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사무부총장 이성헌
남북 정상회담과 6.15선언이 있은지 벌써 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나라 전체가 월드컵 축구로 축제 분위기에 젖어 태극기가 전국 방방곡곡을 뒤덮고 있는 오늘, 광주에서는 한반도기를 흔드는 또 하나의 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월드컵 축구에 열광하며 나부끼는 태극기의 축제’는 밝고 건강하다. 이 축제에 참여하는 국민 한사람 한사람은 우리 대표팀의 경기 결과에 마음을 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즐기기 위한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광장에 모여 앉아 우리가 같은 대한민국 국민임을 체감하며, 태극기의 물결 속에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재확인하고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언제든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건강한 ‘태극기 세력’이다.
광주에서 열리는 ‘민족 축전’은 말만 ‘축제’일뿐, 어둡고 음습하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한반도가 전쟁의 화염에 뒤덮일 것이라고 협박하는 자가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축전’에 참여하고 있고, 평택 미군기지 부지에서 죽창을 휘둘렀던 사람들이 축전의 주역이 되고 있다. 이들을 묶고 있는 연결고리는 ‘통일 조국’의 미래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 반인권 반민족 반민주 정권의 안녕과 존속을 위한 정치투쟁일 뿐이다. 이들은 민족의 이름으로 민족을 배신하며, 통일을 간판으로 내걸고 속으로는 영구분단을 꿈꾸는 ‘한반도기 세력’이다.
5.31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여러 가지 해석들이 분분하다. 노무현대통령은 조변석개하는 민심의 일시적 흐름이라고 규정하면서 선거민심을 난도질하고 있다. 우리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2007년 대선게임을 놓고 볼 때 오히려 ‘패배한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 민심’을 정치게임의 종속변수로 취급하면, 별별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 민심을 정치게임의 종속변수로 취급하는 정파나 세력에게는 미래가 있을 수 없다. 그 때 그 때의 ‘선거 민심’이 시류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것 같아 보여도, 대한민국 정치사를 전체적으로 조명해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선거 민심을 통해 보여준 메시지들은 시대사적 과제들을 정확하게 통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이원종 박사가 저술한 ‘국민참여 시대의 한국정당’이란 책의 일독을 권유하고 싶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선거 민심’의 시대사적 의미는 ‘태극기 세력의 부활’에 있다. 좌파 포퓰리즘으로 표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방향타를 올바르게 정립하고, 얼치기 좌파 찌질이들이 벌여놓은 역사퇴행적 굿거리판을 ‘웰빙 대한민국’을 향한 성장의 건설 현장으로 바꿔놓으라는 시대적 명령을 국민들이 정치권에 내려주고 있는 것이다.
노대통령과 그 친위세력들이 5.31 선거민심을 끝내 부정하거나 부정하고 싶어 안달하는 것은 이러한 시대사적 명령을 수용할 이해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라, 알면서도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려는 것이다. 19세기적 이념의 틀에 갇혀 대한민국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는 자신들의 죄과를 끝내 감추고 싶은 것이다. 단순히 은폐하고 감추려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동원가능한 모든 ‘정치쇼’를 총동원함으로써 ‘판 뒤집기’를 통해 국민을 호도하고 시대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려는 황당한 꿈을 부여잡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에서, 대한민국은 5.31 선거 이전보다 더욱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한나라당이 이긴 것이 아니라 진 것’이라는 우리 한나라당내 일각의 경고는 설득력을 가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고들이 혹시라도 ‘5.31 선거민심’에 대한 소극적 해석이나 패배주의적 접근 태도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우리 한나라당은 5.31 선거민심이 우리 한나라당에게 기대 이상의 승리를 안겨줬다는데 자긍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책임을 무겁게 느낀다는 것이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되는 것만큼이나,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부여한 기대와 책임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좌파포퓰리즘을 분쇄하고, ‘웰빙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시대 정신을 열어갈 주체요 머슴으로 한나라당을 지목해줬다는데 대해 긍지를 갖는 것이 향후 올바른 실천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해맑은 얼굴로 ‘대~한민국!’을 외치는 ‘태극기 세력’의 정치적 대표로 한나라당이 지목된 것은, 그동안 우리 한나라당의 정치성적표를 감안하면 확실히 분에 넘친 측면이 있다. 우리 내부에서 그동안 끊임없이 ‘좌파 포퓰리즘의 정치적 성공’을 부러워하며 그것을 벤치마킹하고자 안달했던 흐름이 없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발목잡는 얼치기 좌파들 주도의 빗나간 정책들을 차단하는 데에도 역부족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두차례 대선의 실패 속에서 ‘좌파 포퓰리즘’에 대한 패배주의와 투항주의적 태도들이 우리 한나라당 일각에서 자라고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5.31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은 우리 한나라당에게 ‘태극기 세력’의 대표 주자로서 긍지와 자신감을 주문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과거를 ‘실패의 역사’로 규정하는 세력들에게 단호하게 맞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어설픈 평등주의로 경제와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을 갉아먹던 세력들과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서 싸워야 한다.
‘중도와 다양성’의 이름으로 한나라당이 어정쩡한 스탠스를 가져서는, 좌파 포퓰리즘 세력의 일대 반격에 지리멸렬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런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는 2007년 대선게임에서도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가까스로 승리한다 하더라도, 내용적으로 ‘웰빙 대한민국’ 건설과 ‘태극기 세력’의 승리와는 거리가 먼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
지금은 잔뜩 몸을 사린 채, 정치공학이나 정치게임 차원에서 5.31 선거민심과 향후 대선에서의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 어설픈 ‘중도통합론’을 앞세워 5.31 선거민심이 부여한 시대사적 과제와 동떨어진 한가한 정치놀음에 빠져서도 안된다. ‘좌파 포퓰리즘’으로 오염된 대한민국에 대해, ‘태극기 세력’의 밝고 건강함으로 일대 청소작업을 벌여야 한다.
국민들은 우리 한나라당이 얼마나 5.31 선거민심에 충실하며, 태극기세력의 정치중심으로서 ‘웰빙 대한민국’ 건설에 얼마나 기여하고자 노력하는지 여부를 냉정하게 주시할 것이다. 제대로된 정치리더십은 대중의 바다로 끌려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명쾌한 정치철학과 정치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대중이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하물며, 국민의 절대 다수가 이미 저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가 대체 무엇을 주저할 것인가!
월드컵과 6.15, 한나라당의 숙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