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 장기파업은 정권의 노조말살정책과 사용자의 기획된 노조죽이기가 낳은 합작품이다.
파업90일이다. 2010년 최장기파업 사업장이 된 구미 KEC지회 노동자들은 14일 야4당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공동으로 KEC노조탄압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 KEC 현정호 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14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KEC는 정권의 노조말살정책이 산업현장에서 어떻게 파괴적 본색을 드러내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업장이다.
KEC는 88년 노조결성 이후 22년간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지금은 사용자의 일방적 교섭거부와 시간끌기로 사태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상황이 이렇게 오게 된 이유를 우리는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는 이 정권과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노조말살정책이 배경이다. 타임오프로 대표되는 정부여당의 노조말살정책은 사업장 곳곳에서 노조길들이기의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다. KEC 노사는 지난해 단체협약을 통해 <타임오프제 등 법이 개정될 경우 즉시 특별단체교섭을 진행한다>고 합의했다.
이 약속에 따라 지회는 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단 한 차례도 논의를 진전시키지 않았다. 회사가 한 일은 노동부 시행령이 발효되는 7월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다. 그리고 6월 9일 지회가 파업에 들어가자 <타임오프>를 요구하는 불법파업으로 몰아갔고 6월 30일 대대적 용역 투입과 직장폐쇄로 맞섰다.
타임오프제는 비단 KEC 뿐 아니라 전국의 사업장 곳곳에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노동부가 경주와 포항의 금속노조사업장에 대해 노사합의내용을 뒤집도록 강제하면서 마찰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렇게 정권에 의해 주도되는 반노동자정책은 사용자들을 노조말살의 유혹에 빠트리고 있다.
둘째, KEC사태의 본질은 <타임오프>가 아니다. 이는 구실에 불과하다. 확신하건데 기획된 노조죽이기이다.
지회는 타임오프를 비롯해 모든 사안에 대해 교섭하겠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회사는 교섭을 거부했다. KEC는 “이번에 노조의 색깔을 바꿔라”고 한다. 이것이 사태의 본질이다.
파업 90일에 이르는 지금까지 우리는 KEC의 노조탄압 수법이 경주의 발레오만도와 너무나 유사하다는데 주목한다. 발레오만도에 투입된 용역들이 KEC에 왔다. 직장폐쇄와 용역에 의한 24시간 카메라감시, 업무복귀노동자에 대한 의식개조교육과 교섭거부까지 동일하다.
우리는 치밀하게 기획된 노조파괴프로그램이 KEC 사태 장기화의 이유라 생각한다. 소위 ‘발레오만도프로그램’이라 일컬어지는 노조파괴가 진행 중이며 이를 실행하는 노조파괴전문가들을 배후로 지목한다. 합법적 노조의 색깔을 바꿔보겠다며 노조파괴전문가가 산업현장에서 활개치는 한 <공정한 사회>는 비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셋째, KEC 장기갈등의 이유는 사용자의 구조조정 욕심이다. 회사는 노조가 타임오프를 고집해 교섭이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아닙니다. 9월 1일 KEC 노무부장은 지회 수석부지회장을 만나 “타임오프가 문제가 아니다. 간접부서 분사와 구조조정을 하고 싶다”고 속내를 밝혔다.
결국 KEC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극단적 노조탄압을 일삼으며 사태를 장기화시킨 이유가 명분도 없는 구조조정 때문으로 확인했다.
KEC를 둘러싼 노사갈등은 정권의 반노동자정책과 사용자의 노조말살 기도가 만든 합작품이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야4당과 금속노조, 그리고 KEC지회는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다음과 같이 실천할 것이다.
이미 민주노총과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야5당은 정권에 의해 잘못 만들어진 노동법의 재개정에 나서기로 합의한 바 있다. 노사관계 파행의 직접적 배경이 된, 그리고 민주노조를 근본적으로 무력화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타임오프제를 비롯한 노동법은 재개정되어야 한다.
둘째,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KEC 노조탄압의 실상을 제대로 밝혀내기 위해 곽정소회장을 비롯한 당사자들을 증인으로 세우겠습니다. 야4당의 적극적인 공조와 도움을 요청했다.
셋째,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들은 장기파업으로 고통받고 있는 KEC지회 노동자들이 노조를 지키고 일자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있는 힘을 다 모으겠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일터로 돌아가고픈 간절한 소망을 담고 서울까지 나선 KEC 동지들의 투쟁에 여러분들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 
KEC 사태 해결을 위한 야4당 금속노조 공동기자회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