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4차 6자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북한 접촉창구 역할을 맡았던 케네스 퀴노네스 전(前)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이 6자회담의 재개를 ‘한국의 외교적 성과’로 표현하며 “한국은 이에 대해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퀴노네스는 25일 발간된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의 영문 정책월간지 코리아 폴리시 리뷰(Korea Policy Review) 8월호에 기고한 ‘동북아에서의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포용이냐 견제냐’라는 글에서 6자회담 재개를 “한국정부의 인내와 끈기 덕분”이라며 한국은 이 같은 의미심장한 외교적 성과에 대해서 상당한 차사를 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퀴노네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로 지난 81년부터 87년까지 주한 미국 대사관에 근무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94년부터 96년까지 국무부 북한담당관으로 미 외교관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당시 김일성 주석과 면담하기도 했다.
퀴노네스는 이번 기고문에서 “한국정부는 미국정부가 국가적 자존심보다는 평화를, 대결보다는 외교를, 단호함보다는 유연성을 앞세우도록 조용하지만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며 “그 결과, 북미 간 긴장고조가 되풀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지역에 평화가 승리하게 된 것이고, 이러한 분위기는 동북아지역의 지속적 경제발전과 그리고 6자회담의 성공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과거의 대북 견제정책이 남북한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심화시킴과 동시에 한국전쟁이 남긴 불신과 적대감을 영속화 시키는 구실을 했다”며 “현재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용정책은 긴장을 억제하고 많은 현안들을 외교적으로 해결했으며, 무엇보다도 남북간에 화해를 증진시켰다는 점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1년 부시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은 높아졌지만, 한국이 포용정책을 점점 더 노련하게 추진해 나가면서,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정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 포용정책을 유지해오면서 부시 대통령의 공세적 일방주의(assertive unilateralism)에 굴복하지 않았다”면서 “일부는 이러한 노 대통령의 입장을 ‘반미’라며 그릇된 낙인을 찍기도 했지만 그의 태도는 반미(Anti-American)가 아니라 친한(Pro-Korean)적인 것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한국인들의 최우선 과제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한국인들의 최우선 과제를 촉진하는 것”이라면서 “다른 동북아 국가들과 함께 미국도 이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또한 ‘친미적(Pro-American)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퀴노네스는 현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남북경협 노력에 대해서도 “남북 간의 화해 조성을 위한 한국정부의 진지한 노력에 대한 북한의 믿음을 유지시켜오는 역할을 했다”며 “노 대통령이 견제보다는 포용을 선호했던 것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태도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글로 번역한 기고문 전문이다. 원문이 실린 코리아 폴리시 리뷰는 정부 대표 영문 인터넷 사이트인 코리아넷(www.korea.net)에 전자책(e-book) 형태로 게재돼 있다.
동북아에서의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포용이냐 견제냐
(Sustaining Peace in Northeast Asia -Engagement or Containment?)
케네스 퀴노네스 (Kenneth Quinones)
전(前) 미 국무부 북한담당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초석이다. 오늘날 동아시아 지역은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번창하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몇 국가가 있다. 또한 최근 6자 회담이 7월말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안정에 대한 전망치도 높아졌다. 한반도에서의 핵 우려를 외교적으로 평화롭게 해결한다는 것은 아직은 요원한 희망이다. 그러나 6자 회담이 재개 된다면 최소한 긴장은 억제될 것이고 외교적 대화는 촉진될 것이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한국 정부의 주변 국가들에 대한 정책은 동북아시아에서 지속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소련의 몰락으로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이 깨어진 후, 한국 정부는 냉전시대의 적들에 대해 견제정책을 버리고 포용정책을 취하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과거의 견제정책이 남북한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심화 시키는 것과 동시에 한국전쟁이 남긴 불신과 적대감을 영속화 시키는 구실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용 정책은 긴장을 억제하고 많은 현안 들을 외교적으로 해결했으며, 무엇보다도 남북간에 화해를 증진 시켰다는 점에 있어서 중요하다. 2001년 부시 행정부의 출범 이후 미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은 높아 졌지만, 한국이 포용정책을 점점 더 노련하게 추진해 나가면서,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정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견제 대 포용
견제와 포용정책은 모두 냉전시대에 미 행정부가 만들어 낸 것이다. 이것들은 본질적으로 민주적 자본주의 국가들이 독재치하의 공산 국가들을 다루는데 사용되었던 전략이다. 트루먼 대통령의 민주당 행정부는 한국 전쟁 초기에 북한에 견제정책을 사용했다. 트루먼의 의도는 북한을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고립시켜 북한정부를 약화시키려는 것이었다. 뒤이어 한국정부가 견제정책을 열성적으로 추진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의 공화당 행정부는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의 충고에 따라 중국에 대한 포용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닉슨 행정부의 목표는 중국이 최우선 동맹국인 소련을 멀리하도록 유도하고, 고립과 적대적 관계에서 벗어나 세계 공동체의 존경 받고 번성하는 일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포용정책이 중국을 개방으로 유도하고 중국과 국제사회와의 관계가 변모하는 가운데 한국은 북한에 대해 견제전략을 고수했다. 거의 20년 동안 남북관계는 긴장 극도로 고조되었다가 짧은 기간 화해하는 양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포용과 ‘북방정책
그러나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은 견제를 버리고 포용을 택하는 결단을 내렸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포용전략을 북방정책’이라고 불렀다. 노 대통령은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의도로 다른 모든 공산국가에 접근하여 북한의 동맹국들이 서울올림픽에 참가하도록 만들었다. 이 정책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어 전세계의 인정을 받았고, 한국은 많은 국가들과 외교 및 경제 관계를 대폭 확대하게 되었다. 뒤이어 한국의 수출과 투자는 늘어났으며, 북한의 가장 큰 동맹국인 소련과 중국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1992년부터 한국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크게 앞질렀다.
한국 정부의 성공은 당연히 북한 지도자들에게 고립정책을 버리고 그들 나름의 포용정책을 취하는 데에 확신을 갖도록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세를 배경으로 1990년과 1992년 사이에 남북간 대화가 증가했다. 남한이 북한과 “기본 조약”들을 연속적으로 체결하는 동안, 미국은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남북한은 UN에 동시 가입하였으며 북한은 핵 시설의 국제 사찰까지 받아들였다.
그러나 1992년에 이르러 북한은 남한의 포용정책의 성공이 더욱 가속화 되는 데 불안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1992년 8월 한국과 중국이 외교관계를 정상화 하자, 북한의 지도자들은 깊은 불안감을 드러냈다. 남한이 중국, 소련과 국교를 정상화한 반면, 북한은 남한과 가장 가까운 동맹인 미국과 일본 어느 한 국가와도 외교관계를 정상화 하지 못했다. 북한은 자신의 핵 시설을 국제 사회에 공개 했지만 미국의 남한내 핵우산은 여전이 비밀에 싸여있었다.
1992년과 2000년 사이에 북한은 국제 사회에 대해 고립과 포용정책 사이를 오락가락 했으며 김영삼 대통령 정부하의 남한도 마찬가지로 견제와 포용 정책을 번갈아 사용했다.
햇볕정책 대 신견제정책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포용정책을 한국이 선호하는 대북정책으로 회복시키려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였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포용정책을 “햇볕정책”이라 불렀다. 이 전략은 대결보다는 외교를, 경쟁보다는 경제협력을, 적대감정보다는 인도주의적 고려를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포용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이런 요소들의 통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마침내 북한이 남한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하게 하였다. 막대한 현금제공은 북한의 지도자가 2000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하도록 하는 중요한 미끼가 되었다. 그러나 오로지 현금제공만으로 북한이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에 응하도록 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지난 50년간 했던 것보다 훨씬 큰 화해의 진전을 이루어내었다. 이러한 발전은 돈을 준 결과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화해무드를 부추긴 것은 유례없이 성공적인 일련의 남북경협사업이었던 것이다. 지난 5년간 남북 양측은 다양한 정치·군사회담을 개최해왔다. 이러한 대화로 비무장지대의 긴장과 충돌이 완화되었으며 무력경쟁이 아닌 대화로 분쟁을 해결하는 선례를 남겼다. 경제적 통합은 엄청난 진전을 보이고 있다. 남북교역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으로 양측은 비무장지대에 도로와 궁극적으로는 철도를 건설하고 있다. 인도적 지원으로 북한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으며 엄청난 규모의 대민접촉이 일어나게 되었다. 엄청나게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교류로 남북 양측은 조상, 역사,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같은 한민족임을 깨닫게 되었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2001년 1월 취임하면서 포용정책의 성공을 부인하는 한편 단점을 부각시켰다. 부시대통령은 즉각 미국 정부의 전략을 포용정책에서 “신봉쇄정책”으로 수정했다. 그는 북한을 대화상대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보았으며 1994년의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Agreed Framework)의 실패는 북한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목청 높여 비난하는 한편 북한을 비롯한 소위 “악의 축” 국가들에 대해 핵무기 확산 저지를 위한 “선제적” 전략을 취하겠다고 위협했다. 부시대통령은 또한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도 대립하면서 대북 “유화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의 후임인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북한을 “방조”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반미(反美) 혹은 친한(親韓)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유지해오면서 부시 대통령의 공세적 일방주의(assertive unilateralism)에 굴복하지 않았다. 일부는 이러한 노 대통령의 입장을 “반미(反美)”라며 그릇된 낙인을 찍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태도는 반미(anti-American)가 아니라 친한(pro-Korean)적인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한국인들의 최우선 과제을 촉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친미적(pro-American)”이기도 하다. 다른 동북아 국가들과 함께 미국도 이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경제협력” 정책은 남북간의 화해 조성을 위한 한국 정부의 진지한 노력에 대한 북한의 믿음을 유지시켜오는 역할을 했다. 뿐 만 아니라 노 대통령의 정책은 평양에게 안도감을 가져다주었는데, 이는 부시 대통령의 보다 대결적이고 강압적인 대북 정책으로부터 한국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독립성을 주장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가능했다. 동시에 노 대통령의 포용정책은 북한에 대한 “新견제정책” - 경제제재나 군사적 행동 가능성 양쪽 모두의 측면에서 - 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는 부시 대통령의 입지를 줄여놓았다.
또한, 노 대통령이 견제보다는 포용을 선호했던 것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태도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 분명해졌듯이, 부시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모두가 6자회담에 대한 각자의 전략을 수정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일년간의 집중적인 물밑 외교를 필요로 했지만, 한국 정부의 인내와 끈기가 중국의 협조와 더불어서 큰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이제 미국과 북한은 긴장을 고조시키는 설전을 중지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상호적 유연성을 보이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이 같은 의미심장한 외교적 성과에 대해서 상당한 찬사를 받을 만하다. 미국과 북한이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한국 정부는 긴장의 수위를 낮추는데 기여했으며 외교적 노력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노력했다. 한국은 또 북한의 충동적 행동을 억제하고 신중히 설계된 경제적 유인책을 꾸준히 제공함으로써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동시에, 한국정부는 미국정부가 국가적 자존심보다는 평화를, 대결보다는 외교를, 그리고 단호함보다는 유연성을 앞세우도록 조용하지만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 결과, 북미간 긴장고조가 되풀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지역에 평화가 승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동북아지역의 지속적 경제 발전과 그리고 6자회담의 성공에 필수적인 것이다.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궁극적으로 동북아시아에서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의 운명에 달려있다. 이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평화로 가는 길은 불가피하게 한국의 통일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갑작스런 통일 - (북한) 정권의 붕괴를 통해서건 강제적 정권교체를 통해서건 - 은 한국이나 한국의 이웃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 그런 사태는 오히려 정치적 혼란, 심지어 내란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리고 동북아 지역 번영을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도 있다. 반면, 점진적 통일은 여전히 먼 희망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대단히 복잡하고 논란적인 정치적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같은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한국인들은 현명하게 남북간 화해, 경제 협력과 그리고 통합을 위한 노력에 집중해오고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포용정책이 이 두 가지 프로세스를 모두 촉진시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는 노 대통령이 현재 포용정책의 한 형태로 추구하고 있는 경제협력정책이 남북 화해를 도모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정책은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지탱해준다. 바로 이것이야 말로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미국 모두가 6자회담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6자회담 재개는 한국외교 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