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국방장관이 오는 23일 워싱턴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이양) 시기를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작권 이양 시기를 오는 2009년 10월 15일 이후, 2012년 3월 15일 이전에 신속하게 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한국은 2012년을, 미국은 2009년을 각각 주장하며 맞서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이제 양국 국방장관이 만나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는 21일 여·야 합의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전작권을 단독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애당초 전작권 이양에 시기상조’라고 지적하면서 반대했던 미국이 최근(작년 후반기 이래)에 왜 전작권 이양을 고집하는 것일까?
첫째, 盧 정권이 反美에 이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反美 세력은 미국이 한반도에 결정적 이해관계가 있어 결코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도(誤導)된 선전을 펴왔다. 미국은 이러한 사정을 잘 파악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의정부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대선일을 전후 하여 광화문에서의 수만 명 집회를 목도한 바 있다.
미국은 이 때 대통령, 국방장관, 주한미대사가 연이어 사과 발언을 했으나, 反美세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역(逆)이용했다. 이 때 질려버릴 정도의 충격을 받은 미국이다.
둘째, 反美가 퍼져가고 있는 한국사회 전체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집권세력은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공조’에 사실상 동조하며,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예컨대 대북 퍼주기는 말할 것도 없고, 핵위기와 관련, 북한의 무모한 핵개발을 비판하기 보다는 ‘미국의 강경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북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민간(民間)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형태의 시민단체 종교단체, 심지어 일부 지방자치단체 까지 무분별한 北돕기’에 나서고 있다.
또 집권세력이 주축이 되어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서 왔다. 작년 국민여론과 야당의 반대로 가까스로 좌절된 상태다. 아다시피, 국가보안법과 주한미군은 대한민국을 북한의 대남 적화전략으로부터 지키는 양대(兩大) 보루이다.
6·15공동선언’은 또 어떤가? 북한의 대남 선전의 핵심 준거로서, 남한 내 친북세력이 친(親)김정일·反대한민국 활동을 전개하는데 보호막으로 활용하고 있는 논리다. 그런데 DJ와 집권세력이 이에 앞장서고 있고, 특히 야당의 유력 인사들도 이를 지지·옹호하고 있다.
제1야당 내에서 6·15선언’을 명시적으로 비판하는 정치인이 보기 드물 정도다. 주요 언론에서도 6·15 비판을 기피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이런 사실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야당 후보에 대한 국민 여론의 강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12·19 대선’ 결과는 예측 불허다. 많은 변수가 남아 있고, 무엇보다도 친북 세력이 순순히 정권을 내놓지 않을 것이란 설득력 있는 전망 때문이다. 대통령 중심제 하의 대한민국에서 집권세력은 상상 불허의 ‘지렛대’(권력수단)를 보유하고 있다.
더욱이 설사 야당에서 승리한다 해도 과도기적 정권’에 머물지 않겠는가 하는 인식이 미국 조야에 퍼져 있다. 야당 후보들의 주장과 강령을 면밀히 주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불안 요인 때문에 미국은 한반도에서 ‘현실주의적’ 외교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분석되는 것이다. 실로 대한민국은 국가적 위기에 직면해있다. 북한이 현재 당면한 ‘체제위기’를 韓·中의 지원으로 넘긴다면 더더욱 그렇다.
왜 美國은 전작권 이양을 서두르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