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후보로 물망에 오른 몇 사람의 인물들 가운데 고건의 인기가 가장 높다던 때가 있었다. 그런 여론조사의 결과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내다 본 것도 사실이지만 그의 인기는 점점 하락하여 회생의 가망이 전혀 없는 후보로 전락하는 사실 또한 의심 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좋은 집안에 태어나 좋은 학교들을 두루 다니고 칠십이 되기까지 유능한 행정가의 길을 걸어오는 가운데 어떤 정권하에도 필요한 인물이라고 인정받았을 가능성도 많다. 그는 본이 아니게 팔방미인이 되었고 어떤 정권하에도 살아남는 "전천후의 인간"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행정능력만 가지고는 안 된다. 대통령은 본인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정치인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에게는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을 발휘할만한 기회가 칠십 평생에 단 한번도 없었다고 믿는다.
노무현이 하는 대통령 노릇을 왜 고건이 못해" 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고 오늘 고건이 대통령이라면 노무현 보다는 훨씬 건실하게 일 처리를 해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고건의 결정적 타격은 노무현이 일전에 고건에 대해 사정없이 퍼부은 비난과 비방이었다고 믿는다. 그 밑에서 국무총리를 한 사실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에 그는 틀림없이 좌절하였을 것이다.
고건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사람이지만 이 기회에 17대 대통령의 꿈을 완전히 접은 것은 그의 일생에 어쩌면 가장 잘 한 일이 될 것으로 믿는다.
고건의 결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