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金東吉) 연세대 명예교수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대한민국 국민의 표정이 한결 밝아진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치현실을 조금은 안다고 자부하는 우리들만이 아니라 밥벌이 먹기에 매일 바쁘기만 한 일반대중도 어떤 희망에 가슴이 부풀어 있다.
일전에 택시를 타고 서울에서 태어나 줄 곧 서울에서만 살았다는 69세 토박이 서울출신 운전기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도 정권교체를 갈망했던 시민 중의 한 사람인 것이 분명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에 대하여 걱정이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내각에 너무 돈이 많은 사람들, 땅이 많은 사람들만 골라서 쓰는 것 아닙니까” 또는 “노 정권에서 채용한 사람들이 모두 고약한 인간들은 아닐 텐데 그 중에서 좋은 사람들은 좀 그대로 두지. ‘다 나가라.’는 건 역시 지나친 처사가 아닐까요”
물론 이명박 대통령의 지론대로, 대한민국의 정치가 택시 운전기사들의 생각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서민대중의 넋두리에도 귀담아 들을만한 교훈이 담겨 있을 수는 있다. 부자 편만 들어주는 정권이 되면 가난한 사람들은 누굴 믿고 살라는 것인가.
이명박 코드를 우리는 잘 모르지만, 노무현 코드와 몽땅 바꿔치기 한다면 그것이 반드시 민주적인 방향전환은 아니지 않는가. 4월 초에 있을 18대 총선을 생각하면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바라건대 이명박 정부는 오로지 민주적 목표를 향해서만 전진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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