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7일 “한일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관용과 신뢰”라며 “양국의 국민감정을 거스르는 사건이 일어나는 일도 있으나, 감정적인 대립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짜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웃나라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 겸손은 강대국만이 가능하다”면서 “겸손하고 관대한 한국도 중요하지만 겸손하고 관대한 일본 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는 “노 대통령은 회견 중 내년 한일우정의 해의 의의를 부여하는 데 대해 국교회복 40년, 해방 60년, 1905년 한국이 일본에 합방된 ‘을사보호조약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지적했다”며 “우정의 해에 일본에서 식민지정책을 긍정하는 등의 ‘망언’이 나오지 않도록 쐐기를 박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또한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것이라며 제공한 유골이 다른 사람의 것으로 판명된 데 대해 “일본국민이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 대응에 있어서는 보다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면서 “오판이나 미스이면 적절한 해명을 통해 오해를 푸는 것이 중요하고, 악의에 의한 것이 확실할 경우에는 제재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북미교섭에서는 한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6자회담 과정에서는 한국의 입장, 한국국민의 이해관계가 반영된다는 의미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강경수단이나 압력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커다란 후유증이 남게 된다”며 “보다 인내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대화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남북정상회담에 관해 “언제 어디서라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환영하지만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당장 회담이 개최되면 핵문제가 테마로 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회담에서 핵문제가 거론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라크 파병에 대해 “한국의 이라크파병부대의 역할은 이라크인과 직접 전투하는 것이 아니라 복구지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파병연장을 결정했고,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한국 내 반미감정에 대해 “한국의 반미감정은 심각하지는 않다. 오히려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면서 “한미관계는 급속하게 개선되고 있는 중이며 상호 존중하는 건전한 동맹관계로 변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노무현 대통령 마이니치신문 인터뷰 전문
내년 한일우정의 해는 국교회복으로부터 40년, 한국 측에서는 해방된 지 60년을 기념하는 중요한 해이다. 한일 정치인이나 국민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나.
내년은 또 하나 의미가 있다. 제2차 한일협약이 맺어진지 100년이 된다. 한일관계에 있어서 과거와 미래를 가진 의미가 포괄적으로 포함되는 특별한 해다. 현재는 과거의 역사를 극복해 건설적인 미래를 구축해 가려는 의사를 가져야하는 시대이다. 나쁜 방향으로 역행하지 않도록 무엇을 할 것인가를(한일 정치인과 국민은) 보다 깊게 생각해 인식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일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용과 신뢰다. 양국의 국민감정을 거스르는 사건이 일어나는 일도 있으나, 감정적인 대립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감정을 자극해 신뢰를 해치는 행위의 하나가 가끔 정치인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감정을 해치는 발언을 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감정을 이용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 국민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웃나라에 대한 관용적인 태도, 겸손은 ‘강대국’만이 가능하다. 일본은 자타가 공인하는 ‘강대국’입니다. 겸손하고 관대한 한국도 중요하지만 겸손하고 관대한 일본 쪽이 중요합니다.
북한으로부터의 납치 피해자인 요코다 메구미 씨 등의 유골이라고 제공된 유골이 다른 사람의 것으로 판명돼 일본 국내에서 제재론이 고조되고 있는데.
이번 유골사건은 결과 자체가 일본국민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북한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모든 행위에는 공개된 의도,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번 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혹시나 의도된 행위라기보다 오판이나 미스로 생긴 일이 아닐까라는 것조차 생각한다.
일본 국민이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그 대응에 있어서는 보다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오판이나 미스이면 적절한 해명을 통해 오해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악의에 의한 것이 확실할 경우에는 제재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의미에서도 고이즈미 총리와 일본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하고 냉정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은.
핵 문제는 한반도의 안보와 함께 비핵화 합의에 관련되는 것으로, 남북간 문제임과 동시에 핵대국이 주도하는 질서에 관련된다. (이 문제는)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주도적인 역할을 미국이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해결에 이르는 도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은 한국 국민에게 있어서는 생존이 걸린 심각한 문제입니다. 해결의 과정에서 한반도의 미래와 한국국민의 이해가 무시돼서는 안된다. 지금까지의 북미교섭에서는 한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6자회담 과정에서는 한국의 입장, 한국 국민의 이해관계가 반영된다는 의미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려고 생각한다.
대북 대응은 대화와 압력 어느 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 일부에는 평화적 해결을 바라고 있지만 불가능하다면 압력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경수단을 강조하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먼저 대화를 우선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강경수단이나 압력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무리하게 강경수단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커다란 후유증이 남게 된다. 대화의 가능성에 대해 나는 강경론자와 다른 인식을 갖고 있다. 보다 인내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대화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섭에서는 양보도 필요하다. 양보한다 하더라도 압력 또는 무력에 의한 해결수단 보다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압력을 선택할 수도 있으나 압력행사에 있어 효과적인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가담하는 것이다. 중?러는 북한의 핵 보유에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지나친 태도를 취하면 참가해 올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어떠한 조건이 정비되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정상회담은 언제 어디서라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환영합한다. 하지만 국민 앞에 정책으로서 공표하고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가능성이 낮은 정책을 발표하면 국민이 혼란스러워 한다. 정상회담을 바라고 있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회담이 개최되면 핵문제가 테마로 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회담에서 핵 문제가 거론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한일 양국정부 모두 이라크파병의 1년 연장을 결정했습니다. 한국 국내에 파병 반대론도 강하게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연장한 이유는.
미국의 이라크공격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양면성이 있다. 후세인 독재정권의 인권침해나 잔인성을 그냥 지켜 볼 수는 없었다. 한편 세계 인권문제에 대해 강대국이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적절했는가 하는 지적도 타당성을 갖고 있다. 세계 속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강대국의 일방적인 행위에 대한 우려이다. 한국이 파병연장을 결정한 것은 한미간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미관계 역사에 대해서 여러 가지 찬반 의견이 있지만 안보, 경제면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한국은 미국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한미간 우호협력관계에 대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의 국민감정입니다. 미국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졌을 때 지원하지 않는다면 미국인이 섭섭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이것은 양국관계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국의 이라크 파병부대 역할은 이라크인과 직접 전투하는 것이 아니라 복구지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파병연장을 결정했습니다.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제 2기 부시정권은 대북강경책을 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2기 부시정권이 북핵문제 등으로 강경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힘에 의한 문제해결은 경제적으로도 외교적으로도 부담이 크며 장기적으로도 후유증이 남기 때문에 강경한 수단에 의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총론적으로는 강경한 주장을 유지해 가면서 각론에서는 온건한 협의를 존중하는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국내에서 반미감정 강한 것으로 보이는데 한미관계는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의 반미감정은 심각하지 않다. 오히려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라크 파병반대 여론이 강했기 때문에 반미로 관련짓는 견해가 있지만 전혀 별개의 문제다. 반미감정은 불행했던 과거의 경험, 현재의 한미관계에 대한 불만 등으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 대미의존도가 높아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국민의 의식 속에는 실제보다도 더 미국의 영향을 크게 느끼고 있다. 내가 대통령후보로 있을 때 주변으로부터 미국의 암묵의 이해가 없으면 대통령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대미관계를 개선하도록 어드바이스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 영향력이 그 정도는 아니다. 한국정부가 필요이상으로 미국에 대해 저자세를 취해 왔던 면도 있다. 전쟁이 일어날 경우 작전통제권이 미국 측에 있으며, 수도 한 가운데 (식민지시대에 일본의) 조선주둔군이 있었던 장소에 주한미군 사령부가 존재하는 것이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그러나 한미관계는 급속하게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상호 존중하는 건전한 동맹관계로 변해가고 있다.
한일관계 관용과 신뢰 중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