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0여 년의 근대 정치사를 돌아보면, 대통령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치적 후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정치권의 부패(腐敗)’척결 능력이 대통령 당선의 첨예한 요건으로 거론되어 왔다. 2007년 대선을 앞둔 오늘, 차기 대통령 당선의 첨예한 요건으로 ‘경제 성장과 국민 개개인의 부(富) 관리 능력’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덟 번 째 전부 개정(1987. 10. 29)된 대한민국 헌법 서언 전문을 살펴보면, 대한국민은‘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헌법에서 대한국민은 3.1 독립정신, 불의항거의 4.19 민주이념, 평화적 통일, 정의, 인도, 동포애, 민족의 단결, 사회적 폐습과 불의 타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기회 균등, 최고도 능력 발휘, 책임과 의무, 국민생활 균등 향상과 세계평화 및 인류공영, 안전과 자유와 행복 등의 추상적 단어들 속에 행위가 제한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오늘을 사는 다수 대한국민은 ‘개인의 부(富)’의 축적을 삶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유감이다.
2007 정해년 새해가 시작되자 마자 모든 언론은 일제히 확정되지도 않은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자의 소식을 자세하게 전하면서, 여론조사 결과가 인용되고 다수의 대한국민이 원하는 것으로 개인의 부(富)’를 실현시킬 수 있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는 듯하여 실망스럽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자격과 능력은 헤아릴 수 없다. 리더쉽, 통찰력, 도덕성, 정확한 판단력과 기민한 결단성 등과 같은 몇 마디 추상적인 말로 규정하지만, 이 것만으로 대통령의 능력과 자격 모두를 단정지을 수 없다. 세계의 어느 통치자에게나 요구되는 공통된 자격 요건이라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대통령은 그만큼 국가나 사회에 중대하고도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헌법기관이자 개인이다.
헌법에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고,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적고 있다. 또한, 대통령은 조약을 체결 비준하고, 외교사절을 신임 접수 또는 파견’하며, 선전포고와 강화’를 하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고 적고 있다. 또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 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
내우 외환 천재 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 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으며,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또한, 대통령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고,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 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으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훈장 기타의 영전을 수여’하며, 국회에 출석하여 발언하거나 서한으로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헌법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통령의 능력은 보다 구체적인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언론에서 다루어지는 한국의 대통령에 요구되는 능력은 친인척 관리 능력’과 측근 정치집단 관리 능력’이라 볼 수 있다. 한국의 대통령에게 특별히 친인척 관리 능력’과 측근 정치집단 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까닭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멀리는 왕조시대에 군왕의 친인척 외척들과 폐쇄적 정치집단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었던 선례가 있다. 가까이는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 하에서 친인척’과 ‘측근 정치집단’들이 권세와 이권을 마음껏 향유했던 사례를 국민은 알고 있다. 불행히도 현 정권하에서도 그 규모와 수는 줄어 들었지만 ‘친인척들’과 ‘측근 정치집단’의 정치 세력화가 시도 되었으며, 여전히 이권에 관여하는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한국의 권력세계 내부를 들여다 보면, 이제는 국민들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수 많은 인연들이 얽혀 있음을 발견한다. 혈연관계, 동창관계, 동향관계, 경력 보호 관계 등이 발견되고, 그 관계의 결속력이나 영향력이 더욱 세분화 되어가고 있다. 그 이면에는 혈연, 지연, 학벌, 문벌, 이념, 성향 등의 인간관계 내지는 인연들이 권력세계의 동력이 되고 권력의 부패와 정치 황폐화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삶을 양극화시키며 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킨다.
한 사회의 권력 상층부의 인간관계 또는 인연들의 농도가 짙으면 짙을수록 그 사회는 그 구성원의 총체적 에너지 집약과 창의성 발휘 여지가 그만큼 더 제한된다. 그 결과로 사회 체제는 경직되어 고사되고 발전과 변화는커녕 퇴보와 침체되기 십상이다. 대통령을 포함하여 대한민국 사회 권력 상층부의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년, 대한국민은 새로운 대통령을 결정해야 한다. 헌법에 선언되어 있는 바와 같이,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수 있는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고, 권력 상층부를 지속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대한국민은 위대한 민족이다. 대한국민은 다양한 분야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희망을 본다. 외압과 전쟁, 민족의 분단 속에서도 이루어낸 괄목할만한 대한민국의 발전은 정치인들의 능력이 아니라 대한국민의 우수성에 기인한다. 따라서, 대한국민 개개인은 나름의 잘못을 과감하게 떨쳐내고, 창의력을 극대화할 체제를 마련해야 하며, 대한국민의 총체적 힘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할 때다.
권력세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