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한 시대의 풍운아였다. 물론 소련도 스탈린이 죽으면서부터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여 그 뒤에 실권을 장악한 후르시쵸프에 이르러서는 “스탈린 격하작업”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진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고 드디어 고르바쵸프에 이르러 러시아는 개혁의 물결을 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강압정치, 강압정권은 오래갈 수 없다. 사람이 주먹을 꽉 쥐고 과연 몇 시간이나 견딜 수 있을 것인가.
제1차 세계대전을 기화로 엉뚱하게도 제정 러시아에서 볼세비키 혁명이 성공하여 70년 남짓 소련이 버티어 나가면서 2차 대전 뒤에는 미합중국과 맞서는 강대한 “제국”이 되었던 것이 사실인데 자유를 갈망하는 인민들의 요구를 끝까지 짓밟을 수 없어서 고르바쵸프가 등장했던 것 아닌가.
그러나 급격한 민주화 앞에 망설이던 고르바쵸프를 내몰고 옐친이라는 저돌적인 인물이 등장하여 희극과 비극이 엇갈리는 소용돌이 속에서 오늘의 러시아가 탄생하였고 정권을 푸틴에게 넘겨주기까지 민주화투사로써의 그의 공로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의 무질서한 삶이 그의 목숨을 단축시킬 것 같았지만 그는 76년을 살면서 천수를 누렸다고나 할까. 어쨌건 역사는 그를 기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옐친의 죽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