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8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오후 1시-5시까지 2006 세계여성폭력근절주간을 맞이하여 장애아동과 여성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를 무죄 판결한 재판부를 규탄하고, 대법원 여성장애인 성폭력 가해자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거리문화공연을 개최했다,
지난 11월 1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이재환 부장판사)는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피해아동의 진술능력의 신빙성에 강한 의문을 들어 믿을 수 없고, 달리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징역1년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2005년 4월 20일 부산고등법원 형사1부(지대운 부장판사)는 정신지체2급 미성년 장애청소녀 A양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폭력하고 임신과 낙태를 시킨 가해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정신지체장애는 인정할 수 있지만 범행당시 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의 상태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세계여성폭력주간을 기념하여 이 땅에서 계속해서 자행되고 있는 재판부의 여성장애인 인권말살과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무죄판결을 강력히 규탄하고, 대법원의 진실규명과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거리문화공연을 개최했다.
여성장애인 평등세상을 위한 날갯짓 문화공연
대법원 여성장애인 성폭력 가해자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거리문화공연
여성장애인은 여성이며 동시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서의 참여와 이동, 교육, 노동, 정보접근 등 인간의 기본적 권리에서 조차 배제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장애인들은 가정에서, 노동현장에서, 교육현장에서, 사회 곳곳에서 수없는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진실을 규명해야 할 사법부에서조차 성폭력피해를 당한 장애아동과 여성장애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장애로 인해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명백하게 성폭력을 저지를 가해자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사회 가장 약자인 여성장애인의 인권의 현주소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법정에서는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인권을 짓밟는 무죄판결이 계속해서 자행되고 있다.
거리에서 연애하러 가자던 할아버지...
참을 수 없는 가족의 무시와 따돌림...
수년간을 성추행을 하고도 떳떳한 사촌오빠...
가족대신 잘 보살펴준다며 시설에서 성폭력을 일삼는 시설장...’
여자라고... 장애를 가졌다고... 진실을 말해도 들으려고도 믿으려고도 하지 않았던 세상에게...
이제 여성장애인들이 당당히 말하려 합니다! 수년간 당신들은 나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더 이상 무시하지도, 회피하지도, 왜곡하지도 말고 그녀들의 진실에 귀기우려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입장
1. 수사. 재판과정에서 장애에 대한 이해와 장애인성폭력의 특수성을 고려하라!
피해자의 각 장애유형별 특성, 장애로 인한 취약성과 특수성(육하원칙 수사기법에 따른 정확한 진술능력 부족, 위계. 위력 등에 쉽게 유인되어 범죄 상황에 쉽게 노출됨, 성폭력 위기상황을 스스로 벗어날 수 없음 등등)을 수사.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고려하여 피해자중심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
2. 성폭력 범죄의 입증책임을 가해자에게 묻고 피해자에게 더 이상 2차적 피해를 주지 말라!
현행 재판부는 피해자로 하여금 성폭력 피해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제출하도록 하고 범죄의 입증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림으로써 형사소송과정에서 피해자에게 2차적 피해를 입히고 가해자를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장애로 인한 취약성을 가진 장애인을 성폭력 한 가해자는 이러한 수사 및 재판의 분위기 때문에 자신의 범죄사실을 더욱더 부인하고 허위진술을 하고도 가만히 있어도 무죄판결을 받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재판부의 어처구니없는 판결은 증거물보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중요한 성폭력사건의 특수성과 장애와 아동이라는 취약성을 가진 피해자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반 인권적이며 시대를 역행하는 오판을 내린 결과이며, 다시한번 우리나라 사법부의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보수성과 장애에 대한 무지, 장애 인권의식 결여의 심각성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3. 장애인성폭력 가해자를 엄중가중 처벌하라!
우리사회 만연한 장애인에 대한 무시, 차별과 폭력, 낮은 인권의식 속에서 가장 약자인 장애 아동 및 여성장애인을 쉽게 성폭력범죄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하고 있다. 게다가 수사. 재판과정에서 장애특성 및 여성장애인성폭력에 대한 이해 부족, 장애로 인한 취약성과 특수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장애인 피해자의 진술능력의 신빙성을 문제 삼고 입증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림으로써 억울한 성폭력피해자에게 2차적 피해가 계속되고 있으며, 법조인들의 장애인 성폭력에 대한 좁고 엄격한 법리해석, 주관적인 판단 등이 맞물려 억울한 성폭력피해자를 두 번 죽이고 명백하게 성폭력 범죄를 자행한 가해자를 무죄판결내림으로써 우리사회문제인 여성장애인성폭력을 더욱 심화가중 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 성폭력피해자의 특수성과 취약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가해자를 엄중가중 처벌함으로써 장애인성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경각심 고취시켜야 할 것이다.
4. 성폭력특별법 제8조 ‘항거불능’을 삭제하라!
현재 우리나라 사법기관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성폭력을 당한 장애아동이나 여성장애인 피해자로 하여금 장애인임을 증명하고 피해당시 항거불능상태였음을 입증하게 하는 등 피해자가 두 가지 범죄요건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야만 가해자의 성폭력범죄를 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피해자가 장애로 인한 취약성 때문에 진술능력이 부족하거나 항거불능을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가 미흡하면 명백한 성폭력을 자행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무죄판결을 내림으로써 억울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판결이 현실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판결문이나 불기소이유서에서 조차도 ‘장애로 인하여 피해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장애로 인하여 항거불능상태로 보기는 어렵다’는 등 같은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이중적인 가치판단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여성장애인 인권운동단체이며 전국연합조직인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이 땅의 200만 여성장애인을 대표하여 정부와 사법부에 다음과 같이 촉구하는 바이다!!
하나, 여성장애인 성폭력 가해자를 엄중가중 처벌하라!
하나, 성폭력특별법 제8조 ‘항거불능’ 조항을 즉각 삭제하라!
하나, 사법부는 법조인들에게 의무적으로 장애인식교육과 장애인성폭력교육을 실시하라!
하나, 수사재판과정에서 장애특성을 고려한 장애인성폭력 전담수사반과 전담재판부를 하루빨리 설치하라!
하나, 정부는 장애인생활시설 및 학교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피해실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적 극적인 조치를 강구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