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Free Trade Agreement) 협상이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다. FTA는 관세(關稅)가 횡행하는 현 국제무역질서에서 ‘자유 무역’을 향한 전진이다. 경제 이론에 의하면, 자유무역은 ‘비교우위의 법칙(Law of the Comparative Advantage)’에 의해 무역 당사자 모두의 이익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보통, 이익을 보는 측이 있으면 손해 보는 측이 있어야 할 텐데, 자유무역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무역이론은 이를 논리적으로도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FTA를 win-win 게임으로 칭한다.
한미 FTA는 그동안 소원했던 한미 동맹을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 확실시 된다. 경제적으로 긴밀해진 당사자가 군사적으로도 긴밀해지리라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전문가들에 지적에 의하면 한미 FTA 타결은 공산품에 있어서의 한국의 대미 수출과 동시에 값싼 농산물의 수입을 대폭 증가시킴으로써 양국 간 교역 규모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700억 달러를 상회한 양국 간 무역액이 앞으로 몇 년 내에 1천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경제성장률도 큰 폭의 성장세를 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미 FTA 타결은 21세기 또 하나의 개국(開國)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에서 미국과 FTA를 타결한 나라로 한국이 처음이라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그동안 FTA 음모설에 휩싸였던 노무현 대통령이 농민과 친북·반미 세력의 반대에 맞서 FTA 관철의 선봉에 섰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어제 대국민 담화에서 노 대통령은 FTA가 “이념이 아닌 먹고사는 문제이며...소신을 갖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일을 “큰 장사꾼 안목”으로 임했다고 그의 입장을 피력했다. 지금까지 숱한 경우에 친북·反美 언행을 해 온 그이기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사꾼’이란 자본주의 정신에 투철한 사람이며, 市場에 충실해야 살아남는 법이다. 그동안 미국을 제국주의(帝國主義)’로 표현하고 反시장적 발언을 일삼았던 그가 거듭나기라도 했는지’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노 대통령은 또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합리적 토론”을 역설했다. 고집과 강변, 억지 주장을 일삼아 온 그이기에 이 역시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좀 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그의 FTA 타결은 업적으로 평가될 것이고, 그동안의 많은 실책(失策)을 상쇄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앞으로 反FTA 세력의 저항을 어떻게 막아내고 FTA 타결을 완결시키느냐가 문제다. 엊그제 발생한 50대 택시기사의 분신을 친북 세력들은 철저히 이용하려 할 것이다. 또 주목되는 것은 북한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한국산(made in Korea)’으로 인정하도록 한국 측에서 집요하게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일단 협상팀은 이를 ‘빌트-인(built-in)’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built-in’이란 합의되지 못한 쟁점에 대해 ‘추후 논의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는 협상 방식이라는데, 이 문제에 관해 미국측이 유연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노 정권이 FTA에 적극적으로 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FTA 수혜(受惠)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많은 자본이 개성 등 북한 지역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현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감히 예측하기 쉽지 않다.
노무현 정부는 FTA를 타결한 정신을 살려, 맹목적인 反美 이념을 버리고 전시작전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 조치 같은 大실책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또한 평화체제 구축이나 남북정상회담 등 부질없는 시도를 중단하고, 순리대로 남은 임기 동안 대선(大選)의 합법적 관리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韓美 FTA 타결과 향후 정세 ―盧 정권의 임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