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방식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양대 주자 진영의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습니다. 2005년 당 혁신위원장을 맡아 현행 경선 규정을 만든 사람으로서 자괴감과 아울러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당의 앞날이 걱정스럽습니다. 양대 주자 진영은 지난 4월 25일 재·보궐 선거에서 표출된, “당을 혁신하라!”는 민심을 외면하고, 당의 위기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없이 서둘러 봉합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질책에는 귀를 막고, “경선에만 이기면 본선은 거저먹는다.”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안이한 발상으로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선 방식을 얻어내는데 골몰하고 있습니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시대정신에 따르자.”는 주장이 무한 대치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립이 극단적인 분열로 이어진다면 ‘10년 야당생활’도 모자라 또다시 진보좌파정권에게 국가경영권을 송두리째 내어 주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습니다.
이에 2년 전 ‘평시 상황’에서,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공정한 룰’을 만든 당사자로서 현행 규정의 제정 정신과 의도를 밝혀 양대 주자 진영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하며, 동시에 양대 주자 진영이 당의 단합과 대선 승리를 위해 더 이상 국민과 당원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말고, 경선방식과 관련된 대립을 종식시켜줄 것을 촉구합니다.
첫째, <당심>과 <민심>을 <50 : 50>으로 반영하도록 규정한 것은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를 선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현행 당규 이전의 후보선출 규정에도 국민참여’가 있었으나 사실상 반영률이 미미했고, 실질적으로 당원들의 의사에 좌지우지되는 구조여서 민심과 동떨어진 후보를 선출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렇다고 100% 민심만으로 선출토록 하는 것은 본선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유리하겠지만 우리 헌법이 표방하고 있는 정당정치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기 때문에 채택할 수 없었습니다. 정당정치의 기본정신은 정강과 정책으로 국민들의 선택을 묻는 것이지 조변석개하는 시중의 여론을 맹목적으로 좇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오픈프라이머리 제도가 미국 내 일부 주에서 ‘당원들의 후보선택권 침해’라는 이유로 수차례 위헌 판결을 받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당 혁신위원회가 오랜 토론과 고민 끝에 정당정치의 기본 정신과 본선 경쟁력을 조화시킨 것이 <50 : 50> 규정이었습니다.
구태여 경험하지 않더라도 당시 대다수 혁신위원들은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국민 참여 선거인단>의 투표율이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당원·대의원의 투표율 보다 낮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했었습니다. 그리하여 <국민참여 선거인단>의 투표율이 너무 낮을 경우, ‘국민참여 방식’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민심 반영률>중 20%를 여론조사로 대치하기로 한 것입니다. 아울러 여론조사상의 수치를 표로 환산할 때 무응답층은 소거하고,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의 합계가 100%가 되도록 보정(補正)”함으로써 ‘민심 반영’이 극대화 되도록 하였습니다.
이 방식은 이미 작년 5월 지방 선거 때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포함,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 때 적용되었고, ‘구조적인 결함’이 없는 것으로 검증되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수차례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혁신안에서 <당심>과 <민심>을 <50 : 50>으로 반영키로 한 것은 ‘기회의 균등’을 의도한 것이지 ‘결과의 균등’을 의도한 것은 아닙니다. 당과 각 후보 진영의 노력으로 ‘국민 참여율’을 올리는 것이 옳지, 이 시점에서 “국민참여를 높이기 위한” 변칙적인 장치를 모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2002년 대선에서 ‘국민참여’가 20%대에 머문 것은 이회창 후보의 승리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으므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졌기 때문이었고, 또한 2006년 지방선거, 특히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국민참여’가 27%로 저조했던 것은 당시 당 지도부에서 경선 후보자들에게 <국민참여 선거인단>의 명부조차 주지 않아 전화홍보도 할 수 없었던 ‘깜깜이 선거’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양대 주자가 첨예하게 경쟁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경선 3주전에 <국민참여 선거인단>의 명부가 각 후보 진영에 배포되어 이들을 상대로 공개적인 선거운동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민참여 선거인단>의 투표율은 획기적으로 올라가게 되리라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둘째, 선거인단을 확대해야 합니다.
지금의 <16만 선거인단>으로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당협 위원장들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조직력과 자금력이 우세한 후보가 유리한 방식입니다. 각 후보 진영이 국회의원·당협 위원장 ‘줄 세우기’에 급급한 이유도 16만이면 ‘통제가 가능한 규모’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당원·대의원을 합쳐 지구당별로 1,000명 이상의 선거인단이 구성된다면 국회의원·당협 위원장들의 영향력이 감소되고, 올바른 <당심>이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아울러 양대 주자 진영의 국회의원·당협 위원장 쟁탈전도 약화될 것이며, 지금 만연하고 있는 ‘소신 없는 줄서기’ 역시 사라질 것입니다.
셋째, 경선 시기를 늦추어야 합니다.
오는 8월 19일에 최종 경선을 하자면 적어도 6주 전인 7월 15일부터 지역 경선이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매주 ‘주말 드라마’를 연출하며 극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6개 권역(호남·제주, 부산·경남, 대구·경북, 충청, 경기·강원, 서울)으로 나누어 경선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때가 휴가철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40대 이하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입니다. 그리되면 각 세대별로 골고루 국민적 지지도가 높은 후보가 장·노년층에만 인기 있는 후보에게 오히려 뒤지게 되는 기현상이 표출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당심>에도 반하고, <민심>에도 반하는 경선 결과가 됩니다.
따라서 경선 시기는 하계 휴가를 피해 모든 세대의 참여가 가능한 추석 전 마지막 토요일인 9월 22일을 기준으로 역산하여 8월 18일을 기점으로 삼는 것이 옳다고 판단됩니다.
소위 범여권’에서는 8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단일화라는 명분아래 10월말까지 ‘경선 쇼’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나라당만 흥행도 되지 않고, 국민적 관심도도 떨어지는 하계 휴가철에 경선을 실시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양대 주자 진영에 진심으로 충고합니다.
경선 사익(私益)에 얽매이지 말고, 당원과 국민을 보고 가십시오.
이제 서로 간에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하고, 금도(襟度)를 지키십시오.
검증문제’경선 세부방법 문제’ 등으로 당 전체가 고뇌하고, 격론을 벌여야 할 일이 수없이 남아 있는데 시작부터 이렇게 싸우고만 있을 것입니까?
홍준표 양대 주자에게 호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