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청각장애인에게는 무용지물
청각장애인의 소통을 돕기 위해 관공서를 비롯한 학교, 병원 등 공공장소에 설치돼 있는 ‘화상전화기’가 무관심 속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체 방치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언론인 방관식]지난 21일 오후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찾은 홍성군청 민원실. 화상전화기가 어디에 설치돼 있냐?”는 질문에 한 직원은 “설치돼 있지 않은 걸로 않다”고 대답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장비는 어떤 게 있냐?”고 묻자 다른 직원이 민원처리기라는 스티커가 붙은 컴퓨터를 가리키며 “컴퓨터에 설치된 화상 카메라로 청각장애인들이 일을 볼 수 있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민원실 직원도 청각장애인 용도로는 이 컴퓨터를 정확하게 사용할 줄 모른다는 것. 결국 복지과 직원이 등장하고 나서야 홍성군 화상전화기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복지과 직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군청 민원실과 각 읍면사무소에 화상전화기를 설치했고, 민원실 전화기는 현재 복지과로 이전한 상태였다.
장애인을 비롯한 수많은 민원인을 대하는 최일선 직원들이 멀쩡히 설치돼 있는 화상전화기를 없다고 말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더 어이없는 일은 복지과 직원과 함께 찾아간 홍성읍사무소에서 일어났다.
민원 데스크가 아닌 책상 밑 종이 박스에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쓴 체 방치돼 있는 화상전화기로 충남농아인협회 홍성지부에 전화를 걸었으나 음성통화만 될 뿐 정작 가장 중요한 화상통화는 먹통이다.
동행한 복지과 직원도 그동안 아무 쓸모도 없는 화상전화기가 버젓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 공무원은 그동안 청각장애인용 화상전화기를 찾는 사람이 없어 무관심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 자세한 원인을 알아보고 기기를 교체하든지 해결책을 꼭 찾겠다”고 해명했다.
취재 결과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한 이유는 홍성군과 농아인협회의 화상전화기가 기종이 달라 호환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군과 호환이 가능한 농아인협회의 화상전화기가 수리 중에 있어 다음에라도 화상통화를 다시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통신기기가 발달하면서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화상통화를 하고 있는 터라 화상전화기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고, 홍성군이 그동안 장애인편의시설 구축과는 별도로 장애인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타 지자체에 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온 점을 감안하며 먹통 화상전화기는 작은 문제일 수도 있다.
단 한명의 청각장애인이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설치한 화상전화기라면 최소한 사용할 수 있게는 관리라도 해줘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 일듯하다.
복지가 최대의 화두인 요즘, 제대로 구실도 못하는 화상전화기를 장기간 방치한 홍성군을 비롯해 화상전화기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도 모르는 지역사회가 다함께 반성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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