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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PD가 쓴 장편소설 그저 허구일까?
지난 2월 하순 무렵, 이른바 조∙ 중∙ 동 등 주요 중앙 일간신문 1면에 MBC (문화방송) 임직원 명의의 5단 광고가 일제히 실렸다. 광고는, 한 달째 이어지는 노조의 불법파업에도 불구하고 ‘해를 품은 달 등 MBC 드라마의 시청률이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시청자의 사랑 덕분’이라며 그에 대한 감사 인사에 이어 노조의 불법파업을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조규석 뉴스파인더 논설위원) 광고는, 노조원들이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하여 온갖 모욕적인 언사를 동원해 인격적인 모독을 가하고 회사의 기물을 훼손하는 등 용납하기 힘든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음을 알리고, ”그럼에도 문화방송의 경영진은 인내와 관용으로 이들의 업무복귀를 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광고가 나가고 나서 며칠 뒤에 문화방송 노동조합은 연 이틀 잇달아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및 사용처와 관련한 상세한 정황을 폭로했다. 좌파 매체로 알려진 일부 신문에 보도된 폭로 내용에 따르면 김재철 현 사장이 지난 2년 간 본인 명의의 회사법인 카드 및 비서실 명의의 법인 카드로 7억 원을 썼다는 것이다.
노조가 공개한 사용 명세를 살펴보면, 김 사장이 법인 카드를 쓴 곳은 명품 가방 매장과 고급 귀금속 가게, 여성의류 매장, 백화점, 국내 면세점과 항공기 기내, 고급 미용실과 화장품 가게, 서울- 부산- 대구- 창원 등지의 특급 호텔 30여 곳 등이다. 호텔에서 개인 명의의 카드사용 건수만 188건이나 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었다.
경영 측과 노조의 진흙탕 밭 싸움, MBC는 어떤 회사?
도대체 MBC는 어떤 회사인가. 사측과 노조 간의 진흙탕 밭 싸움 같은 극한대립은 근본적으로 어디서 연유하는가. 공정보도를 주장하며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노조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인가. 노조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사장의 씀씀이는 어째서 그렇게 호사스러운가. 이런 모든 의문에 상당한 답을 제공하는 소설이 지난 2월 중순에 선보였다. MBC노조의 파업이 한창인 때였다.
소설의 제목은 '붉은 수선화'이고 작가는 MBC에서 30여 년간 PD로 재직하다가 얼마 전 정년퇴직한 최도영이다. 소설은 마지막의 작가후기를 포함해서 420쪽의 장편이다. 작가는 소설의 초반부인 100쪽쯤에서부터 실로 충격적인, 아니 달리 보면 한편의 블랙 코미디 같은 얘기를 전한다.
남북교류가 빈번해 지던 해의 10월 어느 날, ‘역사적인 한민족 평양 축전’이 열린다. 이를 중계하기 위해 '대한민국의 대표 방송사 KMG’(한국미디어그룹)에서만 300명의 스텝진이 엄청난 방송 장비와 함께 평양에 들어간다. KMG 사장 김한철도 축제개막 이틀 전에 평양에 들어갔고 북한 당국은 그를 극진하게 환대한다. 방북 첫날 저녁 밤 8시, 그는 호텔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던 벤츠 승용차를 타고 웅장한 대리석 건물 앞에 당도한다. 안내하는 인민군을 따라가자 김일성 초상화가 그려진 문이 열리면서 바로 앞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빙그레 웃는 얼굴로 그를 맞는다. 감격한 김한철은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고 나서 김정일이 내민 손을 잡는다.
김정일이 먼저 말한다. “그 동안 사장 동무가 우리 북한 인민들을 위해 세운 공훈을 생각해서 내가 이리로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김한철이 화답한다. “위원장님께서 저를 여기까지 불러주셔서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 됩니다. 제가 한일을 개인의 업적으로 보지 마시고 7천만 겨레의 앞날을 위한 아주 작은 공헌이라고 평가 해주시기 바랍니다.”
KMG 사장 통해 남한 대통령에게 親展
위원장은 술 한 잔 들고, 돌아가서 푹 쉬라면서 그를 창가로 끌고 가 봉투 하나를 건넨 후 간곡한 어조로 당부한다. “이건 친전(親展)이니 그 분께 직접 전해 주기 바랍니다". 김정일이 입에 올린 그 분이란 다름 아닌 남한 사회에서 사실상 종북 세력의 수장처럼 되어버린 대통령이다.
김정일과의 감격스런 대면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온 그는 심야에 ‘눈이 확 뒤집힐 정도’의 미모인 20대 아가씨의 방문을 받는다. 엄미란이라고 이름을 댄 그녀는 스스로 위원장님의 기쁨조라고 밝힌다. 그는 그녀를 안고 격정의 하룻밤을 지낸다.
물론 소설은 기본적으로 허구이다. ‘붉은 수선화’도 소설인 만큼 미세한 장면 묘사 등 상당 부분이 허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소설을 읽고 나면 소설 속 여러 사건은 현실에서 있었던 사실에 기초했음을 충분히 감지 할 수 있게 된다.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은 팩트(Fact:사실)이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상황묘사는 픽션(Fiction)인 이른바 팩션(Faction)일 터인데 읽는 이에 따라서는 팩트에 방점을 찍어 그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소설 속 KMG은 현실에서는 어느 방송사일까. 작가가 오랫동안 재직한 직장이 MBC였다는 사실과 소설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설명된 사건들로 미루어 보면 작가가 KMG=MBC로 상정했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럼 소설의 주인공인 KMG 사장 김한철의 현실 속 모델은 누구일까. 이를 짐작해 보기 위해서는 먼저 김한철의 출신배경부터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불우했던 노조원이 방송권력의 정상에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난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김한철은 항상 대한민국 체제에 대한 저항심과 현실에 대한 불만을 품고 산다. 가까스로 방송사에 입사해서도 항상 승진에서 뒤처지고 겨우 간부직급에 턱걸이한 때부터는 수년간 현업을 떠나 외곽 부서에서 떠돌게 된다. 그는 KMG 노조가 결성된 후 노조원으로서 사장의 여자관련 스캔들을 캐낸다. 그리고 노조의 힘을 빌려 그 사장을 불명예 퇴진시키는데 성공한다. 방송 매체를 통해 남한적화를 획책하던 김정일은 김한철의 그런 노조 장악력을 높이 사 그를 KMG 사장감으로 일찍이 점찍은 후 치밀하게 포섭한다.
북한의 공작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남한에서 암약하는 고정간첩이 김한철과 어렵지 않게 접선한다. 그리고 거액의 달러 현금 제공으로 그를 옭아맨다. '赤水仙'(적수선:붉은 수선화)은 북한 정보당국이 그에게 내려준 암호명이다.
김정일에게는 남한에서 반미좌파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방송장악이 필수 전략이다. 이를 절감해 온 김정일은 남북 정상의 회동기회를 이용해 남한 대통령에게 김한철을 KMG 사장으로 임명할 것을 은근하고 교묘하게 권유한다. 그렇게 해서 뼛속까지 종북주의자인 김한철이 드디어 대한민국 방송권력의 정상에까지 오르게 된다.
소설의 스토리 전개로 보면 김한철의 KMG 사장 재직 기간은 김대중- 노무현 두 좌파 정권의 집권 기간에서부터 이명박 우파 정권의 초기까지 정도로 짐작할 수 있는데 그 기간 동안 현실의 MBC에서는 사장이 몇 번 바뀌었다. 그럼으로 소설 주인공 김한철이 현실에서 누구인지는 딱히 지목할 수 없다. 다만 독자는, 작가가 아마도 그 10여년 남짓 기간 동안에 거쳐 간 MBC 사장 몇 명의 이념적 정체성에서부터 이런저런 비행들을 김한철에 두루 투영시켜 소설을 꾸몄을 것으로 짐작 할 수 있을 뿐이다.
남북화해 시절에 펼쳐지는 이적행위 폭로
다시 ‘한민족 평양 축전’의 전후 기간으로 돌아가 보자. 김정일은 왜 그처럼 김한철을 환대했는가. 김한철이 방송사 사장이라는 막중한 지위를 이용해서 취득한 대한민국의 안보 관련 최고기밀들을 수시로 첩보하는 등 '거물 간첩'으로서의 소임을 충실하게 수행해 온 공로 때문만이 아니었다. 환대의 이면에는 참으로 무서운 비밀이 숨어있었다. 그때 KMG 중계팀이 북한에 제공하기 위해 반입한 방송 기자재가 바로 비밀의 열쇠다.
KMG 중계팀이, 구형이라는 이유로 북한에 제공하기 위해 가지고 들어간 중계차의 중계 장비 속 반도체를 핵미사일 발사체의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활용하면 미국을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도록 하는 미사일 개발이 가능해 진다. 더구나 카메라 HSD-3310의 경우 부품 가운데 영상을 잡아주는 반도체는 핵무기가 목표지점으로 정확하게 날아가도록 하는데 활용될 수도 있다. 분해된 20대의 카메라 속에는 현찰 100만 달러도 나뉘어 감추어져 있었다.
북의 지령을 받은 김한철은 심복 기술진을 시켜 이 모든 극비작업을 해 치웠다. 소설은 그 전후 경위를 눈에 잡히듯 소상하게 묘사한다. 물론 눈 밝은 독자라도 어디까지가 사실을 근거로 한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적 재미와 긴장을 위한 허구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기만적 남북 화해시대에 대한민국의 방송사들이 이런저런 명목의 공연중계 등을 빌미로 엄청난 양의 첨단 방송장비를 갖고 평양을 오고 갔다는 사실이다.
기독교계의 원로 목사도 파멸시키다
김한철은 대한민국의 애국세력을 분열시키기 위해 보수 기독교계에서 신도들로부터 절대적인 추앙을 받는 원로목사까지도 교묘하고 집요한 미인계로 파멸시킨다. 북한의 세습 독재를 앞장서 비판해온 원로목사가 그렇게 하루아침에 교계를 떠나고 난 자리는 운동권 출신의 젊은 좌파 목사의 차지가 된다.
김한철의 반(反)대한민국 행위는 ‘농약 밀가루’라는 목차 제목으로 묘사되는 소설 후반부의 얘기에서 절정을 이룬다. 경기침체로 서민 생활이 어려워진 시기에 KMG은 사장이 주도한 편집회의 결정에 따라 미국산 수입 농산물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허위보도를 집중적으로 방영한다. 보도내용은 “미국산 밀가루에서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농약이 검출되었다. 미국산 쌀이나 밀로 만든 빵이나 과자를 먹으면 100명중 90명은 암에 걸린다.”는 식이었다.
보도가 나가자 난리가 났다. 정권퇴진을 외쳐대는 촛불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돼 갔다. 남한 사회가 그렇게 혼란에 빠져드는 상황에서 김한철에게 깁정일의 지령이 또 내려온다. 방송 보도를 통해 반미기류를 확산∙증폭시키고 식량의 대미종속에 따른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좌파들을 더욱 미화∙ 부각시키라는 지시였다.
허구의 사례로 진실 전하려는 작가 의도 명백
소설 속 이 얘기를 읽어 가노라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이명박 정권초기에 방영된 광우병 보도와 그에 따른 광란의 촛불시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소설 속에서는 촛불 시위사태의 시점이 정확하지 않고 미국산 수입소가 농산물로 대체되긴 했다. 그러나 작가가 이 허구의 사례를 통해 전하려한 진실만은 명백해 보인다. 그것은 바로 종북세력이 방송이라는 막강한 매체를 통해 전개하는 반미책동의 전율할 실상이다. 말하자면 KMG이 선동보도를 통해 체제전복을 획책하는 ‘종북언론’의 본거지임을 사실적으로 드러내 보인 셈이다.
김정일에 대한 김한철의 '충성'은 실로 담대했다. 김한철은 거대한 방송시설물 신축 과정에서 조성한 거액의 비자금을 해외 은행을 통해 김정일에게 보낸다. 그 비자금은 입찰- 계약- 시공- 완공까지 전 과정에서 지난 날 노조 시절 동료였던 임직원을 내세워 건설사와 손잡고 갖가지 불법적 수법으로 확보한 것이다.
소설 속에서 표현된 사건들로 파악하면 KMG의 운영 실태는, 실로 부정과 비리의 복마전이다. 사측과 노조가 조폭을 동원하면서까지 싸움판을 벌리는가하면 상호 이권을 챙길 수 있는 프로젝트에서는 눈 딱 감고 손을 잡기도 한다. 사장은 인사권의 칼을 휘둘러 무능한 직원을 요직에 발탁, 심복으로 만든다. 노조원이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사장을 협박해서 거액을 챙긴다. 사장과 부정으로 유착된 임직원들의 생활 반경은 최상급 호텔, 최고급 레스토랑이고 취미는 골프와 해외여행이다. 그들의 일상에는 여자와 술과 명품이 넘쳐 난다.
소설은 주인공 김한철의 비참한 죽음으로 끝난다. 남한 정권이 바뀌어 검찰이 그의 반(反)대한민국 악행과 수많은 비리에 대해 수사망을 좁혀오자 북한당국은 탈북자를 가장한 암살조 2명을 남파, 이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그를 감쪽같이 살해한다.
소설을 읽은 입장으로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 속 MBC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현실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창조되는 허구의 세계보다 훨씬 더 소설적일 수 있다는 상식을 새삼 떠올릴 뿐이다. 참고로 책 뒤표지에 수록된 보수논객 변희재(미디어워치 대표)의 촌평을 차용해 결론으로 덧붙인다.
이 책은 종북주의 이념에다 뇌물, 섹스 등으로 타락한 온갖 군상들로 채워져 있는 한 방송사의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추악한 집단이 대한민국의 여론을 장악하여 정권을 흔들어 대며 자신들 스스로 정권을 창출하려 덤빈다는 데 있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은 이제부터 특정방송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그 이면의 그림자도 함께 봐주기를 바란다.” <이 글은 한국논단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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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전복을 획책하는 종북 언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