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생을 하인 취급하는 핸드북 전량 폐기해야
장하나 의원, 현장실습생에게는 인사예절보다 노동기본권이 더욱 절실하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비례대표)은 11일, 고용노동부 지역청 국정감사에서 고용노동부가 만든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핸드북’의 내용이 노동기본권 보다는 군대식 인사예절에 더 초점이 맞춰서 있다고 질타했다.
지난해 12월, 광주 기아차 공장에서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 차체 3부 도장과 상도 A반에서 일하던 전남 모실업고 자동차과 3학년 김군이 쓰러졌다. 김군이 배치 받은 곳은 정규직조차 기피하는 페인트 도장 공정으로, 주 72시간을 일하다 뇌출혈로 쓰러진다. 쓰러진 직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해, 현재도 병상에 누워, 보조 장치로 숨 쉬고 있다.
지난 2월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현장실습생 특성화고 학생 104명을 대상으로 한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 실습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보다 더 많이 일하는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며 이들의 노동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평균임금은 124만원이며, 70만원을 받는 학생도 존재했다.
지난해 12월, 광주 기아차 사건 후, 고용노동부는 광주 기아차 공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하고 부랴부랴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핸드북’도 제작했다. 현장실습생 노동기본권에 대한 교육용이었다면 그동안 노동권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담당해온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한국노동교육원이 참여하여 만들었겠으나,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제작했다. 핸드북의 내용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현장실습생을 지도할 특성화고 교사의 의견 수렴 절차도 전혀 없었다.
제작 과정도 문제지만, 핸드북의 내용은 더 심각하다. 노동현장에 중요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재해보상법, 산업안전보건법은 부록으로 처리되어 법 조목이 나열되어 있을 뿐 현장실습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제공은 별로 없다.
아래 그림은 핸드북 15-16페이지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핸드북 전체가 22페이지(부록 제외)인데 이 중 인사법 소개만 무려 두 페이지나 차지한다. 현장실습생들의 인사예절을 담은 부분인데, 상황에 따라 허리를 숙이는 각도까지 제시하고 있다. 내용은 군대에서 사병들에게 인사교육을 시킬 때나 등장할 법한 것이라 핸드북의 제작 취지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장하나 의원은 핸드북이 아니라 인사의 모든 것’인 것 같다.며 “핸드북제작자는 과연 위의 예시처럼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비꼬았다.
화장실에서는 인사하지 않습니다.라는 부분까지 보면 도대체 고용노동부가 현장실습생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 핸드북은 고3학생들에게 배포되는 것인데 이 학생들이 인사법을 배우러 현장실습을 가는 것인지, 기술을 배우러 가는 것인지 알 수 핸드북만 보고서는 알 수가 없다. 현장실습생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출혈 사고 이후 고용노도부가 만든 핸드북이 고작 이 정도라면, 고용노동부의 노동감수성, 인권감수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용모와 복장예절 부분에서는 웃음이 나올 정도다. 여학생의 화장과 복장, 심지어 스타킹까지 지적하고 있다. ‘무늬 있는 스타킹’이 도대체 왜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대처방안 부분도 문제가 있다. 성희롱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이라는 논조 자체가 성희롱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찾고 있는 것이다. ‘업무시간 외에는 되도록 별도의 만남을 갖지 않도록 한다.부분은 마치 밤늦게 다니면 성범죄에 노출되니 밤늦게 다니지 말라‘라는 논조와 비슷하다. 직장 내 성희롱이란 직급 및 나이에 의한 권력관계가 그 원인임에도 학생들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이런 위험한 시각으로 접근을 하게 된다면 학생들에게 비뚤어진 성희롱, 성적 감수성을 주입시킬 수 있다.
실습과 배움이란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니라 질문하고 답하며 모르는 것을 충족시키는 과정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장실습생들을 마치 군대 사병처럼 생각하며 매뉴얼을 작성한 듯하다. ‘부르면 곧 대답합니다.’, ‘끝까지 잘 듣고 필요한 질문을 합니다.’라는 부분을 부면 현장실습생들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지 명확하다. 핸드북은 사용자가 현장실습이라는 명분하에 값싼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자처럼 보인다.
이명박 정부 들어 더욱 열악해진 현장실습생 근로조건
2000년대 초반까지도 노동자이지만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어린 실습생들은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5년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전문계고 현장실습생 인권실태 고발’ 이후 참여정부는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여 실업계고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장실습시기를 3학년 2학기로 늦추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통해 실업계고 현장실습 정상화 운영방안을 폐지했다. 정부의 묵인 속에 어린 학생들을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조기 취업시켜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양산하겠다는 계획에 다름 아니었다.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현장실습학생 제도 비교>
특별, 재량활동 시간 활용-현장실습 이수인정
전문계고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 폐지
파견대상 졸업 후 해당기업체에 취업이 보장된 경우에 한함.(간접고용형태파견 금지)했다.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된 경우에 한함 - 폐지
3학년 2학기 교육과정 2/3이상 이수 필수 학교 자율화
노무현 정부에서 현장실습운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정상화시키려 현장실습을 이명박 정부 들어 모두 망가졌다. 학교 자율화, 청년고용지표 개선이라는 명목 아래 특성화고 학생들은 건강, 안전, 교육받을 권리가 박탈당한 채,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굴레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정부는 2011 들어 특성화고 취업률 제고 대책의 으로 현장실습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특성화고의 높은 취업률을 자신들의 치적인 것처럼 자랑했지만, 특성화고 현장실습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감독, 현장실습 후 근로조건에 대해 통계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장하나 의원은 고용노동부의 안일한 인식으로는 또 다른 기아차 현장실습생 피해자가 나올 것 이라며 정부와 고용노동부의 적극적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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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현장실습생 핸드북인가 군대 사병 매뉴얼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