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이용해 정치성 드러낸 적 없다”는 김흥국 발언은 슬쩍 뒷전
(뉴스파인더)가수 김흥국이 MBC에서 퇴출되자 가장 먼저 사설로 이를 비판한 것은 경향신문이다. 15일자 사설 ‘가수 김흥국씨 ‘MBC 라디오 퇴출’ 옳지 않다’에서 “(미국의 경우) 자신이 반대한 후보가 집권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는 물론 찾아보기 어렵다”며 “대한민국은 사회 모든 부문과 영역에서 미국을 닮으려 하면서도 연예인의 정치활동에 관해서만은 ‘한국적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전직 대통령의 장례식 사회를 맡은 연예인에 대해 속으로 미운털을 박은 뒤 겉으로는 엉뚱한 핑계를 대면서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쫓아내는 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가수 윤도현씨, 방송인 김제동·김미화씨 등의 사례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고 하겠다”면서 “(김흥국 퇴출에 대해서도)MBC는 김씨가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과의 친분관계로 지난 4·27 재·보선 당시 분당을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위해 지원유세를 하는 등의 과도한 선거개입을 했기 때문이라고 퇴출사유를 밝히고 있지만 누가 보더라도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MBC 노조 등의 주장대로 MBC는 지난 4월 말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해온 김미화씨를 몰아내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이에 대한 기계적 형평성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김씨를 퇴출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차제에 우리는 연예인의 정치활동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사설은 “연예인은 연예인 이전에 민주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밝힐 수 있으며, 그것을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의 김씨 퇴출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며, 김미화·김제동씨의 경우도 재론의 여지가 없다. 따지고 보면 정권의 눈치나 보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폐지·축소시키고, 해당 프로그램의 실무제작진을 엉뚱한 보직으로 쫓아보내는 따위의 행태를 일삼는 MBC 경영진 및 고위간부들이야말로 얼마나 터무니없이 ‘정치적’인가”라고 MBC 측을 비판했다.
미디어오늘 “김여진도 김흥국도 똑같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17일 김흥국이 MBC에 항의하는 의미로 삭발식을 거행하자 한겨레도 이를 적극 보도했다. 한겨레 인터넷판은 이날 ‘김흥국 삭발하고 울먹여 “마녀사냥 당했다”’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자신의 방송 퇴출에 대한 김씨의 항의성 삭발이 연예인의 정치활동과 사회적 발언을 금기시하는 우리나라 방송 풍토를 바꾸는 계기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면서 그동안 연예인의 정치 성향을 문제삼아 퇴출을 시킨 것은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 등 주로 진보적 성향의 연예인들에 국한됐지만, 이번에 김씨가 퇴출되면서 연예인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치적 견해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논평했다.
오마이뉴스 역시 ‘삭발’ 김흥국 “MBC 이우용 본부장, 천벌 받을 것”’란 제목의 기사에서 김흥국의 삭발식을 보도했고, 민중의소리 등 여러 매체들도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특히 미디어오늘은 17일 ‘‘강제하차’ 삭발 김흥국을 위한 ‘변명’’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예능 초능력자’라는 표현을 붙여가며 김흥국을 한껏 띄운 후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이 마뜩잖은 사람도 있겠으나,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정치사상의 자유가 있고 정치활동의 자유가 있다”면서 “김흥국씨가 피해를 입게 되면, 최근 정치·사회적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는 배우 김여진씨가 불이익을 받는 것도 우리는 ‘방어’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진중공업, 반값등록금, 홍대 청소노동자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발언과 개입을 하는 것은, 특정 정당·정치인에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치·사회적 활동의 일종”이라며 “최근 MBC 측은 예의 ‘정치적 중립’을 근거로 기자·PD는 물론이고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외부 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언론인뿐만 아니라 예능인·예술인들의 정치·사회 활동 참여도 매우 위축될 수밖에 없다. 김여진씨도, 김흥국씨도 똑같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흥국씨의 싸움은 이래서 중요하다. 김씨는 그간 김미화·김종배씨 하차 문제 등에서 나타난 MBC 라디오본부 측의 무원칙하고 일방적인 행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면서 “또한 큰 틀에서 예능인·예술인들의 ‘정치활동의 자유’를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자신에게 더 큰 피해가 닥쳐올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용감하게 1인시위에 나선 김흥국씨에 대한 지지와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스 역시 ‘삭발한 김흥국 “청취자들에게 죄송하다”’란 17일자 기사에서 김미화, 김종배 등도 문제 삼아 퇴출한 MBC 측을 맹비난했다. 그러나 이 같이 좌파언론이 뒤늦게나마 김흥국을 적극 옹호하고 나서고 있는 데 반해 MBC노조 측은 이들 매체를 통해 간간히 유감의 뜻을 나타낼 뿐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논란 당시와는 달리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다.
정략에만 빠져 정치적 자유 보장 부분은 사실상 뒷전
그러나 이들 언론의 주장과 달리 김흥국 퇴출 문제는 기존 김미화, 김제동 등의 논란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그러한 개인의 자유를 빌미로 공공재인 전파를 정치적으로 이용해도 되느냐의 문제, 그리고 공영방송에서 특정 이념정치집단에 속한 인사들의 목소리가 여론의 방향을 일방적으로 이끌어도 되느냐의 문제다.
이러한 본질은 이미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성향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문제는 개인의 성향이 공적인 영역에 투영되느냐 안 되느냐”라고 지적한 발언에도 뚜렷하게 녹아 있다. 김흥국 본인도 이번 퇴출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그러한 점에서 분명히 인식하며 “방송 이용해 정치성 드러낸 적 없다”고 퇴출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15일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에 출연한 김씨는 “나는 예능·오락 프로그램 진행자일 뿐”이라며 “김미화 씨는 시사 프로도 진행했고 나와 질적으로 다르다. 나와 그 친구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지 않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네티즌들 역시 이러한 차이를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한겨레 인터넷판에 댓글을 단 한 네티즌은 “김흥국은 김미화처럼 자기가 진행하는 프로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표출하는 발언을 한 적도 거의 없고 그저 주접떨기에 바빴는데 왜 그를 퇴출시켜야 된다는 건가”라며 “MBC노조는 김씨가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유세에 참석했다고 퇴출시켜야한다고 하는 거 같은데 그건 방송인이 방송진행 중에 노골적인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발언을 하지 않는 한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의한 정치활동을 이유로 퇴출시켜선 안 된다는 노조의 주장과 전혀 배치되는 것 아닌가”라고 MBC노조의 위선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한명 폴리뷰 편집장은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방송의 공영성을 지키는 문제는 엄연히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뒤늦게 계산에 의해 김흥국을 편들면서도 그런 구분을 하지 않고 개인의 정치적 자유문제로 교묘히 사안을 물타기 하는 좌파매체들이야말로 개인의 정치적 자유 보장에 관심 없이 오로지 정략에만 빠져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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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국 방어해줘야 김여진도 방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