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비교 발전하는 한·일 지방자치
일본 방송대학 가나가와(神奈川) 학습센터 대학원과정 측으로부터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비교 견학을 주선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요청을 받고 보니 양국의 지방자치 관계자들이 실제 경험과 사례를 놓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이 더욱 생생한 학습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되어 연수중인 지방자치단체 간부공무원과의 간담회를 주선하기로 했다.

<충북과학대 학장 안재헌>씨
이날 간담회는 일본 방송대학 대학원과정에서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몇 차례 소개한 바가 있는 필자가 오래전 원장으로 재직한 바 있는 지방혁신인력개발원 측에 요청하여 이루어졌다.
다음은 지난 8일 오후 3시간에 걸친 간담회에서 토의된 내용을 몇 가지 주제로 나누어 정리한 것이다. 양국 지방자치의 역사적 배경우선 필자가 발제라고 할까 토론의 서두를 꺼냈다.
양국 지방자치의 연원과 배경부터 설명함으로서 관심을 촉발코자 했다.일본의 지방자치는 근세로 거슬러 올라가 도꾸가와 막부와 지방영주 간 지배분담체제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분권의 토양이 갖추어 진데다 2차 세계대전 후 미점령군(GHQ)에 의한 개혁조치의 일환으로 주민자치가 도입됨에 따라 일찍이 일본형 지방자치가 활착되기에 이르렀다. 반면, 한국의 지방자치는 조선시대 이래 왕권의 직접적 통치가 계속되어 오다가 근대적 자치제도가 급속히 도입되는 바람에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크고 시행-중단-부활 등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아직도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양국간 긴밀한 교류를 거치면서 제도와 운영 면에서 상당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도개혁에 대한 경험의 교환 우리가 일본의 제도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우리의 제도개혁 사례가 일본에 영향을 준 경우도 있다.<자치단체 통합(합병) 추진> 양국 공히 지방제도 개혁의 백미는 자치단체 통합이었다. 자치단체의 통합이 정부 방침에 의하여 적극 권장 시행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소개하고자 하는 사례는 우리나라의 시·군 통합이 최근 일본의 시·정·촌 합병에 좋은 참고가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 전면적인 자치선거를 앞두고 제도 정비차원에서 대대적인 시·군 통합이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의회·직능단체 등 기관구성, 지방교부세 등 재정지원, 세제 등 다방면에서 흡수 통합되는 자치단체의 기득권을 당분간 유지해주기 위한 특례가 인정되었다. 일본이 본격적인 시·정·촌 합병을 추진하기 전에 우리나라의 시·군 통합 사례를 연구한 바 있고 특례법을 제정하여 적극 뒷받침함으로서 시·정·촌의 수를 거의 절반으로 감축하는데 성공하였다.<재정분권화를 위한 노력> 세계화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분권화 전략을 추진한 것은 일본이 먼저이다.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 주도로 국가보조금 감축, 지방으로의 세원이양, 지방교부세 제도의 합리적 조정을 내용으로 하는 3위1체 개혁을 분권개혁의 하나로 강력히 추진했다. 한국도 보조금 통합, 양여금폐지, 지방교부세율 상향조정 등 지방재정의 자주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 참석자들의 반응을 보면 일본 3위1체 개혁은 재정의 분권화보다는 중앙정부 재정재건에 중점을 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농어촌 시·정·촌의 재정 사정은 복지예산의 축소 등으로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경우 보조금등의 정리와 분권교부세의 증액에도 불구하고 재정자주화에는 커다란 진전이 없는 반면, 선심행정, 신규사업 남발, 경쟁적인 공공시설 확충 등이 재정 압박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공무원 급여 문제 우리나라 참가자로부터 일본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급여삭감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데 이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일본 자치단체의 동향> 일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마다 급여 수준에 차이가 있는 등 각기 사정이 다르다. 극단적인 경우는 급여를 삭감하고 퇴직금을 밀려서 주는 경우도 있다.재정이 어려운 경우는 수장과 의원의 급여를 동결 또는 삭감하면서 직원들의 이해를 구하는가 하면 의회가 주민의 시각과 공무원 입장 사이에서 조정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공공사업을 축소하여 공무원 보수 수준을 유지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중앙재정이 어렵기 때문에 지방재정의 호전도 기대하기 어려우며 장기적으로는 공무원 급여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총액인건비 제도> 우리나라 지방공무원의 급여수준은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다. 인건비 압박과 기구축소·공무원 삭감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총액인건비제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시간외 근무수당과 같은 제도가 일본에도 있는지를 문의 한 바 일본 자치단체의 경우 통상적으로 잔업서비스 근무가 대부분이라고 한다.(시간외로 근무하되 별도의 수당은 청구하지 않는 것을 말함) 주민참여 행정 지방자치에 있어 주민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각기 양국의 사례를 소개하였다.<일본의 사례> 일본의 경우 시민참여가 일상화되어가는 추세로서 ① 시민참여의 주체가 NGO에서 시민공모로 바뀌어가고 있고 ② 연령별 monitor system 이라든지 ③ public comment system ④ 시민여론조사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음을 소개하였다.시민의식은 성숙해진 반면 새로운 방식에 공무원들이 익숙하지 않아 불평을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한국의 현실>주민투표제, 주민소환제, 주민소송제, 조민조례개폐청구제, 주민감사청구제 등 각종 주민참여제도가 도입되었으나 아직은 자치의 형식과 틀을 갖추는데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여론모니터제, 각종 위원회운영, NGO의 활동지원, 시민과의 대화 등으로 주민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나 성과는 각기 다양하다. 정보화의 진전으로 행정공개가 불가피한 점, 민원행정 개선 등 민선자치이후 주민본위 행정으로서의 전환은 뚜렷한 현상으로 보인다. 앞으로 공공시설 관리, 복지서비스 공급 등 많은 업무 분야에서 실질적인 주민참여 확대가 바람직하다.
후기 일본 방송대학 대학원과정생의 면면을 보면 지방자치단체공무원, 의회의원, NGO대표, 기업간부 등 다양한 직업의 연수생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고 심지어는 70세에 가까운 은퇴자도 연수에 열중하고 있는 장면은 매우 이채로웠다.또한 우리가 흔히 보는 경우와는 달리 연수 전 일정을 관련기관 방문과 현황청취, 진지한 토론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은 본받을 점이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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