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컨설턴트 혹은 발명가.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택했을 직업에 대해 자타(自他) 모두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꼽는 목록이다.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 행사는 이러한 생각이 현실과 거리가 멀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정부부처 최초로 업무관련 매뉴얼을 작성한 대통령 비서실 여사무원 70여명을 초청해 다과를 같이 하며 격려한 이날 행사에서 노 대통령은 “여럿이 꾸준히 함께 모여 공부하고 의논하고 토론해야 하는 힘든 일인데 해냈다는 얘길 들으니 여러분이 예뻐 죽겠다”고 인사했다.
그리고는 계속되는 인사말을 통해 경영 컨설턴트, 특히 혁신 컨설턴트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소재는 현재 청와대 업무혁신의 중심인 문서관리카드 및 매뉴얼이었고 주제는 표준화 였다.
자동차가 왼쪽, 오른쪽 마음대로 다니거나 헤어드라이어 콘센트가 집집마다 다르고, 휴대폰 배터리 충전기 접속단자가 자유분방하면 골치 아파 못산다. 창의와 다양성이 오늘날의 코드이지만 그것도 표준화된 질서 가운데 꽃피어야 한다”고 표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서관리카드와 매뉴얼이 필요한 이유도 설명했다. 문서관리카드는 표준화된 방식으로 문서를 작성 교환해 쉽게 우선순위를 파악하며 업무를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한다. 그리고 사람이 바뀌어도 쉽게 적응할 수 있게 한다. 매뉴얼도 새로운 사람이 왔을 때 같은 방식으로 할 일을 정리한 것이다.
매뉴얼로 매뉴얼을 극복하라”는 화두를 미국에서의 도요타 자동차 성공사례를 들어 제시했다. 도요타는 매뉴얼에 속박되지 않는 창의적 사업으로 현장에서 혁신이 일어나는 조직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미국 현지공장에서 혼다, 니싼보다 효과적인 성공을 거뒀는데 문서로 잘 정리된 매뉴얼이 있어 일본과 똑같은 작업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두 모순된 조건이 하나로 통일된 것이다.
이어 진행된 환담에서는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갖가지 발명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여름철 대중음식점에 가면 윗도리를 벗어야 하는데 의자에 걸어놓으면 밑부분이 바닥에 끌린다. 이것은 의자 등받이를 좀 높이고 그 윗부분을 옷걸이 모양으로 만들면 될텐데 등산할 때 땀이 나면 바지의 무릎부분이 피부와 붙어 걷기가 불편해진다. 이 문제는 바지 무릎 윗부분에는 장식 겸 단추를, 아래에는 고리를 달아 땀이 날 때만 접어 올려 채워놓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내가 매일 혁신, 혁신 하니 다른 사람들이 청와대는 혁신을 얼마나 잘 하느냐’고 묻는다. 이제 할 말이 있다”면서 “그렇게 묻는 사람들에게 ‘청와대 혁신은 이제 불이 붙었다. 사무원들의 혁신 수준이 이 정도야’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혁신 컨설턴트 혹은 발명가 대통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