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가야산에 떠오르는 해의 기운이 도비산에 반사되어 인재 많아
선묘낭자의 애틋한 사랑과 동막골 주모(酒母)의 추억첫마디 제목 : 선묘낭자의 애틋한 사랑과 동막골 주모(酒母)의 추억
(언론인 박두웅)충남도 서산시 부석면 취평리에 있는 산. 높이는 352m이다. 이 산은 차령산맥의 북서지형구(北西地形區) 금북정맥에 속한다. 보령·부여 일대의 대동계로서 태안반도 동쪽은 모산 가야산맥(伽倻山脈)이다. 서쪽은 팔봉산(八峰山:362m)·상왕산(象王山:307m) 등 저구릉성 산지가 뻗친 해식지형(海蝕地形)으로 수많은 만입(灣入)과 반도, 크고 작은 섬들을 이루고 있다.
<사진설명 : 도비산에서 바라 본 서산시 부석면 전경. 멀리 서해바다가 보인다>
도비산(島飛山)이라는 이름은 바다 가운데 날아가는(飛) 섬(島)’ 같다 해서 붙여졌다는 말이 있다. 산 전체가 매년 봄이면 복숭아꽃이 만발해 복숭아 ‘도(桃)’, 살찔 ‘비(肥)’를 써서 ‘도비산(桃肥山)’이라고 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산에 오르다 보면 복숭아나무보다는 도라지꽃이 무성하다. 이 산은 연암산(441m)과 팔봉산에 이어 서산의 셋째 봉이다.
<사진설명 : 부석사 가는 길>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조선 제3대 태종대왕(1367-1422)은 1416년 2월16일 충녕대군(세종대왕 1397-1450)과 함께 7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부석면 취평리 도비산에서 수렵을 위한 몰이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사냥이 끝난 후에는 태종과 충녕대군이 함께 해미현(海美懸)에서 하루 저녁을 머물렀으며 다음날에는 예산현(禮山懸) 등을 거쳐 환궁했다는 기록도 전해온다.
서산시 이강열 학예연구사는 "조선왕조실록 기록은 도비산 일대가 수렵과 군사훈련을 겸한 강무(講武) 장소였음을 알 수 있다"며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왜현리(倭懸里.현재 부석면 창리 포구) 일원에 왜구의 침입이 잦아 이를 살피기 위한 것으로도 추정된다"고 말했다.
부석사(浮石寺)
사찰의 창건연대와 연혁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다. 창건과 관련하여 설화가 2개 전해지고 있다. 첫째는 677년(문무왕 17년)에 의상(意湘)이 창건하였다는 설, 둘째는 고려 말의 충신 유금헌(柳琴軒)이 나라를 잃은 한을 품고 물러나 이곳에다 별당을 짓고 글을 읽으면서 지내다가 그가 죽자 승려 적감(赤感)이 별당을 사찰로 바꾸었는데, 사찰 이름도 바다 가운데 있는 바위섬이 마치 뜬 것같이 보여 부석사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진설명 : 선묘낭자와 의상대사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전해지는 부석사 전경>
부석사는 처음 세워진 다음 조선 초기에 와서 무학(無學)이 고쳐지었으며, 근대에는 만공(滿空)스님이 주지로 있으면서 선풍(禪風)을 떨치기도 하였다. 극락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심검당(尋劍堂)과 요사채, 산신각 등이 있으며, 극락전 앞에는 안양루(安養樓)가 있다. 극락전에 모셔져 있던 아미타삼존불은 빼어난 작품이었으나 1980년에 도난당하였다.
서산 부석사는 경북 영주의 부석사와 이름이 같아 혼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 곳 부석사는 영주 부석사처럼 유명하거나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지만, 그 창건설화와 역사는 희한하게도 영주 부석사와 똑 같이 전해온다.
의상스님과 선묘낭자의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 바다에 떠 있는 부석, 소박한 사찰의 규모, 그리고 중국을 마주보는 절의 위치가 오히려 더욱더 사실감을 높게 한다. 부석사는 뚜렷한 역사적 기록은 많지 않지만 677년에 의상스님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전하는 ‘극락전’의 상량기와 1330년 우리 부석사에서 조성된 아름다운 관세음보살님이 지금 일본의 대마도 관음사에 모셔져 있어 천년 고찰의 흔적을 확인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무학스님이 중창하시고, 근대에는 한국선불교를 중흥시킨 경허, 만공 대선사들께서 이 도량에 머무시며 수행정진 하셨습니다. 인중지룡(人中之龍)을 길러내는 곳이라는 ‘목룡장(牧龍莊)’과 지혜의 검을 찾는 곳이라는 ‘심검당(尋劒堂)’ 현판은 경허스님의 글이고, 부석사 큰방에 걸려있는 ‘부석사(浮石寺)’ 현판은 만공스님께서 70세에 쓰신 글이다. 큰 법당인 극락전을 중심으로 이어져 있는 목룡장과 심검당 큰방은 누워있는 소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심검당 아래의 약수는 우유(牛乳) 약수라고 하고, 법당 옆의 큰 바위는 소뿔의 형상을 하고 있다. 법당 건너편 개울 아래에는 소가 마실 물이 흐르는 구수통(여물통)이 있는데, 이 구수통에 물이 계속 넘치면 부석사에서는 먹거리 걱정이 없다고 전한다.
동사(東寺)
도비산(桃肥山)은 서쪽에 부석사와 동쪽으로 동사와 석천암을 품고 있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서해바다의 드넓은 간척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겨울이면 간월호와 부남호의 철새를 볼 수 있다.
<사진설명 : 동사에서 바라보는 천수만 전경>
젊은 시절 만공스님께서 경허스님께 찾아가 지도받고 정진하시던 도비산 부석사가 서쪽 중턱에 자리하고, 천수만을 바라보고 있는 도비산 동쪽 자락에 동사(東寺)가 있다.
잠시 산을 오르면 무학대사 깨달음의 인연처인 간월암이 바라다 보인다. 조선 초와 조선말기의 불교를 이끈 선지식들의 인연이 어린 곳이 도비산이다.
동사는 명색이 절이지만 인법당과 붙어있는 요사채 한 동이 있을 뿐. 주지스님은 잡담과 세간의 잡사에는 관심 없이 오직 수행에 정진한다.
<사진설명 : 인법당과 붙어있는 요사채 한 동이 있는 동사>
동사는 언제 누가 창건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려 후기 이전에 창건한 것으로 추정된다. 1619년(광해군 11) 한여현(韓汝賢)이 편찬한 『호산록(湖山錄)』에 승려들이 동사의 그윽한 정취를 찾아 왔다는 내용으로 보아 17세기 이전에 지어진 사찰로 추정된다. 현존 건물은 일제 강점기에 화재로 새로 지은 것이다.
<사진설명 : 낯선 이들을 겁내지 않는 동사의 고양이. 수행에 정진하여 어느정도 도가 통한 듯 하다>
동사(東寺)란 이름은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없으니 추측할 수밖에 없지만 도비산 동쪽에 위치한 산동리(山東里) 마을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동리란 조선시대이후 인정면 산저리(仁政面 山底里)와 동막리(東幕里)로 나뉘어 있어왔던 마을을 1914년 일제에 의한 행정구역 개편 때에 두 동리를 하나로 합치면서 산저리(山底里)에서 산(山)자를 따고 동막리(東幕里)에서 동(東)자를 따서 산동리(山東里)라 한 것이다.
산저리란 이름은 마을의 서편에 경사가 급하고 남북으로 길게 평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해발 351.6m의 도비산의 동편에 위치하여 부챗살같이 개활지로 펼쳐진 지형이어서 붙여진 산(山)밑에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산재’라 부른다.
동막리(東幕里)란 마을의 동편이 되는 산동리와 부석면의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 옛날 4∼5가구의 주막집이 있어 동쪽 주막동네라는 뜻의 마을 이름이 생긴 것이다.
옛 주막이란 단순히 술만을 파는 곳이 아니다. 오가는 길손에게 술도 팔았지만 밥도 팔고 잠도 재워주는 여관 역할도 하였던 것이다. 이 동막(東幕)의 주막거리는 부석면 남부지방인 지산리, 강당리, 칠전리, 마룡리, 창리를 비롯한 간월도리와 안면도 본도를 비롯한 황도리 지역에서 서산 장을 이용하는 길목에 쉼터 기능을 하던 곳으로 최근까지 그 기능이 살아 있었으나 도로의 확장과 포장이 되면서 그 거리나 집들은 형적조차 없어졌다.
외딴 이 주막 동리가 동막(東幕)이란 마을이름으로 되어 널리 이름이 났던 것은 그곳에서 촌사람들의 투전판도 벌어졌을 것이고 남녀가 유별했던 옛 시절에 주모(酒母)와 얼킨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도 있었으련만 그러한 것을 찾아보는 것은 이제 세월과 자연이 너무나 변해버렸다. 다만, 동막리의 아련한 추억을 동사(東寺)에서 찾을 뿐이다.
산동리 마을은 도비산이란 비옥한 산 밑에 있는 마을이어서 그런지 논밭이 비옥하고 수원이 좋아서 풍요로운 마을이다. 산동리(山東里)는 모월리(毛越里)와 같이 일명 갈대바다(葦浦)라는 불렀다. 이 이름과 같이 이 마을 해안은 천수만(淺水灣)내에서는 어족자원이 가장 풍부하여 갈치, 숭어, 농어, 망둥이, 꽃게, 대하, 황발이등이 엄청난 량으로 잡히던 곳이다. 특히나 동막 황발이라면 서산 장에서는 알아주던 것이었다. 동구앞 바닷가에는 늘 10여척의 어선이 매여 있었다. 또 주목망(柱木網) 어업인 크고 작은 어살(漁箭)5)이 수십 개가 있었다.
그 외에 화염(火鹽)의 소금 굽던 벗(筏)이 5개소나 있어서 많은 양의 소금을 생산해서 부(富)를 이루던 곳이다. 이러한 마을 여건 때문인지 1759년(영조 35)에 발간된 여지도에서 보면 산저리는 35호의 가구에 103명의 인구가 살고 있었고 동막리에는 25호에 60명의 인구가 살고 있었음이 확인된다.
석천암(石泉岩)
춘삼월 미타재일에 도비산 석천암에 올라 150년 전 관음보살 현신하듯 박(朴)보살의 원력과 창성(昌成)스님 법력으로 천년 바위속 부처님을 찾아 중생제도 석천감로수로 약사여래 친견하네! 일천봉우리 돌기둥은 하늘기울까 솟구치고 온 골짜기 맑은 물은 바다 마를까 흘려주는구나. 세속에 살면서 누가 이 숲속 즐거움 알리요 마는 이곳 명지와 선궁터에 도반들과 예경 드린다.” -불기 2555년 음 3월 15일 보명 합장
도비산 동쪽에 자리 잡은 석천암은 식수로 사용하는 샘물이 바위 속에서 나오는 석간수로 수질이 좋고 풍부해서 이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사진설명 : 석천암 삼신각에서 바라본 세상. 바위 문을 통해야 삼신암에 들어 갈 수 있다>
석가탑불사 방명록에 의하면 석천암은 고종 12년 밀양후인 박보살(박보련화 보살)의 기도처로 만들어 기도하던 중 부처님이 꿈속에 나타나 굴속으로 인도하니 물줄기가 세차게 치솟는 것을 보아 기이하게 생각하여 이에 그곳에 부처님을 받들어 안치하고 이름을 석천암이라 하였다 한다. 석천암은 암자로 있다가 1984년에 발원하였고 새로 중창된 원통보전과 석탑이 있다. 석천암에는 바위 속에서 솟는 샘물이 있으며 석천암 경내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가야산 3봉이 정면에서 보이는 확 트인 시야로 인해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시원한 청량감을 갖도록 한다.
석천암은 도비산의 뒤편인 서산방향에 위치해 가야산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가야산에서 떠오르는 해는 마애약사여래삼존불이 살며시 미소 지으며 중생을 동방만월세계로 이끈다.
주지스님은 가야산에서 떠오르는 해의 기운이 도비산에 반사되면서 맑고 깨끗한 기운만이 고북, 해미지역을 비추고 있어 그 지역에 인재가 많이 난다”고 전했다.
석천암에는 사연이 깊은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현재 박보살의 증손자인 기태 주지스님(법명 奇泰, 속명 昌成)은 일제시대(혹은 6.25 때) 석천암과 서쪽 부석사에 있던 수백 년 은행나무를 베어버려는데 부석사 은행나무 밑동에서 맹아가 돋아나 이 중 일부를 옮겨 심은 것이라고 한다. 호산록의 불우조에 보면 정원사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이 정원사가 석천암이 위치한 곳에 있던 절로 추정된다.
<사진설명 : 석천암 기태 주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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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도비산(桃肥山)을 찾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