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교역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 단동시가 북 핵개발 이후 현저히 대북물량을 줄였다. UN경제제제에 중국이 참여하는 상징적 문으로서 단동은 그래서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박찬숙 의원은 2005년 6월, 남북물류포럼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북한을 의식해서 중국이 동북아 물류포럼이라고 주장해 제목을 바꿔서 3박4일 동안 연 국제학술회였다. 김영윤(통일연구원), 오승열(외국어대학교), 권영경(통일교육원), 박윤환(무역협회 남북교역팀) 등의 토론자들과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하게 됐다.
내용은 북한과 중국의 물류가 활발한 단동이 동북아의 물류중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중국의 속내와 한국이 북으로 보내는 물자의 출구로서의 단동, 미래 한국에서 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질 것을 희망하는 철로노선 등을 토론해 보고자 하는 세미나였다. 참석자들은 그쪽에 진출해 있는 우리기업들로 대개는 북한보고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중국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비둘기를 날리고, 군악대가 환영음악을 연주해주는 가운데 도착한 단동은 6.25전쟁, 중공군의 참전 그리고 북미관계의 현주소 알려주는 현장이었다. 끊어진 압록강 다리, 그 옆에 중국이 건설했다는 신의주와 단동을 잇는 다리 북한으로, 북한으로 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바쁘게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끊어진 다리는 중국의 관광상품이 되어 있었다.
손 뻗치면 닿을 듯 강 건너 신의주 압록강 가에는 왜소한 북한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몇 채의 건물들이 보였는데 하나같이 유리창이 없었다. 가마니 같은 것으로 문을 가려놓은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왜 신의주 건물에는 유리창이 없느냐는 내 질문에 단동 한인회 한 인사는 북한에는 유리공장이 하나도 없어 그렇다는 것이었다. 곧 중국에서 지어주기로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압록강 가에 위치한 호텔에서 밤에 바라본 신의주는 암흑의 세계였다. 빛이라고는 별빛이 전부였다. 캄캄한 신의주를 바라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빛을 찾고 찾아 아주 희미한 안개 같은 얼룩으로 보이는 빛이나마 있어 저기 저 빛이 무슨 빛이냐는 내 물음에 돌아온 답은 절망 그 자체였다. 김일성 동상에 비추는 빛인데 저 전기도 중국이 주는 것이라고 했다.
북으로 들어가는 물품들을 보관하는 이른바 세관 창고를 갔었다. 중국은 강조했다. 과자, 우유 등 식품들은 유효기간을 꼭 지키고 있다고. 시멘트 바닥에 받침대도 없이 쌓여있는 식품류들의 조악함에 가슴이 미어졌지만, 저렇게라도 통로가 있다는 일말의 위안에 아무 말도 못했다.
중고 자전거 바퀴, 우리나라에서는 폐품타이어로 취급될 자동차바퀴,
낡고 낡은 물품들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천사의 선물보다 더 귀한 것이라니. 찌그러진 리어카를 왜 북한에 보내느냐는 물음에 북한 광산지대에서 꼭 필요한 운반수단이라는 답이었다. 저런 것이라도 있다면 북한 주민들의 맨몸노역은 조금 나아진다는 것이었다. 귀한 물건이라 했다.
단동에서 동북쪽으로 20분가량 가면 고구려 산성이 있다(중국은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자 시작이라고 주장). 이곳에서 5분여 가량 달려 북한 땅이 보이는 농촌으로 갔다. 돌다리 두어 개 폴짝폴짝 뛰어 건너면 닿을 북한의 옥수수 밭을 보았다. 보통 대화하는 정도의 소리면 들리는 거리였다. 흔들리는 옥수수 밭 사이로 검은 물체 두어 개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 뒤 보일 듯 말 듯한 곳에 다른 사람 두어 명이 앉아 있었다. 탈출 시 사살하려는 감시조라고 했다.
북한군인이었다. 피골이 상접이라는 말 그대로 눈뜨고 볼 수 없는 몰골이었다.
이쪽 중국 쪽 농촌 가옥 몇 채에서는 가족들이 마작을 하거나 닭을 삶아 먹고 있었다. 한밤중에는 북한 사람들이 건너와 먹을 걸 달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때 그 중국인들의 우월감 가득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단동에서의 충격은 컸다. 같은 민족이 한쪽은 공산주의 세습체제, 한쪽은 민주주의 시장경제로 전 세계의 실험장이 되었고, 그 결과는 말이 필요 없다. 적나라하게 노출 노정되고 있었다. 나라도 팔자가 있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쓰면서 때로는 북의 처참함에 대한 의무감으로부터 가끔은 해방되고 싶었다. 그러나 다 무너진 집터에서 외마디 비명 같은 북의 모습에 다시 소스라쳐 깨어났다.
이제 세습독재도 모자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핵 위협을 하고 있다. 민족 공멸을 부를 핵 공갈을 선언했다. 이런데도 내재적 접근법이니, 우리민족끼리니, 민족 자주니 하는 사람들이 이 정권에 대북안보라인에 건재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강도는 마음이 좋아, 강도는 내친척이라 총 들고 내 집에 들어와도 밖을 향해 쏘지 내 가족에게는 쏘지 않아, 우리는 한편이잖아.이 소리와 무엇이 다른가 제 민족, 제 인민을 굶겨죽이고, 모든 돈을 독재의 성을 쌓는 데만 혈안인 북한 지도층. 같이 죽자는데 그게 아니라고 강변한다.
벼랑 끝 전술, 북한의 전략을 이렇게 불러왔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벼랑 끝에 서 있다. 벼랑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이냐. 벼랑 앞 대륙을 향해 달릴 수 있을 것인가
북한 인민을 어떻게 하면 구원할 수 있을까?
이 정권의 마지막 선택.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나서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외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끊어진 압록강 철교, 그리고 단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