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불법도청을 해 온 사실이 드러나 국정원의 이번 발표로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도청이 이루어진 사실이 확인되고 휴대전화에 대한 도 감청 사실 역시 확인돼 안기부 도청록 파문은 확산될 조짐이다.
안기부 도청 2002년 4월까지… 휴대전화도 도 감청
국정원은 안기부의 도청작업이 기존에 알려졌던 김영삼 정권 말기가 아닌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2002년 4월까지 실시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도청 작업은 신건 국정원장이 재직하던 시절(2001년 3월-2003년 2월) 중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고위관계자는 안기부와 국정원의 도청 작업은 그 전부터 관행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갑자기 중단되지 못했다 며 DJ 정부 출범이후 도청 대상과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도청 작업은 계속됐었다"고 말했다.
또 국정원은 기지국을 중심으로 반경 200m 이내와 도청대상을 정점으로 120도 범위 내에서는 휴대전화의 도 감청이 가능하다고 밝혀 정보당국의 휴대전화 도 감청을 사실상 시인했다.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 1990년대 초 아날로그 방식의 휴대전화 감청을 위해 감청 장비 4대를 수입해 활용했고, 아날로그 서비스가 완전 중단된 1999년 12월 이 장비를 폐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은 1996년 디지털 휴대전화가 상용화되면서 관련 감청 장비 2종류를 국정원 자체로 개발하는 한편 유선 중계통신망 감청 장비 6세트를 자체 제작해 1998년 5월부터 CDMA 방식 휴대전화 감청에 사용했고 CDMA 기술 발달로 2002년 3월 이동식 휴대전화 감청장비와 함께 전량 폐기했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1999년 12월 이동식 휴대폰 감청장비 역시 20세트를 개발, 2000년 9월까지 9개월간 사용하다가 기술적인 한계로 사용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측은 기술적 이론적으로는 (휴대폰 도 감청이) 가능하지만 휴대폰과 일반전화가 연결될 때 가능한 만큼 휴대폰대 휴대폰 통화는 도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측은 안기부나 국정원 (도청팀) 직원들은 정확한 정보는 그런(도 감청 작업) 곳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고 (이런 작업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또 지난 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안기부를 방문해 도청 중단을 지시했지만 과거 관행을 탈피하지 못했다가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도 감청 논란이 거세지면서 완전히 중단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도 감청 자료는 95년 9월 이전엔 릴 테이프로 저장됐고 이후 PC 파일 형태로 자동 저장했으며 2002년 3월 내용을 모두 폐기해 현재 보관중인 도감청 테이프나 녹취록, 파일은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조사 과정중 일부 직원들이 내 가슴에 묻고 가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해 진상 규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미림팀 91년부터 도청
미림팀은 중앙정보부 시절인 60년대 중반 여론 조사팀 으로 출발해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중심으로 단편적인 정보를 수집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 당시에는 마땅한 장비를 도입하지 못해, 본격적인 도청 활동은 90년 대 초부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정원은 지난 91년 7월 당시 국내 담당 차장이 미림팀의 강화를 결정하고 공운영씨 주도하에 5명으로 1차 미림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출발한 1차 미림팀은 유명 업소를 대상으로 내부 종업원의 도움을 받거나 도청 장비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불법 도 감청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수집된 정보는 담당 국장에게 직보됐지만 최고위층에 대한 보고 여부는 관련자들의 진술 거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93년 조직 개편과 더불어 해체 됐던 미림팀은 1년 뒤인 94년 2월 새로 부임한 국내정보 담당 국장 주도로 재건됐습니다. 2차 미림팀은 공운영 팀장 등 3명으로 구성됐으며 유명접객업소를 상대로 정계 관계 재계 언론계 인사들의 예약 상황을 미리 파악해 본격적인 불법 도청활동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상업 국정원 2차장은 (2차 미림팀은)내부 협조자로부터 정 관 재계와 언론사 예약 상황을 파악해 본격적으로 활동했고 수집이 끝난 장비는 수거하고 해독은 공운영 팀장이 안가에서 전담했다"고 말했다.
미림팀이 수집한 도청 내용은 97년 대선 전 여당 내부의 동향과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들의 동향 등이 주로 포함됐고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회장과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 본부장 간의 대화 당시 5대 그룹의 구조 조정과 관련된 정보들도 수집됐다.
이 과정에서 2차 미림팀은 하루 1-2개의 불법 도청 테이프를 생산했으며 녹음 상태가 불량하거나 정보가치가 없는 테이프는 6개월마다 소각 처리했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지속적인 도청활동을 벌여오던 미림팀은 97년 대선 전 미림팀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국정원에 큰 부담이 된다는 건의에 따라 98년 4월 미림팀은 정식으로 해체됐다.
국정원은 미림팀의 실체가 언론에 보도된 지난달 21일 특별조사팀을 구성, 미림 팀의 구성과 해체경위, 활동내용 불법도청 테이프 등 유출·유포 경위 불법 도청 테이프 회수와 폐기 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여 이같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를 위해 미림팀 관련자 43명을 조사 대상자로 파악하고 이 가운데 전직 직원 18명, 현직 18명 그리고 일반인 4명 등 총 40명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고, 검찰과 협조 관련자 21명에 대해 출입국 규제조치를 취했습니다.
도청테이프 유출 경위
국정원은 도청 테이프의 유출 경위와 관련해선 공운영씨가 자기 방어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 94년 6월부터 97년 11월까지 제작된 테이프 가운데 274개와 녹취록 5권을 무단 반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운영 씨는 지난 99년 9월 재미교포 박인회 씨를 통해 삼성측과 접촉해 녹취록을 제시하며 5억원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공운영 씨는 삼성과 접촉하기 전 박지원 당시 문화부장관에게도 녹취록을 전달하고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은 또, 공운영 씨가 지난 99년 12월 테이프와 녹취록을 무단 반출한 사실을 파악하고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녹음 테이프 261개와 녹취록 2300여 쪽을 회수해 소각 처리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정원은 미림팀의 도청 내용이 당시 안기부 모 차장을 통해 이원종 정무수석과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에게 보고됐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전 현직 직원 등 관련자들을 조사했지만 보고 라인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미림팀에 작성한 테이프는 8천여 개라는 일부 언론 보도는 조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정원 회수 테이프와 공씨 집에서 압수한 테이프 숫자에 13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녹음상태가 불량한 원본 13개가 추가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밖에 공운영씨로부터 테이프를 회수한 이후 공씨를 즉각 조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미림팀의 자료 유출 사실이 외부로 공개될 경우 안기부의 위상 실추와 사회적 파장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당시 감찰실장이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찰 국정원 도청 전반으로 수사 확대
안기부 도청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 2부는 국가정보원이 오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에도 불법 도 감청을 벌였다고 발표함에 따라 국정원의 도청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의 도청도 수사 범위 안에 있으며 이미 일정 부분 수사가 진행중이었다"고 말해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의 도 감청에 대해서도 전면 수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은 또 어제 천용택 전 국정원장의 서울 서초동 자택과 역삼동 사무실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조만간 천 전 원장을 소환해 공운영 전 미림 팀장으로부터 도청테이프와 녹취록을 수거하게 된 과정과 국정원장 재임기간에 불법 도청을 지시 또는 묵인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오는 9일 이학수 삼성 부회장을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안기부 불법 도청 테이프를 입수해 보도하게 한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특히 김대중 정부 시절 도청 행위는 아직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아 사법처리가 가능합니다.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전면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으로 보인다.
한편 김승규 국정원장은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한 뒤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찰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으며 압수수색도 받을 용의가 있다 고 밝혔다.
김대중 정부 때도 불법 도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