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2년의 경제상황은 전환기적 시련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고난의 강행군이었다.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짐은 만만치 않았고,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경제체질 강화라는 새로운 시대의 과제는 크고 무거웠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 경제여건은 정경유착, 관치금융, 대기업 중심으로 대표되는 정부주도형 불균형 성장의 유산이 잔존하고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신용카드 남발과 부동산 경기 부양 등 단기 대증요법식 정책대응의 후유증이 보태졌다.
그 짐을 털어내고 지역, 산업, 기업, 계층이 상생하는 균형되고 통합적인 경제성장으로의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참여정부에 맡겨진 과제였다. FTA(국제자유무역협정) 확대 등 개방과 자유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기준의 확립, 시장개혁을 통한 정경유착과 관치경제의 해소,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으로 인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 극복도 숙제로 주어졌다. 무엇보다도 혁신역량을 바탕으로 한 성장잠재력의 확보가 절실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상황은 심상치 않았다. 이라크전, 북핵, 사스 등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됐고, 유가는 급등했다. 참여정부 출범 당시인 2003년 1~5월 사이 유가는 전년 동기대비 21.1%로 높아졌다. 2003년 1월 북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선언으로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고조됐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경기부진과 사스 확산으로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과 동남아 경제가 타격을 입었고 우리나라는 그 직접적인 영향권하에 들어갔다.
특히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과 카드 확대 등 2001~2002년의 과잉소비 조정 과정은 소비위축과 내수 침체로 이어졌다. 금융시장도 SK 글로벌 분식회계 사건과 카드채 문제로 시장 전반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불안요인 ‘관리’하면서 성장잠재력 확보
참여정부는 먼저 이같은 대내외 불안 요인과 당면 경제현안에 대응하면서 장기적으로 국민소득 2만불 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이미 일어난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경제시스템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상황을 방지하면서, 향후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성장잠재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가계대출의 만기연장 유도, 신용불량자 특성별 대책 및 신용회복 지원, 중소기업의 단기적 자금애로 해소를 위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종합대책 추진 등으로 시장 및 금융시장 불안에 대처했다. 해외의 경우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과 건전성에 대한 적극적인 IR(해외투자자 관리) 활동을 통해 대외신인도를 유지했다.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 노력도 추진됐다. 투자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대폭 정비했다. 파급효과가 큰 덩어리 규제 정비를 위해 총리실에 민·관 합동의 규제개혁기획단을 설치했다. 토지규제개혁방안(04.6), 가용토지공급활성화 방안(04.11) 등 토지규제 개혁의 기본 골격도 마련했다. 기업투자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해소하려는 노력도 병행됐다. 대통령이 직접 경제계 대표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했고(2004.5.21, 5.25), 기업애로투자해소센터(04.3, 총리실) 기업신문고(04.2, 산자부) 기업민원신고센터(04.2, 감사원)등의 설치를 통해 기업의 어려움을 풀어주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았다. 기업 유형별·성장별로 맞춤형 지원을 하는 중소기업 경쟁력강화 종합대책이 마련돼 추진중이며(04.7), 벤처기업에 대해서도 성장단계별로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한편 자본시장의 역할을 강화하는 벤처기업 활성화대책(04.12)이 발표됐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차세대 성장 산업 육성에 정성을 기울였다. 이는 과학기술중심사회 등 국가혁신시스템 구축과 맞물리는 과제이기도 했다. 미래형 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이 선정됐고(03.8), 핵심 기술개발 로드맵 마련 등 실천계획도 수립됐다.
대화와 타협, 법과 원칙’ 노사문화 정착 조짐
차세대 성장 산업 육성의 토대가 되는 국가과학기술혁신체계도 구축되고 있다. 과학기술 혁신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과학기술 행정·조정체계의 개편이 이루어졌다. 과기부가 부총리 부서로 격상돼 과학기술 정책을 종합적으로 기획·조정·평가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 국가과학기술정보를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국가과학기술종합정보시스템 구축이 추진되고 있으며, 연구개발 성과의 확산과 산업화 촉진, 기술거래 활성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시장 선진화와 관련해서는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증권집단소송제 도입을 통한 시장감시 장치 강화,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선진국형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유도, 기업 공시 의무 강화 등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과 공정 경쟁 촉진을 위한 정책이 시행됐다.
노사관계는 ‘대화와 타협, 법과 원칙’이라는 관행이 서서히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난 2년간 노사분규 건수는 증가했으나 근로손실일수는 감소하는 등 노사불안 체감지수가 개선되고 있다. 고임금 대기업 사업장의 무리한 파업이 자진철회 되는 등 과거에 비해 대화와 타협을 통한 노사간 자율적 해결이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단기처방보다 시스템 개선에 …동반성장 통한 양극화 해소 과제
물론 이같은 정책의지와 노력이 다 성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는 했지만 피부에 와 닿는 경제회복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수출과 내수의 연계 약화, 대기업의 약진과 중소기업의 침체 등 양극화의 명암이 극명하게 대비된 기간이기도 했다. 이는 투자부진과 소비 위축으로 나타났고 그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과 중소기업이었다. 아직 부족한 사회안전망도 서민가계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이와 관련, 김병준 정책실장은 “참여정부는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중장기 시스템 개선에 역점을 뒀다”면서 “시간이 흐르면 그 효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순환적 관점에서, 주로 대기업 중심의 문제로 접근했던 경제관련 논의가 중소기업, 부품소재산업, 인적자원 개발, 양극화 등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구조적 문제’로 전환된 것은 중요한 변화다. 후유증을 남기는 대증요법식 단기처방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원칙을 지켰던 것도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미래다. 다행이 그간 얼어붙었던 경제가 기지개를 펴는 신호가 들려오고 있다. 주가, 경기실사지수(BSI), 유통업체 매출에 변화 조짐이 느껴지고 있다. 문제는 이 불씨를 어떻게 살려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 해법으로 ‘동반성장을 통한 양극화 극복’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선진국 진입의 기틀’을 놓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노동·자본집약적 경제에서 지식·정보집약적 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동반성장은 모든 경제주체가 공동체적 협력과 참여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시장경쟁과 혁신을 통해 지속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며,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도 ‘패자부활전’을 통해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안전망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기도 하다.
성장을 통해 분배가 촉진되고, 수출 증가가 투자와 고용으로 연결되고, 이것이 다시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구조다. 부품을 제공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곧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과 균형의 발전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같은 동반성장을 통한 선진경제 진입 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와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혁신주도형 경제체제의 구축, 개방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금융시스템의 선진화,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의 집중 육성, 문화·관광 등 복합소비산업 육성, FTA의 적극추진, 연구성과의 산업화와 상업화 촉진 등이 이에 따른 과제들이다. 지속적인 성장동력의 발굴과 확충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할 수 없다.
노 대통령 경제체질 강화 주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