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선열 묘역인 효창원을 조사해 보면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격언이 겹쳐지는 것을 보게 된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있는 ‘효창공원’ 일대는 221년 전 정조대왕이 아드님 문효세자 묘역(효창원, 孝昌園)으로 선택함으로써 수려한 숲으로 가꿔졌으나, 1894넌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 야영지로서 묘역 훼손이 시작되어, 1906년에는 몸을 파는 유곽촌을 설치하였는가 하면, 골프장은 물론, 유락지로서 공원을 만들거나 건물을 세우는 등으로 시련을 겪었다. 아울러 일제가 이 땅에서 물러갈 당시의 묘역은 처음보다 수십 배 축소되어 오늘에 이른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해방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김구는 미군정 산하 왕실재산관리처에 효창원을 독립선열 묘역으로 사용하는 문제를 타진케 하고, 손수 효창원을 방문하여 묘역으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1946년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 유해를 일본에서 모셔 와, 일제에 의해 서삼을으로 옮겨간 문효세자 묘소 자리에 안장하고, 1948년엔 중국에서 임시정부 주석 이동녕과 비서장 차이석의 유해를, 그리고 같은 해 사망한 군무부장 조성환의 유해를 효창원 동남쪽에 나란히 안장하였다. 1949년에는 김구 주석이 마지막으로 서쪽에 안장됨으로써 오늘날 독립선열 일곱 분의 묘역이 되었다.
외세(일제)에 짓밟혔던 강산이 아프지 않은 곳이 있으랴마는 어느 곳보다 찟기고 상처 입은 효창원은 그 외세에 맞서 싸우다가 형장의 고혼이 된 대표적인 분들과 풍전등화 같던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을 풍찬노숙으로 지켜낸 분들 묘역으로 거듭 남으로써 해방 공간에서 정신적인 지주가 됐을 뿐 아니라, 참배객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성스러운 장소가 되었다.
그러나 친일 인맥에 기반한 이승만 대통령과 통일문제와 정치 관점에서 대립하였던 김구 주석이 안장된 뒤에는, 묘역의 무수한 나무가 베어지고 그 한복판에 운동장을 세웠으며, 경찰이 묘소 참배를 불온시 하는 행위가 419 혁명이 있기까지 11년간 계속되었다.
반면교사로서 효창원 묘역
이승만 정부에 이어 박정희 정부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7위 묘역 앞뒤를 포위하듯이, 테니스장과 북한반공투사 위령탑, 원효대사 동상, 어린이 놀이터, 대한노인회 중앙회관이 들어선 것이 그 때였고, 대형 골프장은 공사 중에 저항에 부딪혀 취소되었다.
또한, 박정희 정부 이후에도 묘역 담장 곳곳에 출입문을 만들어 24시간 개방하고, 묘역 틈새에 정자와 운동 시설을 설치해 놓았다. 이로 인해 밤낮 없이 봉분을 돌며 운동하는 사람들과 화투와 술판이 벌어지는 장소가 되어 버렸다. 또한 십수 년 전에는 묘소에서 성기구가 발견되는 일까지 있었다면 혹자는 믿을는지 모르겠다.
프랑스 팡테옹과 레지스탕스 묘,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묘, 베트남의 호지민 묘,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기념관 등은 박애와 인권, 사상적 업적을 기리거나, 외세로부터 자국을 위한 희생과 저항, 수난을 증언하는 대표적인 장소들이다.
이들 국가에서 선현과 선열을 대하는 태도로 보거나, 나치 전범을 시효 없이 처벌하는 역사 인식으로 볼 때, 이들 국가에서 효창원 묘역과 같은 일이 조장되고 60년 간 방치되고 있다면, 어떤 반항이 일어날는지 자못 궁금하다.
국내의 아산 현충사나 419묘역, 독립기념관 등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언론과 국민은 배은망덕이라는 여론이 들끓을 것이고, 정부 역시 시정 조치를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용두사미가 된 효창공원 성역화 작업
정부는 ‘광복 60주년 기념 사업’으로 독립기념관과 국내외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호, 활성화하는 사업 계획을 추진한 바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관심을 기울인 이 사업은 2004년 12월 국무조정실 관계자와 국가보훈처 관계자가 공동 단장이 되어 범정부적 합의체인 임시위원회(task force team)를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었다.
이 사업 추진안 중에는 효창공원을 ‘성역화(효창공원독립공원화)’하여 ‘민족정기 산실’이 되게 하겠다는 계획이 들어 있는데, 임시위원회(task force team)와 국가보훈처의 <현충시설 체계적 관리 방안> 등에는 성역화 비관련 시설을 ‘효창운동장’노인회복지관’,원효대사 동상’, ‘반공위령탑’ 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05년 3월 28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보훈처 업무 보고에서 “효창공원은 서울시와 협의해야 될 문제인데” … “명분 있는 일은 행정적 이해와 관계없이, 효창공원의 역사적 의미가 완전히 복원될 수 있도록 특별관리하라”고 지시하고, 이해찬 국무총리 또한 “효창운동장 철거를 포함하여 법적(사적지) 성격을 명확히 하고, 서울시와 협의하여 독립공원으로 지정 정비토록 하되, 광복60주년(2005년)인 올해 안으로 매듭 지으라”고 지시한 바 있다.
국가보훈처는 이와 같은 지시에 대해 <대통령님 말씀>과 <국무총리님 말씀>으로 각각 관계서류 앞에 붙여 업무 추진을 되새기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국가보훈처가 2005년 12월 21일자로 공모한 <효창공원 독립공원 조성사업> 건축설계 경기 과업설명서는 이율배반 행태를 보임으로써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
동 과업설명서 ‘독립공원화 목적’에는 ‘효창공원은 김구 선생을 비롯한 3의사와 임정요인 등 7인 애국선열 묘역이 안장되어 있으나, 효창운동장 등 이질적 시설물들과 혼재되어, 독립공원 성역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됨에 따라, 광복60주년 기념사업으로 효창공원을 민족성지로 조성하여 민족정기를 고취시키고자 함’이라고 명시하고 있어, 성역화에 이질적인 운동장과 시설물 철거를 당연시 하고 있다.
이러함에도 과업설명서 ‘사업개요’와 ‘설계 세부 지침’은 시설물 모두를 존치한 채 오히려 시설이 낡은 효창운동장을 헐고 국제적인 규격의 ‘인조잔디구장’을 새로 건립하고 남은 공간에 1만여 명의 독립유공자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을 설치하고, 그 지하에는 300여대 규모의 대형 주차장을 만드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또한, 산책로와 공공단체 문화 공간과 야외 공연장까지 계획되어 있었다.
이것은 ‘목적’은 ‘성역화’임에도 ‘세부지침’은 성역화에 이질적이라고 지적했던 건축 시설물들을 존치한 채, 낡은 운동장을 철거한 뒤 다시 세우는 것은 물론, 공공단체 문화 공간과 야외 공연장까지 만들겠다고 하니, 이율배반의 극치요, 선열 묘역을 또 다시 모독하는 개악이 될 뿐이다. ‘성역화’란 이질적인 것을 허용치 않는 ‘사적지’ 자체임을 아는 당국이 세 살 소꿉장난에서도 하지 않을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성역화’를 빌미로 묘역 개악 말아야
되돌릴 수 없는 개악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선열묘역 성역화 명분을 내세운 언론 보도와 홍보를 거쳐 편성된 국민세금 267억원이 일단 투입되고 나면, 잘못된 성역화라 해도 다시 뜯어 고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그 이후 가타부타 여론이 들끓어도 버스 지나간 뒤 손 드는 모양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운동장을 포함한 5만여 평 묘역에 여타 건물과 시설물이 채워져 있는 터에 300여대 주차장까지 설치한다는 것은, 그렇잖아도 심하게 굽어 있고 협소한 효창원 주변도로로 인해 교통 체증이 일상화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러한데도 대형 주차장은, 참배객을 위한 것 보다는 외부 차량의 주차 수익과 축구장 공연장을 찾는 관객을 위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운동장 시설이 묘역 정면 ‘혈’을 누르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지하 주차장 시설로 콘크리트화 한다면 ‘지맥’까지 차단하게 되어 묘역에 입체적 훼손을 가하게 된다는 점이다.
효창원 유래와 시련
<문효세자묘소도감의궤> 1쪽과 비문은 조선조 22대 왕 정조의 장자가 5세(1782~1786. 5)에 창경궁 별당에서 사망하자 시호를 ‘문효’, 사당을 ‘문희’, 묘소를 경기도 고양군 율목동(현 용산구 효창원)에 정했으며, 묘 이름을 ‘효창’이라 지었다는 것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세자 문효의 ‘효’와 사망한 장소인 창경궁의 ‘창’을 합자하여 ‘효창’이라 지은 것이다.
효창원 중에 ‘원’은 세자나 왕의 사친묘인 ‘원소(園所)의 준말로 통칭 문효 세자 묘역을 효창원(孝昌園)이라 한다. 효창동, 효창운동장이란 명칭도 여기서 기인한다.
<문효세자묘소도감의궤> 53쪽에는 세자묘 좌향을 북쪽에 자리하고 남을 향함(임자병향: 壬坐丙向)이라 되어 있는 데,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가 현재 묻혀 있는 자리다. 또한 ‘문효세자묘’ 위치에서 1시 반과 9시 반 방향에서 각각 나온 물(분금내당 좌간득수 우신득수: 分金內堂 左艮得水 右辛得水)이 문효세자묘 앞에서 합쳐져 남쪽 효창운동장 끝 지점에 위치했던 연못을 채우고 한강으로 흘렀는데 이 물길을 아기릉에서 발원한다고 하여 능개천이라 불렀으며, 1시 반 방향의 물은 221년이 지난 지금도 나오고 있다.
효창원 영역은 동편으로 용산 청파로, 서편으로 마포 마포로, 남쪽으로 활터가 있던 용산 도원동과 마포 도화동에 이르렀다. 이는 255만평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 크기로 추정되는데 정조대왕이 효창원을 자주 찾았던 관계로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특별관리 되었다.
이와 같은 효창원이 훼손되기 시작한 것은 1894년 5월 청일전쟁을 대비한 일본군 대도(소장) 혼성여단 3,000 병력이 효창원 남쪽 만리창(현 백범로, 효창동에서 공덕동 넘어가는 용마루재)에 야영하면서부터 이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는 1905년 ‘을사늑약(乙巳勒約)’으로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내정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던 즈음, 1906년 효창원 영역인 도원동에 몸을 파는 유곽촌을 만들어 장묘 풍속까지 훼손하였다. 이 도원동 (도산)유곽촌은 해방 이후까지 지속되었다.
1921년에는 효창원 숲을 파헤쳐 9홀 골프장을 만들었다가 1923년에 폐쇄하고, 1924년 효창원 동북쪽(청파동) 일부를 떼어내 유락지로서 공원을 만들었으며, 1929년에는 효창원 봉분 지역까지 공원을 확대하였다. 이 때부터 ‘효창원’은 유락지로서 ‘효창공원’으로 불리게 되었다.
또한, 효창원 앞 일대는 철도 관사와 숙소가 지어지고, 묘역의 숲은 동서남북 할 것 없이 건물로 채워져 갔다. 그리고 남은 5만여 평의 땅도 1945년 3월 일제가 문효세자와 어머니 의빈 성씨 묘 등을 경기도 고양군 서삼릉으로 옮기면서 완전히 사라질 처지에 있었으나, 그 해 8월 일제가 패망하여 그나마 살아남게 된 것이다.
독립선열 묘역이 된 효창원
1945년 11월 중경에서 환국한 김구 주석은 해방 정국의 분망함에도 선열 묘소 자리를 찾던 중 효창원이 비어 있다는 말을 듣고 현지를 답사하여 독립선열 묘역으로 결정하고, 1946년 6월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3의사 유골을 일본에서 모셔와 태고사에 안치하였다가, 7월 6일 효창원 중심인 문효세자가 묻혔던 자리에 국민장으로 안장하고, 좌측에는 안중근 의사가 묻힐 허묘도 마련해 놓았다.
아울러 미 군정이 실시되던 상황임에도 당시 동포들은 수많은 만장과 인산인해의 예로 삼의사를 장례 지냈다. 석축에는 김구 주석이 쓴 ‘의사들 끼친 뜻 영원하다(유방백세: 遺芳百世)’를 새겨 놓았는데, 이는 1932년 상해 프랑스 조계에서 민족을 위해 생명을 던지려 떠나는 동지와 지하에서 만나자는 약속 이후, 고국 땅에서 재회한 이승의 동지(김구)가 영혼의 동지들에게 보내는 감상이 담긴 인사로 이해된다. 또한 동포들에게 전하는 뜻이기도 하다.
1948년 9월 22일에는 임시정부 주석 이동녕과 임정 비서장 차이석 유골을 중국에서 모셔와 효창원 동편 문효세자 어머니 의빈 성씨가 묻혔던 묘 자리에 사회장으로 안장하였으며, 그 해 국내에서 서거한 임시정부 군무부장 조성환도 두 분과 같은 장소에 안장했다.
1949년 7월 5일에는 안두희 총탄에 서거한 김구 주석이 동지들과 혼(魂)을 같이 하겠다는 유언에 따라 효창원 서편에 국민장으로 안장됨으로써 효창원은 7위 독립선열 묘역이 되었다.
김구 주석의 비서를 역임한 선우 진씨에 의하면 효창원에 해외 독립선열 유골을 계속 모셔올 계획이었으나, 김구 주석 서거로 진척되지 못했다고 한다.
묘역 탄압과 운동장 건립
효창원 묘역이 탄압 받기 시작한 것은 김구 주석 유해가 안장된 뒤부터 이다. 삼팔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분단은 용납하지 않겠다며 노심초사하던 김구 주석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암살하였던 이승만 정부이기에 묘역이 숭앙되고 참배객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눈에 가시처럼 보인 것이다. 경찰이 길목을 지키며 묘소 참배를 위협하거나 불온시하는 행위가 계속되자 참배객은 끊기고, 유가족까지 검색 당하는 지경이었으며, <백범일지>는 서점에서 불온서적 취급을 받았다. 또한, 1955년 11월 특무대장 김창룡이 안두희와 연대하여 김구 주석을 사상적으로 난도질한 안두희 수기 <시역의 고민>을 발행하여 군부대를 비롯한 경찰, 정부 기관에서 필독서로 읽도록 권장하고, 서점판매도 병행하였다.
<시역의 고민>은 1956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1954년 사실상 특무대 주도하에 집필된 책임에도 안두희가 1949년 6월 26일 암살사건 당일부터 감옥에서 쓴 육필 원고로서 625 잿더미에서 건진 보물이라고 선전하였다.
이런 와중에 ‘도둑 참배’라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는데,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효창원 주변 여관에 들었다가 통금이 풀리는 즉시 경찰이 지키지 않는 새벽에 참배를 마치고 줄행랑치는 것이 도둑참배였다.
급기야 1956년 5월부터 공병대 불도저가 나타나 묘역의 수많은 나무를 파헤치고, 풍수적으로 묘역의 배산임수(背山臨水)로서 선대와 후대 간 생성 소통을 의미하는 ‘연못’을 밀어 없애는 등 공포스러운 일이 벌어졌는데 <경향신문>은 공사 지시자 없이 묘역을 파헤친다 하여 “흑막에 가리운 주동자’라고 보도하였다.
뒤 늦게 소식을 접한 김창숙, 신창균 선생 등이 불도저 날 앞에 드러눕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당시 참담함을 시로 표현해 놓았다. 묘역을 파괴하고 있을 즈음 탑골공원과 남산에 이승만 동상을 세운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
효창공원을 통곡함 심산 김창숙
효창공원에 스산한 바람불고 처절한 비 내리는데 통곡하여 부르노라 일곱 선열의 영혼을
땅 속에 묻힌 말라버린 뼈 일찍이 무슨 죄를 졌기에 멋대로 공병대의 괭이 아래 파헤쳐지는가
저 남한산(南漢山: 현 남산) 저 탑골 공원을 보라 하늘을 찌르는 동상이 사람의 넋을 빼앗는 구나
독재의 공과 덕이 지금은 이렇듯 높을지나 두고 보시오 상전과 벽해 일순간에 뒤집힐 것을
<김창숙 문존> 성균관 대학 출판부 90~91쪽
신창균 선생은 “지금의 효창축구장이 설치되기 전”, “드디어 그 음모(묘소를 파 옮겨 뿔뿔이 흩어 놓으려는 행위)를 행동으로 옮기는 작업으로 공병대 중령을 현장감독 지휘관으로 임명하고 불도저 5~6대를 동원하여 그 공사(운동장) 착공을 하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김창숙 선생과 나는 불도저 앞에 드러누워서 그 공사를 저지하였다.” 송암 신창균 회고록 <가시밭길에서도 느끼는 행복> 해냄 161쪽
또한 광복회장을 지낸 이강훈 선생은 삼의사 묘소에서 “내가 죽기 전 이곳에 누워계신 분들을 짓누르고 있는 저 효창운동장을 없애 버릴거야.” 이강훈은 백정기 의사와 상해 ‘육삼정’ 사건으로 체포되어 해방이 될 때까지 12년간 일본에서 옥살이 한 분이다. 결국 운동장을 없애지 못하고 얼마 전에 사망하였다.
이로 인해 <효창공원선역묘보존회: 김창숙 회장>가 구성되어 “효창공원 작업을 중지하는 재특명을 요청한다” … “그렇지 않는다면 남산공원과 탑골공원 등 각처 이 대통령 동상도 다음 세대 불도저에 짓밟힐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유족들과 대한학도의용군동지회도 “순국선열 영령을 모신 효창공원에 운동장 건설은 지극히 부당하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여론이 비등해 지자, 국회 문교조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조사 결과를 보고하였는데, 경무대 비서실에서 내무부, 서울시, 국방부에 운동장을 만들라는 공문을 보냈고 이로 인해 묘소가 파괴된 사실이 밝혀져, 국회는 공사 중지를 결의하였다.
대한체육회와 서울시가 운동장 건립지 후보로 효창공원, 상도동, 우이동 등 세 곳을 물망에 올렸으나, 상도동과 우이동은 운동장 건설에 아무 문제가 없는 조건인데도 교통이 불편하고 유자형 분지인 효창원 묘역을 선택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런데 이 당시 서울시장이 김태선이다. 김태선은 1949년 김구 주석 암살 사건 때 서울시 경찰국장으로서 일본 밀정출신이고 모사꾼인 김지웅을 통해 안두희를 비롯한 암상행동대들에게 활동자금을 지원한 사람이다. 효창운동장은 이러한 인과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가 묘소 이장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공사 중지 3년만인 1959년 11월이다. 제2회 아시아 축구대회 개최를 이유로 이제는 일반 운동장이 아닌 축구경기장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 때도 상도동, 우이동은 배제되었다.
효창 묘역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는 산 너머 산이었다. 1959년 11월 13일 효창공원선열묘소보존회(회장 김창숙)는 임시총회를 열고, “국민장, 사회장까지 지낸 선열들 묘소를 가꾸기는 커녕, 운동장을 짓는다는 이유로 이장을 결정한 서울시 당국의 행위이다.
효창원 수난의 어제와 오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