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金東吉) 연세대 명예교수
유니버샬 발레단이 공연하는 <백조의 호수>를 TV로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이 낳은 발레리나 임혜경 양의 모습도 감격적이었지만 그 무용수들의 공연은 시청자 모두를 능히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믿습니다. 세 발짝을 걸어도 발끝으로 - 모든 동작을 발끝으로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발레리나 강수연 씨가 신었던 다 망가진 신발 200 켤레가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벗은 발도 보여 주었습니다. 아마 그 발을 보고는 구혼했던 남자도 도망가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 예쁜 얼굴과 몸매를 지탱해주기 위해 강수연의 발은 추녀의 발이 된 것을 보고 그 희생과 노고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늘이 부탁한 진정한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저런 고생을 하였으니 - 정말 머리가 숙여졌습니다.
예능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들은 우선 기업이 돌보아 줘야 하지만 국가 권력은 예술인들의 명예를 존중하는 새로운 풍토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화백 이중섭이 영양실조가 되고 폐를 앓다 그 가난했던 삶을 마감했다는 것은 누구의 불찰입니까. 고흐는 살았을 때에는 그림이 단 한 장도 안 팔려 (동생 레오가 한 장 사줬다는 말은 있습니다만) 얼마나 삶이 고통스러우면 자기의 귀를 베기까지 하였겠습니까. 예술을 사랑하고, 능력 있는 예술가들을 키우는 일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이 되겠습니까! 정치 못 지 않게 시급한 과제라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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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 돕는 대통령이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