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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각한 후퇴양상 보이는 한국의 인권
기사등록 일시 : 2008-04-23 16:18:19   프린터

부제목 : 인권시민사회단체, 정부 측 토론회 불참에 강력 규탄

유엔인권이사회 보편적정례검토(UPR) 관련 토론회 개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등 인권시민사회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는 23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유엔인권이사회 보편적정례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 관련 토론회를 가졌다.

 

이번 토론회는 UPR 실무그룹의 한국 정부에 대한 검토가 다음달 7일 예정된 가운데,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한 정부, 시민단체 및 국가인권기구간의 논의를 위해 마련됐다. 유엔인권위원회가 인권이사회로 격상되면서 새롭게 도입된 UPR은 유엔총회 192개 전체 회원국의 전반적인 인권의무 이행상황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4년에 한번)과 평가를 통해 인권상황의 실질적인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유엔의 새로운 인권검토 메커니즘이다.

 

이날 토론회는 정부 측 불참으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정부는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민간단체와의 의견수렴과정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는 유엔의 가이드라인(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 5/1)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언론을 배제한 비공식협의회를 개최해 NGO단체가 이에 불참한 바 있다.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안한 이번 토론회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불참을 통보해 UPR관련 “신뢰성 있는 결과와 후속조치를 확보하기 위해 광범위한 협의에 착수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제7차 유엔인권이사회 정부의 고위급 모두발언 내용을 뒤집었다. 이 같은 정부 측의 태도에 대해 인권시민단체들은 한국의 심의를 맡게 될 담당보고관들에게 일련의 과정을 알리고, 정부 최종보고서의 이행여부를 계속해서 모니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인권시민사회단체가 바라보는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평가와 정부보고서의 문제점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유엔에 민간단체 보고서를 제출한 37개 단체를 대표하여 김병주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위원장은 “민주화의 진전 및 관련 법제와 그 적용상의 일부 개선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인권상황은 내용상으로 심각한 후퇴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노동자의 50%(870만 명) 이상을 차지하는 등 그 수가 급증하고 있고, 빈곤이 심화되어 서민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으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억압되고, 강화되는 국가보안법 등으로 인해 시민 정치적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가보안법은 통신 등의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그 외연이 사실상 확장되고 있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 소수자 등 취약집단들도 여전히 제도적․사회적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민간단체보고서는 아직도 상당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 갇혀있고,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이동의 제한으로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체포, 구금, 강제퇴거가 폭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으나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고용차별과 임금차별이 존재하고 있고, 장애인 이동권 역시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시설 내 인권침해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정부보고서에 대해서는 다양한 상용구와 미사여구들을 보고서 곳곳에 사용하면서 국제인권의 기본원칙을 마치 정부의 기존 입장인양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강조하였다. 예를 들어 정부는 국제조약과 국제관습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언급하고 있으나 실제로 국제인권조약에 근거한 재판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정부는 유엔인권조약기구의 최종견해나 권고를 거의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성과로 꼽고 있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에 포함되었던 내용의 상당부분이 배제되고, 기한까지 명확히 설정한 세부계획이 전혀 실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를 사실상 사문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정부가 국민공감대의 부재나 국민의 낮은 의식수준을 핑계로 한국 내의 핵심적인 인권현안에 대한 대응을 회피하고, 관련된 인권침해현상을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보고서는 “사형제도의 존폐 여부에 대해서 국민적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25조)”양성평등이나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원만한 국민적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80조)”국가보안법에 대하여는 그 개폐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지만(88조)” 등으로 기술하고 있는데 결국 인권의 관점에서 사형제도나 양심적 병역거부 등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다는 것인지, 소위 ‘국민적 합의’가 없다면 인권의 문제도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전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인권을 국민적 합의나 국민정서에 대한 여론조사로 바라보고 있는 정부의 인식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속화되고 있는 노동유연화 정책, 집회, 시위, 결사의 자유의 억압 등에 대해 일반 국민들과 다른 상황인식을 하고 있거나 언급 자체를 회피하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정부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정책이 비정규직의 권익 향상 및 차별해소에 기여하고 있다(49조)”고 지적하고 있으나 이랜드 사태로 대표되듯 실제로 기업들은 비정규직 보호법의 허점을 악용해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하고, 외주화 하는 등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비정규직 관련 법률의 시행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비정규직의 인권을 증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방안을 연구할 예정(83조)”이라고 서술하고 있으나 노동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근로자 파견허용 업종도 대폭 확대할 방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집회, 시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 법제의 강화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법무부는 경찰의 시위대 검거 등 정당한 직무집행에 대한 과감한 면책을 보장해 적극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할 것이고, 불법파업 형사재판 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함께 판결하도록 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를 심각히 침해하는 것으로 이러한 인권문제에 대해 정부가 침묵하는 것은 소극적 형태의 거짓말일 수 있다.

 

이밖에도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올바른 차별금지법의 제정, 성인지 예산편성,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비준, 개인정보보호기본법 제정 및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설립 등 다양한 분야의 인권상황에 대한 해법들을 제시하고, 유엔인권이사회의 UPR 심의를 계기로 정부가 우리나라의 인권상황 전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이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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