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일 “지금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는데 회복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무리해선 안 되며 천천히 견실하게 성장해서 일단 회복된 경기가 오래 가게 정책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재경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며 “그동안 경제부진이 너무 긴 기간 동안 진행돼서 힘들었고, 재경부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6개월 이내 효과가 나타나는 단기적인 경제정책보다는 2년, 3년, 10년쯤 내다보는 중장기 대책을 세우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것은 정책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주택공급은 시장기능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있고 시장에 맡기면 안 되는 것이 있다”고 전제하며 “시장의 기능으로 해결되는 중형 이상의 임대주택은 시장에 맡기고,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서민형 임대주택은 공공부문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업자가 부도가 나면 입주자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는 등 민간임대사업자만으로는 미덥지 못한 부분이 있기에 이에 대한 제도적 대비를 해야 한다”면서 공공부분이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 임대주택 대책에서 공공부문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와 관련해 “민간이 하는 것은 선이고 공공부분에서 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고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공공부분도 경쟁도입과 혁신을 통해서 효율화가 가능한 만큼 필요한 부분에서는 과감히 나서서 수요를 충족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부동산 수요에는 소유에 대한 수요도 있지만 주거에 대한 수요도 있기에 이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임대주택정책은 부동산 공급을 위해서도 좋은 정책”이라며 “주무부처는 따로 있지만 재경부가 주도적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토지 공급을 비롯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불공단 미분양 사례에서 보듯이 경제력의 지역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균형발전이 중요하다”면서 “시장법칙에 반하지 않는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나가자”고 당부했다.
세제개선에 대해서는 “세목의 일부를 지방화 하는 것은 세제부분에서 분권화 방안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지역간 경제격차 때문에 불균형 해소에 반드시 이바지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재경부는 획기적인 세제를 통해서 불균형시정을 극복해 나가는 방안을 강구해 보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신용불량자 대책, 중소기업 대책 마련 등과 관련한 지난해 재경부의 업무추진 실적을 보고받고 성과를 치하했다.
먼저 “신용불량자 문제가 해결될 것 같은 전망을 갖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역량도 성장했다”며 “신용불량자 정책은 수준 높은 행정과 관리로 업무프로세스 혁신을 이룬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 “중소기업 대책은 지난해에 깊이 있게 실태를 분석해 맞춤형 정책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 지난해 6월 중소기업 대책을 만들 때 재경부가 6000개 기업샘플을 조사했고, 이어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말 1만개의 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 것이 맞춤형 정책을 마련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함께 재경부 산하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등 4개 외청이 혁신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을 꼽으며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는 혁신과제 우수기관, 우수직원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따로 관리해 언제든지 혁신이 필요한 기관에 계획적으로 인사를 하는 기본방침을 세우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앞서 열린 재경부 업무보고에선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가 5대 정책목표와 16대 이행과제를 뼈대로 하는 올해 업무계획에 대해 보고했다. 재경부는 △투자·소비 활성화 △경제·사회변화에 대응한 세제개혁 △금융산업 균형발전과 자금흐름의 선순환 기반 구축 △선진형 통상국가 기반 구축 △재정과 국유재산 관리 혁신 등 5대 정책목표 달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100.2조원) 등 확장적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공공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사업(BTL) 등 종합투자계획을 원활하게 시행해 민간주도의 투자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또 신용불량자 문제를 올해 안에 매듭짓기 위해 기초생활보호대상자, 영세 자영업자 등 생계형 채무상환 곤란자에 대한 신용회복 지원 대책을 이달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시장 대책으로는 안정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종합부동산세 시행, 부동산투기 억제지역의 합리적 조정,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시스템 구축과 함께 6월까지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달성을 위한 방안으로는 물류·회계·법률 등 기업지원서비스, 교육·의료·보육 등 사회서비스, 문화·관광·레저서비스의 경쟁력 강화대책을 마련하고, 업종별 대외개방 전략까지 수립한다는 방침에서 국무총리 주재 ‘서비스산업 관계장관회의’를 신설·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이밖에 민원시스템을 혁신해 정책질의, 유권해석 등의 구체적 민원은 접수 뒤 2시간 안에 처리방향을 답변하고, 정책성 제안과 문의는 1일 안에, 구체적 검토가 필요한 민원은 5일 안에 후속답변을 하는 ‘2-1-5-0시스템’ 가동을 올해 주요 혁신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경기회복 오래 가도록 정책 잘 관리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