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국가로서 통일은 그야말로 민족 구성원 모두의 소원이다. 그리하여 통일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통일방안이 존재한다. 그런데 통일을 至上으로 삼고, 인간 삶의 기본원칙을 무시하는 위험한 발상도 나타나고 있다. 북한 공산집단에 의한 6·25 무력적화 기도를 ‘민족해방’또는 민족통일’시도로 분석하는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연방제 통일의 위험성)
한편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의 가장 큰 죄과(罪過)는 비록 낮은 단계’라는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북한의 적화통일 방안인 ‘연방제 통일’을 대한민국이 수용한 것으로 합의하고, 이를 文書化하였다는 점이다. 거기에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私的 통일방안을 포함시켜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으로 공식화하였다는 점이다.
연방제 통일방안이 갖는 본질적인 문제점은 남북한이 근본적으로 상이한 체제와 이념을 초월하여 ‘합의 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 데에 있다. 그러나 이는 실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남북 예멘이 비록 善意를 갖고 ‘합의 통일’을 선언했지만 결국 권력다툼 과정에서 內戰을 통한 통일로 귀결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북한은 ‘연방제’ 통일방안을 평화적 적화통일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단계로 설정하고 있다. 곧 남한 내에 ‘자주적 민주정부’ 이름 하에 연공·용공정부를 먼저 수립한 후, 그 정부와 북한이 합의로 통일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돌이켜 볼 때, 한국정부의 통일방안은 그동안 다양한 변천을 겪었다. 분단과 6·25 이후 한동안 북진통일’이 주조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 경제건설이 시작되면서 남북 평화공존’ 개념이 제시되었다. 이는 문자 그대로 남북이 공존공영하자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공산주의 북한을 용납할 수 없지만 당시 힘이 부족한 점을 감안, 대북관계를 안정시켜 국내 경제건설에 치중하고자 했던 전략적 판단이었다. 1989년에 제시되어 1994년에 수정·보완된 ‘민족공동체’안도 실제 그대로 추진하기 보다는 북한의 통일 공세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아 무리가 없을 것이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한반도 상황은 일변했다. 북한은 체제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붕괴 위기에 몰렸으며, 그런 와중에서도 핵무기를 개발하여 한반도 위기를 격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식량부족으로 수백만의 아사자가 발생했으며, 무엇보다도 잔인한 인권 유린으로 국제사회의 분노와 우려를 사기에 이르렀다. 이제 북한인권 문제와 각종 범죄행위는 北체제 존재 의의에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
(自由民主 통일’이 유일한 대안)
한국은 이제 자유체제에 대한 자부심과 국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을 가지고 대북정책·통일정책을 수행할 위치에 있건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 이래 한국의 대북정책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으리 만큼 김정일 정권에 대한 굴종정책으로 일관했다. 이들 정책 입안자들은 6·15 공동선언을 앞세워, 남북 ‘공존공영’, 남북의 ‘균형발전’을 주장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연합제-낮은단계 연방제’ 통일방안을 외치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 한반도에 ‘낮은단계 연방제’를 중심으로 하는 남북 좌파 연합이 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일방안이란 정책상 제시된 수사적(修辭的) 구도에 불과한 것으로, 실제 통일은 별개의 문제다. 통일은 변화하는 한반도 주변 정세 속에서 민족의 통일 의지와 지혜 및 결단에 의해, 역사의 섭리를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통일의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분명하고도 일관된 원칙은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 통일이 아닐 수 없다. 곧 자유민주 이념을 견지하여 북한을 자유체제로 해방하는 통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권임을 확고히 하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고려, 韓美 동맹의 토대 위에 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통일방안과 통일원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