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사 여당 후보로 나선 사연

(뉴스파인더)36년 전 MBC 평기자로 입사해 9시 메인뉴스 앵커와 사장까지 지낸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예비후보. 선거 때마다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그러다 작년 2월 MBC 사장직을 그만둔 뒤 고향인 강원도로 내려오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먹고 살기 힘든’ 삶의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가 강원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리고는 지난 2일 여당에 입당해 4.27 재보선 도지사 후보로 나섰다.

그는 민주당의 제의를 거절하고 여당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라야만 했지만 강원도를 살려야 한다는 신념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언론인’ 엄기영에서, 자연인 엄기영으로, 다시 정치신인 엄기영으로. <뉴스파인더>는 29일 강원도 원주에 있는 엄 후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현재의 위치에 서게 된 사연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었다.

강원도를 살리는데  왜 가 어디 있습니까?

전에 국회의원에 출마하라고 했을 때는 나도 물론 내키지 않았고 집사람도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은 다르다고 봐요. 국회의원은 정당의 이익을 위해 아주 직접적으로 뛰는 것이라면 시장, 도지사, 군수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도정은 주민의 이익과 안전이 우선되는 종합행정입니다. 위기의 강원도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는 과거 정치권의 유혹을 뿌리치고 이번에 도지사로 나서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내의 동의가 있었다는 점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왜 하필 한나라당이냐’는 지적에 대해선 “‘왜’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강원도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겠다’ 고민하다가 결정한 것이 바로 한나라당”이라고 했다. 도의 발전을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여당의 긴밀한 협조가 불가피하고, 여러 가치적 측면과 철학에도 부합한다고 부연했다.

 강원도의 현실에 대해선 이렇게 지적했다.

강원도, 참 힘듭니다. 혹시 접경지역이라고 하면 수도권에 계신 분들에게 생소한 말일지 모르지만, DMZ를 경계로 해서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이런 데를 접경지역이라고 하는데요. 여기 가보면 남북한 긴장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군인들이 외박을 나오지 않고 안보관광객도 줄어들고, 그래서 참 힘들고요. 남쪽 지역 태백 삼척 정선 영월, 이쪽 폐광지역은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한 각종 사업들이 모두 사업성 문제와 자금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는 알펜시아 문제로 하루 1억원의 이자를 내면서 1조5천억이 넘는 빚을 언제 갚을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그는 “답답한 상황을 보면서 내가 나서겠다, 어떻게든 민자든, 외자든, 국가지원이든 이끌어서 강원도가 최소한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강원도를 살리는데 있어 자신의 최고 경쟁력으로는 ‘폭넓은 시각’과 ‘인맥’ 두 가지를 꼽았다. 기자와 경영자, 이 시각으로 문제점과 대안을 발굴하고, 대기업 회장을 비롯해 경제, 사회, 문화, 학계, 예술, 복지 분야에서 맺은 국내외 인프라를 활용하겠다는 것.

그는 “그동안 쌓아온 경륜과 폭넓은 인맥을 활용해 강원도의 현안 사업을 해결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과 자본을 유치해 강원 경제 살리기를 힘차게 추진하겠다”라며 경쟁력을 과시했다. 이어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제가 이런 현안을 해결하는데 가장 적임자”라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최문순 후보요? 사랑하는 후배에요.”

엄 후보는 의외로 당 안팎의 경쟁 후보들에게 나쁜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격려하고 추켜세우며 ‘공정경쟁’을 다짐했다. 그는 “최동규 후보님은 중소기업 청장과 강원도발전 연구원장을 지낸 중소기업 전문가”라고 했고, 최흥집 후보에 대해서도 “30여년을 도청에서만 근무해 정무부지사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정통 행정전문가”라고 평했다.

특히 고교 및 직장 후배인 최문순 민주당 후보와 그간 여러 차례 격론은 있었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후배”라는 게 솔직한 심경이라고 했다.

최문순 후보는 제 고등학교 후배고 또 MBC 직장 후배이기도 합니다. 아주 참 좋은 후배이고 훌륭한 후배에요. 최 후보는 사랑하는 고교 후배이지만, MBC 사장도 나보다 먼저 했고, 사장 임기 만료 후에는 민주당으로부터 비례대표 국회의원직까지 받아 나보다 먼저 정치에 나섰기 때문에 정치에서는 선배가 아닌가 싶어요. 가장 처음으로 맺은 관계가 고교 선후배 사이인 만큼, 강원도지사 후보로 나온 그런 입장에서 누구를 헐뜯고, 흠집을 내기보다 강원도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놓고 서로 고민하는 정책 대결을 할 수 있는 좋은 구도라고 생각합니다.”

낮은 자세로 도민들께 다가가는 게 홍보 전략이죠.”

엄 후보가 내세운 강원도 비전은 ‘200만 경제’ ‘30만 일자리’ ‘100세 복지’다.

강원도를 그린 비즈니스의 매카로 만들어 고품질 청년 일자리를 공급하고 사회적기업 육성을 통해 취약계층과 어르신, 여성, 장애인들의 일자리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지금부터라도 바꿔야 한다. 저는 더 큰 강원도를 위해 일자리 창출을 최대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로 고통 받는 자영업 도민들의 전업을 지원하고 억대부호 만호 육성, 어민소득 두배 달성을 통해 농어민이 잘 사는 강원도를 만들겠다”라고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선거에서는 좋은 공약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이해시키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한 법. 이에 대해 그는 “뭐 특별한 홍보 전략은 없다”면서도 “낮은 자세로 도민들께 다가가는 ‘민생밀착형’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직접 유세장이나 옥외에서 유권자를 뵙거나 미디어매체를 통하더라도 강원도민을 위한 저의 충정과 진정성을 보여드리는 것이 저의 홍보 전략입니다.” ‘진정성’을 도민들에 알리는 게 최우선이라는 얘기다.

끝으로 그는 “사랑하는 강원도민 여러분, 지금 강원도는 총체적인 위기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진정 강원도를 사랑하는 저의 손을 잡아 달라. 강원도의 변화를 시작 하겠다”라며 지지를 호소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엄 후보는 현재 높은 인지도로 강원도에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전략공천이 아닌 만큼 당내 두 후보와 겨뤄 이겨야만 본선에 나설 수 있다. 내달 4일 열리는 국민선거인단대회가 바로 ‘경선’이다. 경선이라는 벽을 뛰어 넘어야 최문순 민주당 후보와 당당히 맞설 수 있다. 그가 경선과 본선 승리를 거머쥐고 강원도청으로 입성해, 존경받는 언론인에서 어엿한 행정가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