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양동안 박사의 국가형성이론을 통해 본 대한민국의 건국 요지
자유통일대표 정창인
다음은 2008년 11월 5일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있었던 한국중앙연구원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양동안 박사의 발표문을 요약한 것이다.
I. 머리말
2008년에 와서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거행되자 그것이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 부류는 1919년에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것이 곧 대한민국의 건국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한 부류는 단군왕검이 조선을 세운 것이 우리 민족의 유일한 건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언제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오로지 학문적 논의를 통해서만 해소될 수 있다. 건국에 해당하는 사회과학 용어는 국가의 형성(state-making)이다. 국가형성 이론에 따라 대한민국의 건국을 논의한다.
II. 국가와 그 형성
국가란 지리적으로 경계가 설정된 영토 내에서 그 영토와 그 위에 거주하는 인구(국민)에 대해 지속성 있는 통치기구(정부)를 통해 주권적 지배를 행사는 포괄적인 정치적 결사다.
국가의 구성에 필수적인 요소들은 영토, 국민, 정부, 주권의 네 가지다.
III. 국가형성 과정의 다양성
국가의 신설을 위해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국가 구성요소들의 상태에 따라 각국에서의 국가형성과정이 다양한 양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신설 국가의 국가형성 달성 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사건도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무장투쟁의 승리가 결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체제 도입을 위한 혁명의 성공이 결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하고, 정부의 수립이 결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하고, 주권의 확보가 결정적인 작용을 하기도 한다.
모든 국가는 자국의 국가형성을 가능하게 만든 결정적 사건의 발생일을 건국(국가형성) 기념 경축일로 정한다.
IV. 대한민국의 국가형성 과정
대한민국의 국가형성과정은 영토가 평화적으로 확보되었고 국민이 형성되어 있었으나 영토 내에 실질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임시정부와 같은 정치적 결사는 물론이고 아무런 비주권적 통치기구고 존재하지 않은 조건에서 진행되었다. 재중 임시정부는 명칭 상으로는 ‘임시정부’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임시정부로 보기 곤란한 결사이다.
임시정부는 일정한 영토와 국민을 통치하고 있는 점에서는 정식정부와 동일하나 그 조직이 기존의 법률이나 스스로 천명한 합당한 절차를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고 임시로 마련된 비정상적 절차를 통해서 이루어졌으며 스스로 자신의 존속기간을 매우 짧게 설정하고 있는 점이 정식정부와 다르다. 현대 국제법에서 임시정부의 승인 획득 요건으로 일정한 영토 내에서의 실효적인 통치(effective administration) 행사를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재중 임시정부는 정확한 의미에서는 임시정부라 할 수 없다. 사상적 차원에서 본다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형성하려는 행위는 1919년의 3.1운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국가형성 행위는 민족의 역량 부족으로 인해 1945년 8월 15일 우리 민족의 영토를 식민지로 지배해온 일본이 미.소 연합국에 항복할 때까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 민족의 국가형성 과정은 8.15행방 후부터 비로소 실질적으로 진행되었다.
대한민국의 국가형성을 주도한 세력들의 선거를 통한 주권적 정부수립 노력은 미국이 소련과의 합의를 통한 한반도 통일임시정부 수립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한국문제를 유엔총회에 상정하고, 유엔총회가 1947년 11월 남북한 전역에서 유엔 감시하의 자유총선거를 실시하여 한반도 통일정부를 수립하라고 결의함으로써 실현가능해졌다.
일찍부터 선거에 의한 정부수립을 주장해온 국가형성 주도세력은 이러한 유엔의 결의에 부응하여 남한에서의 총선에 참여하였다. 남한에서의 총선 실시에 대해 남북한의 좌익세력이 앞장서서 저지투쟁을 전개하였고, 남한의 중도파 세력과 임시정부 세력이 그에 동조했다. 5.10선거는 좌익세력 및 그에 동조하는 세력들의 격렬한 저지 투쟁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실시되었다.
국가형성 주도세력은 5.10선거에서 국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여 자기들의 강령에 따라 정부를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국회는 새로운 국가 설립에 필요한 새로운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하는 새로운 국가의 헌법을 제정하고, 그 헌법에 따라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이승만은 헌법에 따라 정부를 구성했으며, 이 정부는 대한민국이 채택한 민주공화정의 주권자인 국민의 주권적 행위를 토대로 하여 구성된 정부이다. 그 정부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선포했으며,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동시에 그 날 밤 12시를 기해 미군정으로부터 주권(통치권)을 이양 받았다. 이처럼 정부가 수립되고 주권을 확보함으로써 국가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4개 구성요소의 확보가 완료되었으며, 그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가형성, 곧 건국이 이루어졌다.
V. 대한민국 국가형성에 대한 임시정부 세력의 대응
임시정부 세력은 국가형성 노력을 전개함에 있어서 대한민국 건국 주도세력(이승만 세력)과 때로는 협조하고 때로는 대립했다.
임시정부 세력은 귀국 직후에는 이승만 세력의 국가형성 추진기구인 독립촉성중앙협의회와 협조하기를 거부하고 좌익세력이 조직해놓은 국가형성 추진기구인 조선인민공화국과 합작하려 했다.
임시정부 세력은 1945년 반탁투쟁을 선동하면서 미군정으로부터 통치권을 접수하려고 시도하였다. 그 시도가 실패한 후 임시정부 주도세력(김구 중심)은 이승만 세력과 협조하여 국가형성을 추구했다. 그러나 두 세력의 협조는 흐지부지 되었다.
두 세력은 정부를 수립하는 방법에 관해 입장을 달리했다. 임시정부 세력은 미군정의 통치권을 접수하려고 하였으나 이승만은 선거를 통해 정부를 수립할 것을 주장하였다. 의견차이에도 불구하고 1947년 12월 초까지는 대체로 협조적 관계를 유지했다.
이러한 양측간의 협조적 관계는 1947년 12월 하순 김구가 단독정부 절대 반대를 선언함으로써 균열되었다. 이승만은 다양한 방법으로 김구를 설득했지만 김구는 오히려 1948년 1월 하순 남북협상을 주장함으로써 건국세력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리고 “삼천만 동포에게 읍고함”이라는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건국세력을 극렬하게 비난했다.
대한민국 건국을 저지하기 위한 이러한 투쟁의 전개로 인해 임시정부와 대한민국 건국은 조직의 차원에서는 완전히 단절되었다.
임시정부 세력은 5.10선거가 실시된 후에도 대한민국의 건국을 방해하였다. 대통령이 된 이승만이 대한민국이 임시정부를 계승한 것이라고 천명하였으나 김구는 이를 반박하였다. 나아가 1948년 8월 초에는 통일독립촉진회의 대표단을 유엔총회에 파견하여 대한민국 정권을 승인하지 말고 임시정부를 승인하도록 호소하려는 조치를 취했다.
VI. ‘건국선포’와 건국행위
대한민국은 이승만 중심의 건국 주도세력의 노력 끝에 1948년 8월 15일 정부와 주권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새로이 건국되었다. 그런데 건국 주도세력은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선포하고, 그 정부수립보다 포괄적인 사건인 대한민국 건국을 선포하지 않았다. 이것은 중대한 실수다. 실수가 있었다고 하여 건국행위를 부정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건국되었다.
VII. 맺음말
이제는 일부 인사들이 사리에 부합하지 않는 논거를 제시하면서 대한민국이 1919년에 건국되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야기된 대한민국의 건국일이 언제인가를 둘러싼 논쟁은 끝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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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안 박사의 대한민국의 건국 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