가 책에서만 배웠던 ‘인슐린 쇼크치료‘를 받으며 그 고통에 몸부림쳤고 퇴원후에는 약물부작용으로 인한 성기능장애로 결국 복용중단과 재발이라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때 그가 복용하던 약물이 최초의 항정신병약물인 클로로프로마진으로 이 약은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약이다. 또 한가지 장면은 그가 자신의 환각에 대한 병식(통찰, insight)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병의 재발로 크게 실망한 내쉬의 아내 알리샤가 차를 몰고 그를 떠나려고 하는 순간 그가 차를 가로막고 외친다. “마시는 키가 자라지 않아” 수년동안 그의 환각에서만 존재하던 마시(역시 환각인물인 찰스의 조카)가 자신의 병 증상임을 깨닫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는 반전의 순간이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이러한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안타깝게도 거의 드문 경우라 할수 있겠다. 많은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자신의 문제가 병의 증상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치료에 소극적이 되곤 한다. 정신과 의사로서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를 느끼는 부분이다.
정신분열병은 망상, 환각 등 증상의 비현실성 때문에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주요 소재로 다루어져왔다. 하지만 대다수의 영화에서는 환자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미치광이’나 '극도로 잔인한 살인마‘로 다루면서 일반인들에게 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갖게한 측면이 많다. 이런 무책임한 경향은 비단 무지한 일부 영화제작자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전반에 깔려있는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분열병은 뇌의 병이다.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일 뿐이다. 정신분열병 환자들은 잔인하거나 폭력적이지 않다. 그들에 의한 범죄발생율은 일반인들의 그것보다 전혀 높지않다. 무분별한 언론보도가,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 그들은 그런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반성과 함께 사회구조적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뷰티플 마인드’는 이전의 많은 영화들과 달리 정신분열병환자를 그리고 그의 가족들을 가까이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이런 영화 한편이 우리들의 편견을 바꾸고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마음’을 갖게 도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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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의 의학상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