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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폐기주장은 자해 행위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기도 전에 폐기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은 국격(國格)을 떨어뜨린다고 14일 비판했다. 국격을 떨어트리는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당격(黨格)과 인격(人格) 모두를 내팽개친 언동이다.
정용석 논설고문<단국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민주통합당(민주당)은 연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재협상, 재재협상 등 말을 바꿔가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1월 15일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당 대표로 당선되자마자 4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한미 FTA 완전 폐기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8일엔 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의원과 통합진보당 의원 96명이 체통머리도 없이 주한 미국대사관으로 몰려가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였다. 재협상이 안 되면 폐기하겠다고 협박하였다. 이어 한 대표는 15일 “전면 재검토가 무산되거나 재재협상도 무산될 경우에 우리는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하였다.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는 작태
우선 한미 FTA가 우리나라 국회에서 다수결로 비준동의 되었는데도 민주당이 투표 불참과 몇몇 조항을 이유로 재협상과 폐기를 요구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키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정부는 1948년 수립된 이후 한 번도 외국과 맺은 조약을 폐기한 적이 없다. 한미FTA 폐기 운운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한국에 대한 신용도를 떨어트리게 하기에 족한 변태가 아닐 수 없다. 정상적인 국가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마치 합의해 놓고 모두 깨버리는 북한을 연상케 한다.
앞으로 한국은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과 FTA를 체결해야 한다. 그러나 조약 발효를 앞두고 정치권이 재협상이나 폐기를 주장한다면, 어느 누구도 한국과 FTA를 체결할 나라는 없다. 자해 행위이며 국격을 떨어뜨리는 짓이 분명하다.
다음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은 제1야당으로서 당격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한미 FTA는 민주당의 뿌리인 노무현 정부가 2007년 타결하고 서명하였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일부 문제점이 제기되자 2010년 12월 자동차와 돼지고기 등의 분야에서 일부 추가협상까지 거쳐 국회 비준동의를 마쳤다.
더욱이 민주당이 재협상 대상으로 요구한 10개 항목들 중 9개는 노 정부가 체결한 것이다. 자동차 세이프가드 조항만이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을 통해 도입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자신들이 매듭지어 놓고서도 다시 재협상해야 한다고 딴 말을 한다. 제1야당으로서 당격을 떨어뜨리는 무책임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한미 FTA 폐기를 밀어붙이면, 4월 총선에서 농촌 표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듯 싶다. 뿐만 아니라 반미친북 세력을 규합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민주당은 한미 FTA는 일자리 창출이 걸린 문제로서 일반 유권자들로부터 신뢰를 잃는다는 데서 도리어 총선에 불리할 수 있다. 총선 전략으로서도 치졸한 전략이다.
소신도 원칙도 자존심도 모두 던져버려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와 관련,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사항은 재협상-폐기 주장자들의 인격에 관한 문제이다. 한명숙 대표는 한미 FTA 추진 당시 노무현 정부의 총리로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였다. “한미 FTA는 우리 경제를 세계 일류로 끌어올리는 새 성장 모델이 될 것” “한미 FTA는 큰 기회로 다소 진통이 있더라도 가야 할 길” “중국, 일본 등 주변 경제가 한국을 매개로 연계되는 효과와 안보리스크 완화로 인한 대외신인도 제고가 기대” 등 미사여구로 정당성을 역설했었다. 지금 한미 FTA 폐기에 앞장서고 있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상임고문과 김진표 당시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도 모두 그랬다.
그들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한다. 소신도 원칙도 자존심도 모두 던져버렸다. 그런 사람의 말은 앞으로 콩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을 사람 없다. 정치인으로서 인격적 파멸을 의미한다. 한미FTA 재협상과 폐기 주장은 국격을 떨어뜨림은 물론 민주당의 당격을 훼손시키고 개인의 인격을 파멸시키는 작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심심한 반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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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국격 아닌 인격까지 내팽개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