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조선일보 누구든 공인이 되기 위해선 밟아야 할 수순과 단계가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정국에서 사실상 주인공으로 주목을 받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뉴스파인더)안 원장 지원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탄생하자 자연스럽게 차기대권으로 가 있는 언론의 시각에서, 안 원장이 내릴 최종 판단과 선택이 무척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후보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1, 2위를 다투는 만큼 언론으로서의 관심은 당연한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안철수 원장, 정치 할 건지 말 건지 분명히 밝힐 때 됐다’라는 제목의 2일자 사설을 통해 “안철수라는 이름을 대입하지 않고는 내년 총선과 대선 방정식을 풀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사설은 “안 원장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다음날 기자들을 만났을 때 앞으로 정치를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학교 일도 벅차다”고 답했다. 안 원장은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처음엔 “생각이 없다”고 했었지만 이후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쪽으로 대답이 바뀌었다”면서 “그래서 사람들은 안 원장이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어림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선 안 원장이 총선 때부터 당을 만들어 뛰어들 것인지, 대선이 임박해서 야권 후보 단일화의 한 당사자로 뛰어들 것인지, 아니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야권 후보를 미는 선택을 할 것인지 등 구구한 추측이 나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설은 “안 원장이 국가적 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에 대해선 안 원장이 주변에 했다는 “나는 안보는 보수고, 경제는 진보”라는 말 정도가 알려져 있을 뿐”이라며 “안 원장이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밀어붙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지난 5월 국회 강연에서 ‘대기업의 약탈행위’를 비판한 것을 보면 경제 분야 쟁점에서 진보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는 듯하지만 구체적인 각론(各論)에서 어떤 해법을 머리에 그리고 있는지를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가 스스로 보수적 입장을 지녔다는 안보 분야에서도 가령 천안함 사건에 대한 그의 입장이 그가 지지선언을 했던 박원순 후보처럼 “북의 소행이라고 믿지만, 우리 정부가 북을 자극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는지 적잖은 국민들이 궁금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 원장이 한나라당을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세력이라고 부른 만큼, 정치를 한다면 한나라당 반대편에 설 텐데 기존 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도 어려운 문제”라면서 “그러나 안 원장은 본인이 원하든 않든, 인정하든 않든 이미 정치의 세계, 공인(公人)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누구든 공인이 되기 위해선 밟아야 할 수순과 단계가 있으며, 안 원장이라고 거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안 원장은 이제 정치를 할 건지 말 건지 이것만이라도 분명히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입 다물고 있다가 선거 때 갑자기 남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
중앙일보도 아직 본격적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안철수 원장의 본격 데뷔를 주장했다. 김진국 논설실장은 3일자 ‘안철수, 정치판에 나서라’ 칼럼을 통해 “미디어 활용능력을 봐도 박 시장은 아마추어, 안 원장은 프로라는 인상을 준다.
박 시장은 신문 발행일도 고려하지 못할 정도지만 1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고 사퇴해 버린 것이나, 박 시장에 대한 지원을 미루며 호기심을 극대화한 뒤 선거 이틀 전 편지를 전달하며 힘을 실어준 안 원장의 선택은 절묘했다”며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야권에서 안 원장을 빼놓고 대선 후보를 논의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런데도 안 원장은 아직 “학교 일 하기도 벅차다”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정치인 같은 말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꼼수’의 김어준씨 어법으로는 ‘재수 없을 수, 있는’ 처신이다” “정치를 하면 한다, 안 하면 안 한다고 하면 되지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우아한 포지션도 잃지 않겠다는 것은 ‘재수 없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안 원장은 지도자가 될 굉장히 좋은 이미지와 업적, 품성을 갖고 있다. 박 시장에게 편지를 전한 것처럼 출마를 선언할 가장 효과적인 시점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는 지금 서둘러도 이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검증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치인으로서의 품성을 평가하기 위해선 더욱 그렇다. 본인들이야 신비주의로 버티고 싶겠지만 유권자는 아니”라며 “정책을 준비할 시간은 더 부족하다. 나라 살림이건, 자치단체의 살림이건 이미지로만 꾸려갈 순 없다.
비전과 구체적 정책이 있어야 한다.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니다. 정당을 새로 만들건, 기존 정당에 들어가건 정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여론의 검증을 받고, 다른 경쟁자와의 정책대결을 거쳐야 집행단계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정책은 현실에 발을 디뎌야 한다. FTA 같은 당장의 국가적 현안에 입을 다물고 있다가 선거 때 갑자기 남을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치 지도자가 논평가와 다른 건 사명감과 책임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의 자문조직은 당선된 뒤에야 드러났다. 대중적으로는 매우 낯선 인물들이다. 그들을 검증할 시간은 전혀 없었다. 대통령 후보는 그래서는 안 된다”며 “안 원장이 내년 대선에 나설 생각이라면 지금도 늦었다. 아직 망설인다면 그 결단을 서둘러야 한다. 눈치만 보다 뻐꾸기처럼 남의 둥지에 밀고 들어가는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비상식’의 기존 정치판을 뒤집어엎어 새로 짤 생각이라면 시간이 더욱 부족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모두 안 원장이 신비주의를 유지한 채 검증은 외면하고 영향력만 행사해서는 안 되며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국민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셈이다.
문화일보 여론조사 안철수 신당 출현하면 지지 40.9%
한편 문화일보와 디오피니언이 지난달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이 출현하면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무려 40.9%에 달했다.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의 31일 조사에선 안철수 중심의 제3세력 정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30.3%로, 박근혜 전 대표 중심의 한나라당을 지지하겠다는 응답(36.4%)의 뒤를 이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중심의 야권통합신당(22.0%)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29일 조사에서는 안철수·박원순 중심의 제3세력에 대한 선호도가 39.3%로, 한나라당(40.0%)과 비슷하고 민주당(11.1%)보다 3배 이상 높았다.
각종 여론 조사결과를 보면, 현재 민주노동당과 운동권 등 좌파세력 주도의 야권통합보다 안철수 원장 중심의 제3세력이 등장한다면 차후 정국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안 원장의 검증회피와 신비주의 전략은 국민에게 또 하나의 정치도박을 요구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박한명 폴리뷰 대표는 “만약 안 원장이 정말로 정계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의 신비주의 기간은 두 가지 측면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본격적 정계진출에 앞서 자신의 정책적 비전과 이념적 노선을 정립하고 학습해 향후 벌어질 검증국면을 대비코자 하는 측면과 이미 전문적 사안들에 대해 지식과 대응책을 마련할 여유가 촉박하므로 어떻게 해서든 검증기간을 미루고 미루다 최소한의 검증만을 받겠다는 측면”이라고 진단하며, “어쨌든 지금처럼 언론의 검증론은 뒤쫓고 안 원장은 계속해서 달아나는, 만화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추격구도가 지속되다가는 그 자체로 염증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대중적 피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식으로건 검증 받아야할 입장이라면 가능한 정공법적으로 다가서는 편이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안철수 정치 할까? 뒤쫓는 언론과 도망치는 안철수 구도 고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