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비서관 김수현은 22일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일주일에 얼마 올랐느니, 매물이 있느니 없느니, 전국이 투기열풍이라느니, 온 언론이 실황중계하는 가운데 국민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조바심에 안절부절 못하고, 그럴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은 상실감, 분노를 느낀다.
모두가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는 막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다. 서민주거 불안도 문제지만 경쟁력 하락, 나아가 거품붕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방은 제각각이다.
부동산 시장 투명하게보유 거래과세통계 공개
일부에서는 시장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며, 수요가 있는데 공급이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별히 중대형 주택부족을 강조한다. 또 너무 세금이 올라 가격에 전가된 것이라고 한다. 수요억제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공급은 충분하며 집값 급등 지역에서조차 전세값이 오히려 떨어진 것이 그 증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세금이 낮고, 공공임대주택이 너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과 공공, 공급확대와 수요관리가 주장하는 사람들마다 강조점을 달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부동산에 계속 돈이 몰리는 근저에는 부동산에서 더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놓여 있다. 강남불패 신화는 꺾이지 않았으며, 저금리 때문에 합당한 투자처를 찾는 것뿐이라며 정당화된다. 지금 우리 부동산 시장은 투자든 투기든, 이익을 목적으로 한 가수요가 압도하고 있다. 시장이 작동하게 두라지만,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해법은 먼저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실거래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유독 부동산 시장만 이중계약서, 이중가격이 당연한 관행이 되어 있는 이 후진적 상황을 개혁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의 보유, 거래, 과세 통계가 국민들에게 정확히 공개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부동산을 통한 투기적 소득을 완전히 환수해야 한다. 근근이 모은 돈으로 겨우 산 집 한 채가 좀 오르는 것이야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채를 가지고 있어도 부담이 되지 않고, 오히려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문제다. 보유세가 그간 턱없이 낮았고, 최근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아직도 과다보유 심리를 억제하는 데는 한참 못 미친다. 양도세의 실효세율은 15% 내외에 불과하고,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개발이익 합리적으로 환수하면서 주택공급 늘려야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심리가 있는 한, 집 팔려는 사람들이 큰소리치는 시장이다. 오른 세금만큼을 가격에 얹어 팔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실수요만큼은 과감하고 지속적, 안정적으로 주택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두 가지 길이 있다. 새로 택지를 만드는 방법과 기존 시가지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방법 모두 개발이익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오히려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개발이익을 합리적으로 환수하고, 공공이 직접 나서서 주택을 공급한다면 설령 고층아파트를 짓더라도 국민적 동의가 가능하다. 개발이익을 환수하면서 주택공급도 늘리는 패키지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는 산적해 있다. 얼마나 개발이익을 환수하면, 사회적으로도 적정하고 개발의욕도 떨어뜨리지 않겠는가? 공공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실거래가 신고제도를 도입하더라도 거짓 없이 파악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더 이상 집이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온 국민이 나누어 쓸 기쁨과 희망’의 재산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이 간절한 만큼 방법은 반드시 있다.
국민적 합의 속에 확고한 길 찾는다
바로 그 방법을 찾자는 것이 지난 17일 부동산정책 간담회에서 공감대를 이룬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자”는 내용이다. 실효성이 없다면 강화하거나 과감히 폐기하고, 국민적 합의 속에 새로운 길을 찾자는 것이다.
이 길은 정권이 바뀌어도, 혹은 경기가 나빠져도, 심지어 천재지변이 나더라도 바뀌지 않는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권장할 것과 금지할 것을 명확히 제도화하는 것이다. 실수요자는 권장, 보호하되 투기이익은 환수하는 것- 그 간단한 원리가 자리 잡아야 한다. 각 개인의 이기심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제도로써, 절차로써 더 이상 투기이익을 기대하지 않는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 답은 있다. 부동산을 통한 초과이익 기대심리 때문이라면, 막을 방법이 있다. 공급이 부족하다면, 투기를 유발하지 않고도 공급을 늘릴 방법이 있다. 모든 국민이 바라는 일인데, 어찌 답이 없겠는가 올해 안에 국민적 합의를 통해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며, 또한 반드시 찾아야 우리 자녀들의 집 문제도 해결된다.
실수요자 보호 투기이익 환수 두 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