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여러분 반갑습니다. 한칼에 다시 돌아오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한칼 1기 칼럼리스트로 선정돼 작년 4월 11일부터 7월 14일까지 총 10편의 칼럼을 썼는데 약 6개월 반 만에 다시 복귀함 셈이죠. 작년 7월 한칼을 마무리하며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는데 다시 한번 기회를 준 한나라당 사이버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번에는 더욱 알찬 칼럼이 되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지난번 박진의 돌고래 통신’에 이어 이번 새 칼럼의 제목은 ‘박진의 푸른 서울 글로벌 서울’로 정했습니다. 대한민국 대표브랜드인 수도 서울의 미래를 “젊은 서울, 푸른 서울, 글로벌 서울”로 만들어 세계 4강 도시로 도약하자는 저의 비전을 담은 제목입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민생 속으로, 민심 속으로 - 남대문 시장 방문
이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준비를 하면서 새삼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정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역 현안을 청취하기 위해 서울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시민들과 직접 대화를 하고 고충을 들을 때마다 민심 속을 파고드는 ‘생활정치’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민족의 명절인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1월 21일 토요일 저녁 서울의 대표적인 시장인 남대문 시장을 방문했습니다. 최근 남대문 시장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날도 역시 인삼, 김, 건어물 상점 등을 둘러보는 많은 일본인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상인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긴 하지만 그에 걸맞지 않는 낙후된 시장 시설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재래시장은 이제 한류문화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 재래시장이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기 위해서는 역시 매력적인 인프라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대문 시장의 더 큰 문제는 주로 내국인을 상대하는 옷가게나 포장마차 등에 있었습니다. 옷가게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설빔이 살아져 설 특수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서민경제가 얼어붙어 경기도 좋지 않은데다가 시설마저 낙후되어 있다보니 시장을 찾는 손님들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나간다면 재래시장의 존폐 위기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떡볶이와 순대를 파는 길가 포장마차에 들어가 시민들과 경제에 대한 즉석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정치인들은 싸우지만 말고 제발 경제를 살려 달라’는 질책이 이어졌습니다. 여당, 야당 구별도 의미가 없었습니다. 정부여당에서 잘못하면 한나라당이라도 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라는 주문이 쏟아졌습니다. 얼굴이 화끈해지더군요. 시민들에게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즉석에서 주인아주머니에게 비법을 전수 받아 직접 만든 떡볶이를 대접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시장 통로 난전에서 깡마른 손으로 고사리나물을 파는 할머님을 뵈었을 때였습니다. 제가 국회의원이라고 말을 하자 손을 꼭 붙잡으시며 그저 장사만 잘 되게 해달라고 부탁하시는 모습에서는 콧등이 찡해졌습니다. 저는 고사리 묶음을 사면서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할머니, 경제를 꼭 살릴게요. 걱정 마세요”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어르신들이 마음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올바른 정치인데, 과연 나는 올바른 정치를 했는지 자문했습니다.
민생 속으로, 민심 속으로 - 동대문시장 방문
설 연휴 하루 전날이던 지난 1월 29일 오전에는 동대문 시장을 방문했습니다. ‘돌고래’라는 제 별명 때문인지 생선가게에서 유독 큰 환영을 받았습니다. 생선가게 주인의 권유로 즉석에서 일일 판매원으로 어물전 일을 했습니다. 비닐 앞치마와 장화를 신고 꼴뚜기 상자배달부터 대구와 홍어 판매까지 했습니다.
지나가던 아줌마들이 웃으면서 저 사람 국회의원 박진 아니냐”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주변 분들의 관심에 힘입어 더욱 큰소리로 “돌고래 박진 품질을 보증하는 싱싱한 생선을 제일 싸게 드립니다”라고 소리치며 호객행위를 했습니다.
생선을 팔며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지만 육체노동에서 오는 땀의 소중함을 새삼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오전의 생선 판매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오후에는 식당가와 그릇가게, 건어물 가게 등을 두루 둘러봤습니다. 상인들은 청계천 복원 이후 매출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습니다. 동대문 시장의 명물인 빈대떡 가게에서 직접 빈대떡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설빔을 준비하러 온 시민들과 노상에서 소주 한잔을 하다보니 하루해가 저물었습니다.
최근 정부는 일부 통계를 근거로 내수가 살아난다고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 과연 관계 당국자가 시장의 상인들, 택시기사들, 서민들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청취한 다음에도 그런 낙관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서울을 대표하는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에서 느낀 체감경기는 추운 날씨보다도 더욱 냉랭했습니다. 고사리를 파는 할머니도, 포장마차 주인아주머니도, 옷가게 아저씨도 밝게 웃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의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 대책 시급
우리가 흔히 즐겨 하는 게임 중에 ‘시장에 가면’이란 놀이가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있어 시장은 너무나 친숙한 공간입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통해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활력이 많이 약해져있음을 느꼈습니다. 이것은 비단 경기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재래시장의 근본적인 경쟁력 문제이기도 합니다.
도심에 자리 잡고 있는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의 자랑스러운 상징입니다. 이제 서울을 대표하는 양대 재래시장이 활력을 되찾고 외국 관광객들이 즐겁게 돈을 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남대문시장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추진해야
남대문시장의 상인들 대다수는 낙후된 시장 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한류 열풍으로 일본과 중국의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부터 문제점은 더욱 커졌다고 합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이제 남대문시장은 낙후된 시설을 현대화하고, 변화하는 유통 환경 속에 한류를 대표하는 新재래시장으로의 개발을 유도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남대문시장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입니다.
우선적으로는 시장건물의 재건설이 필요합니다. 무조건적인 현대화가 아니라 한국의 미를 살린 고층형 재래시장으로의 재건설을 유도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한 적극적인 계획추진과 행정지원을 펼쳐야 합니다. 시장 내에 상인들의 공동 마케팅과 번역 및 법률 지원 등이 가능한 현장 산업 지원센터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넘치는 활력 속에서도 편안한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시장 내 물류시설과 도시형 창고시설을 확충해야 합니다. 최고 수준인 우리의 IT기술을 기반으로 해 통역과 길안내, 점포 안내 기능을 가진 PDA 단말기를 개발해 관광객들에게 임대하는 사업을 시범 운영할 필요도 있습니다.
동대문시장을 세계적 쇼핑몰로
동대문은 현재도 평화시장, 두타, 밀리오레 등 서울의 대표적인 패션 타운입니다. 그러나 서울을 상징하는 패션 타운이 되기 위해서는 동대문 상가지역을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전문 쇼핑몰로 재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패션몰 자체가 국제적인 문화 관광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쇼핑몰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 디자인 센터를 함께 설립해 동대문이 세계의 중저가 의류시장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기반시설을 조성해야 합니다.
패션 디자인 센터는 인근의 디자인 관련 대학과 연계해 운영해 첨단 디자인과 소재 등 전문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관심 있는 학생들의 인턴십 등을 활용해 효과적인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고, 기존 인력의 지속적 재교육을 통해 디자인 사업의 인적자원 경쟁력 강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인프라 확충도 시급합니다. 동대문 지역을 프랑스의 라데팡스 개발의 개념을 벤치마킹해 대중교통과 도보중심 지역으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상가 건물 내에 물류 하역장 건설을 의무화하고 관광버스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주변지역의 교통정체 현상도 해결해야 합니다.
서울의 재래시장이 살아야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것
재래시장은 민생경기의 척도입니다. 재래시장의 상인들이 개선된 환경 속에서 장사를 하고, 서울시민은 물론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이 넘치는 활력 가운데에서도 인간적인 소박함이 묻어나는 분위기에 매료돼 재래시장을 찾을 때 우리의 경제도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상인들의 얼굴에 웃음이 넘치고, 손님들이 편안하게 쇼핑을 할 때 재래시장은 서울을 대표하는 새로운 한류문화 공간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다음 칼럼은 지난 설날의 지하철 2호선 투어에 대해 얘기할 예정입니다. 서울시 지하철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구상도 밝히고자 합니다. 이번 주말이면 입춘인데 수은주는 다시 떨어지고 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재래시장이 살아야 경제도 활력이 넘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