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5일 민원과 국민제안에 담긴 국민불편 상항을 제도개선으로 해결하는 일과 관련해 “규정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하는 것 중에서 딱히 정치적 쟁점화도 안 되고, 시민사회 쟁점화도 잘 안돼 입법과제로 되지 않는 많은 민생애로를 적극 발굴해 제도개선으로 풀어보자”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민원·제도개선 보고대회’에 참석해 “실질적으로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문제가 민원에 포함돼 있는데 규정 때문에 안 된다고 넘어가는 것은 진정한 국민을 위한 행정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국회와 국무회의에 올라가기에 작고, 국회의원의 관심에도 작아 보이나 민원을 제안하는 국민에게는 절실한 먹고 사느냐의 문제이고, 사업이 흥하느냐 망하느냐의 문제”라며 “민원인과 같은 처지에서 생각해볼 것”을 각별하게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시민사회의 참여가 중요하며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면서 “국민생활과 밀착한 시민운동이 행정과 결합하고 정책부서를 움직여나가는 것은, 국민을 위하는 행정을 뛰어넘는 ‘국민과 함께 하는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의 핵심모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부처 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제도개선의 주역으로 나서줄 것을 바라는 당부도 있었다.
노 대통령은 “보고된 내용이 조직문화가 될 수 있도록 수준과 품질을 더욱 높이고 다듬어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자세, 자질,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지자체에 대해서는 “행정권한이 지자체로 많이 이양돼 국민에게 제공되는 행정서비스의 일선 창구가 지자체인 만큼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제도개선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노 대통령 모두발언, 마무리발언 요지
▶ 변화하는 시대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 아니 성공하기 위해서 학습이 필요하다. 바쁜 일에 쫓기다 보면 학습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토요일은, 주40시간 시대 도래해서 토요일이 개인의 휴식시간으로 점차 돌아가고 있는 과도기적 시기에, 늘어난 휴식시간을 학습에 투입하는 그런 시도를 한번 해보면 좋겠다. 개인을 위해서도 그렇고 조직이나 국가를 위해서 좀더 왕성한 학습활동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자기와 조직의 향상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해 달라.
제도개선이라는 말을 참여정부 들어와 많이 쓴다. 그런데 개념은 아직도 모호하다. 왜냐면 제도개선 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제도개선을 넓게 이해하면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국회에서 하는 모든 입법활동이 다 제도개선이고, 국무회의에서 하는 모든 법령 심사가 제도개선을 결론짓는 과정이다. 그러고 보면 국정 중에서 제도개선 아닌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제도개선은 다 중첩되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겠으나 한정적으로 그렇게 사용하고자 한다. 우리가 국회에서 하고 선거 시기에 각 공직의 후보가 공약하고 특히 대통령이 공약하고, 그 다음에 시민사회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언론에서 문제제기를 해서 우리 사회에 보편적으로 인식된 개선 과제는 나름대로 해결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그런 것은 따로 제도개선으로 들고 나오지 않아도 좋다.
그 외에 많은 제도개선 과제가 발굴되지 않고 파묻히거나 무시되고 있다. 우리가 민원 얘기를 많이 하고 민원 처리를 대단히 중요한, 공무원 조직의 업무로 생각하는데, 민원은 하나하나 그대로의 민원일 수도 있지만, 그 민원 안에는 제도개선 요구가 들어있는 게 많다. “법과 제도 때문에 그런 민원은 들어줄 수 없다”고 하면, “그런 법이 어딨냐”는 질문을 받는다. 창구에서 이런 상황 벌어지지 않을까. 민원에 대해 “법·규정이 맞지 않아 할 수 없다. 규정이 없다. 규정 때문에 못한다”고 하면 “알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슨 그런 규정이 있소?”라고 시비조로 말하거나 불평하는 사람이 있다.
규정이 완벽하면 국회가 무슨 소용이 있나. 입법기능은 소용이 없다. 계속 변화해야 하니까 국회도 여러 규범을 생산하는 기구를 만들어 심사한다. 그 심사대상에 잘 올라가지 못하면서 국회에 올라가기에 작고, 국무회의에 올라가기 작고, 국회의원의 관심에도 작아 보이나, 민원을 제안하는 국민에게는 자기에게 민생에 절실히 관계되고 먹고 사느냐 문제이고 사업이 흥하느냐 망하느냐의 문제에도 걸린다. 실질적 피부에 와 닿는 문제는 민원에 포함돼 있는데 규정 때문에 안된다고 넘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진정한 국민을 위한 행정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규정 때문에 안된다고 말하는 것 중에서 딱히 정치적 쟁점화도 안되고 시민사회 쟁점화도 잘 안돼 입법과제로 되지 않는 많은 민생의 애로를 우리가 적극 발굴해 풀어보자, “그런 법이 어딨냐”고 하면 그 민원과 같은 처지에서 우리가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법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알지, 당신 입맛대로 살란 말이요?”라고 짜증낼 수 있다. “왜 그런 법이 없냐”고 (민원인이) 시비를 걸면 시비처럼 들린다. 근데 깊이 들여다보면 생각해 볼 점이 많다. 국민을 위해서, 국민의 편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법인데 이것이 다른 가치와의 충돌이나 다른 가치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는 부득이한 것 외에 해소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이 있다. 그걸 찾아내자는 것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들여다봐도, 법제처장이 들여다봐도 한계가 있으니까,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문제는 민원인에게 말하게 하고, 한마디라도 더하게 하고, 그것을 잘 해석해서 현장에서부터 개선의 과제를 찾아내자, 그렇게 해서 민원으로부터 실마리를 찾아서 국민들에게 불편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해소해 나가자는 뜻에서 민원·제도개선이라고 부른다. 제도개선은 그 정도의 뜻이다.
부처 단위에서 해소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결국 국무회의 결정까지 거쳐야 하는 과제도 있지만 사각지대, 또는 소외지대에서 매몰되기 쉬운 제도, 불편사항을 찾아내서 하자, 이것이 그야말로 국민을 위한 정부가 가져야 할 자세 아닌가 생각해 시작했다. 민원 공무원은 민원에 치여 제도개선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고, 그러면 민원 공무원보다 상급자에게 책임을 맡길라 하니 다 맡은 바 책임이 있는데 제도개선 한다고 국·과를 만들 수 없고, 혁신담당관에 붙이자니 거기는 위에서 내려오는 과제, 청와대 혁신관리실에서 보자고 하고, 행자부에서 보자고 하고, 장관도 보자고 하고, 위에서 낙하산식으로 내려오는 명령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민원 창구까지 하자니 잘 돌아가기 어렵다.
2년간 열심히 해서 상당히 발전한 것도 사실이나 아직 제대로 돌아간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을 잘 정비해서 부처의 중요한 업무로, 행정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매우 이 문제를 중요한 과제로 항상 인식하고 존중해 나가자는 뜻으로 오늘 또 다시 모였다. 앞으로도 이렇게 간간이 모여 실적을 점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하고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 가고 해서 서비스를 좀더 잘하고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그런 행정을 해가도록 했으면 좋겠다. 유익한 토론되기를 바란다
▶ 마무리발언 : 오늘 토론은 활발하게 이뤄졌고 유익했다. 이 분야가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 오늘 참석한 여러분들이 잘 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토론된 내용을 전 부처에서 실천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제도개선은 법, 제도 말고도 관행과 문화 등의 장애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합리적인 업무처리를 가로막는 모든 제도적 문화적 장애를 제거하는 것이다. 오늘 보고를 통해 제도정착의 기초는 마련됐다는 평가를 할 수 있었다. 이제 앞으로 할 일은 이를 확산하고 한편으로 내실화하면서 제도의 정착을 위한 정비를 착실히 하는 것이다.
제도개선의 확산을 위해 모든 부서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혁신을 주도하는 부서가 더 노력해야 한다. 내실화를 위해서는 보고된 내용이 조직문화가 될 수 있도록 수준과 품질을 더욱 높이고 다듬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자세, 자질과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시민사회의 참여가 중요하며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 국민의 생활과 밀착한 시민운동이 행정과 결합하고 정책부서를 움직여 나가는 것은, 국민을 위하는 행정을 뛰어 넘는 국민과 함께하는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의 핵심모습이 될 것이다.
오늘 참석한 부단체장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행정권한이 지자체로 많이 이양되어 있고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행정서비스의 일선 창구가 바로 지자체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스스로가 제도개선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지자체가 활발하게 의욕을 갖고 참여하면 국민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자체의 많은 관심과 활발한 참여를 각별히 당부드린다.
발굴 민생애로 제도개선으로 연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