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서 국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느꼈다. 과거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은 국정 혼란의 책임을 물어 민주당을 단죄했다. 그런 국민들이 연말 대선에선 변화하지 않은 한나라당을 외면했다. 2004년 총선에서는 대통령을 탄핵한 다수당의 지나친 행위를 심판했고 이번 지방 선거에선 무능과 독선의 여당을 단죄했다. 다음번 심판의 단두대에 서는 것은 거의 모든 지방권력을 손에 쥔 한나라당이 될 것이 분명하다. 심판의 결과가 어떨지 무서울 따름이다.
변화하지 못하는 세력에게는 언제든지 지지를 철회한다
이런 국민들의 선택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국민이 원하는 바에 맞춰 변화하지 못하는 세력에게는 언제든지 지지를 철회한다는 것이다. 옛날에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해서, 나라를 운영해 본 경험이 많다고 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를 거저 확보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어느 정당이건 변화와 혁신을 결과로 보여주지 못하면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그동안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한 노무현 정부가 대한민국을 위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이, 제대로 된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에 대한 심판인 것이다.
다음 심판은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다
다음 심판대상은 누구인가? 지방선거는 열린우리당이 심판 대상이었지만 다음 대선의 심판 대상은 한나라당이다. 지방선거 압승이라는 선물을 준 국민들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한나라당에 바랄 것이다. 이번에 열린우리당의 무능을 심판한 그 힘은 이제 한나라당을 겨냥할 것이다
이제 국민의 판단기준은 한나라당이 변하느냐 안 변하느냐만 남았다.
더 이상 열린우리당이 잘못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을 선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총선과 지방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야당에게 유리한 선거지만, 대선은 그와 상관없이 제일 잘 할 것 같은 인물과 정당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들의 지지에 부응할 수 있는 수권정당이라는 증거를 내놓지 않는 한 집권은 불가능하다.
지방선거 압승으로 더이상 변화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막아야 한다. 변화를 주장하는 것 자체가 해당행위로 평가받는 분위기가 팽배해서는 안된다. 정권획득을 기정사실화하고 안일함에 빠져든 정당, 변화와 성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을 백안시하는 분위기, 옭죄이고 성장이 차단된 채 겉으로만 그럴듯해 보이는 분재정당으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대통령선거는 미래에 대한 평가다.
대선은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요구한다. 지금 이대로 우리가 분열만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우리를 흔쾌히 선택할 것인가?
국민은 묻고 있다.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 국민은 행동하고 있다. 이제 한나라당이 답할 차례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되면 각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혀 미래로 가려는 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되면 옛날로 돌아갈 것이라는 불안감을 불식시켜야 한다. 과거처럼 부패하거나, 언론장악을 기도하거나, 권력기관을 통한 통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이번마저 한나라당이 확실히 변화의 모습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국민들을 한나라당을 ‘재보선 전문 정당’으로밖에 보지 않을 것이다. 견제를 위해서만 잠시 국민이 써먹는 정당, 스스로 변화하고 그 동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능력이 없는 정당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전당대회가 변화의 시발이 되어야 한다. 대리인을 뽑는 선출대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전당대회는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야 되느냐를, 그것을 위해 한나라당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국민에게 밝히고 선언하는 자리여야 한다. 그 동안은 단지 누가 될 것인가에만 신경을 쓰게 했다. 그래서 국민은 좌절하고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을 대신해서 대리인으로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를 강요하는 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에게 물어야 한다.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이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 경제, 복지 등 각 분야마다 누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지금부터 당에서 조직화하고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집권하면 어떤 정책을 어떻게 한다는 것을 지금부터 준비해서 보여줘야 한다.
2. 당 내외 유력인사 모두 전당대회에 출마하라.
대권후보가 당 바깥에서 우아하게 강연만 다니면 정권을 찾을 수 있느냐? 잠재적인 주자들을 당 안에서 일할 수 없게 하고 밖에서 이미지 정치만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당헌 당규를 개정해야 한다
당에서 떠나 있어야 공격 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한나라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금부터 국민들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구체적인 일을 해야 할 이 때, 우리의 대권후보들은 무엇을 하려 하고 있는가?
유력한 대권주자의 한사람인 박근혜 대표는 당권 대권분리를 규정한 당헌에 충실한다면서, 대선출마를 위해 임기 만료 전인 6월 16일 대표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주자인 이명박 시장은 여의도를 피해 종로에 사무실을 둔다느니 장기간 외유를 한다느니 하면서 정치일선에서 비껴나 있겠다고 하고 있다
대선후보 둘 중에서 한명이 꼭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착각, 당이 분열만 안하면 된다는 안일함,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어야 여당의 공격에서 보호받는다는 오해,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따 놓은 당상이라는 오만에 사로잡혀 또다시 대선실패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2002년의 이회창 1인대세론에서 2007년의 박근혜-이명박 2인 대세론으로 바뀐 것 외에는 달라진 점이 뭐가 있는가?
당헌 당규 핑계로 유력 주자들이 당 바깥에서 있도록 명분을 주면 안된다. 분열의 씨앗을 만드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 지휘로 승리한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이명박 시장, 손학규 지사는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일단 당과 거리를 두면서 있고자 할 것이다. 당장 전당대회에 대리인을 통한 싸움 자체도 시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도지사가 지금 당에 안 들어오면 대선 전까지 당에 안 들어오게 되는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한 지붕 밑에서 싸워야 같이 갈 수 있는 것이다.
두 분의 유력한 대권후보를 전제로 만들어진 정당의 당헌 당규가 만들어진 것이 문제다. 대권주자를 위해 당과 나라가 전진을 멈추어서는 안된다. 당권 대권 분리의 당헌 당규가, 유력 후보들이 당 밖에서 인공위성처럼 떠돌 수 있는 명분이 돼서는 안 된다. 당헌 당규를 개정해 모두 들어오게 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의 진로에 대한 비전이 무엇인지 엄중히 물어야 한다.
잠재적 후보군이 당에서 역할을 맡을 수 없게하는 당헌 당규를 개정해야 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 당헌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에겐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 그리고 손학규 도지사 외에 유시민 장관같은 잠재적인 대권후보도 필요하다.
여당은 유시민 장관같은 잠재적인 대권후보들을 장관을 시켜 업무능력을 쌓게 하고 국민연금 개혁으로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당의 원희룡 최고위원 같은 훌륭한 대권주자는 이제 최고위원도 그만두고 당 바깥에서 무엇으로 국민들에게 능력을 검증받을 것인가?
인력과 자원이 모자란 야당의 대권주자는 당내 활동을 통해서만 역량을 키우고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원희룡 최고위원 같은 대권후보군이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해, 국민들이 후보군 모두를 한 명, 한 명 자세히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가지게 해야 한다고 본다.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 손학규 도지사, 정운찬 총장, 고건 전총리, 박세일 전의원, 원희룡 최고위원, 뉴라이트 등 모든 대권주자들이 당대표, 최고위원,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각 자리에서 일로서 경쟁을 해야 한다.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 손학규 도지사가 유명해진 것도 지금까지 자신들이 일을 하고 일한 업적으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표가 앞장서서 싸우고 당을 이끌어 옴으로써 전직 대통령의 딸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당당한 대권주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고, 이명박 시장 역시 청계천복원이란 눈에 보이는 업적으로 평가를 받은 것이고, 손학규 도지사도 외자유치 실적이라는 결과를 통해 새로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들 모두는 당대표, 서울시장, 경기지사 일에서 물러나 더 이상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을 할 기회가 없다. 과거에 일한 것으로 평가받아 승리하는 대선후보는 없다. 계속 일을 해야만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일을 하지 않으면 현재 20%의 지지율을 끌어 올릴 수 없다. 계속 일을 해야 미래에 대한 비전도 만들어진다. 당연히 이 분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는 한나라당이다. 당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당에서 계속 일을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 손학규 도지사, 정운찬 총장, 고건 전총리, 박세일 전의원, 원희룡 최고위원, 뉴라이트 다 들어와서 경쟁해야 한다. 당대표, 최고위원,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각 자리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 치고 받고 싸우더라도 당에서 싸워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온갖 정계 흔들기에 대처할 제1야당 대표직을 1년 반 동안이나 대리인을 내세워 신탁통치하듯 운영할 수 없다. 고건 전총리가 한나라당과 노선에 있어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외부에 머물러 있다가 복귀한 후 단기간에 서울시장 자리를 거머쥔 소위 ‘오세훈 효과’ 때문에 당을 멀리 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당내 후보로는 안 된다는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고, 외부영입인사는 성공을 보장하는 백마탄 왕자라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한 것에 대해 엄중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 더 이상 당내에서 활동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
아무도 생각안할 때, 여당이 정신 못차릴때 국민의 눈과 귀를 한나라당에 묶어두자
경쟁을 통한 예측불허의 싸움을 해야 한다. 오세훈 당선자도 기존의 홍준표 의원, 맹형규 전의원과 같은 조건에서 치열한 경쟁을 했기 때문에 강해진 것이고 쉽게 승리한 것이다.
박근혜 대표, 이명박 시장, 손학규 도지사 등이 모두 출마하여 경쟁하는 전당대회가 되게 하자.
남은 1년6개월 동안 한나라당이라는 당이 국민들에게서 잊혀져서는 안 된다. 대권후보의 개인 사무실, 외부강연장이 아니라 언제나 한나라당이 뉴스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그 길만이 실패를 거듭하지 않는 길이다.
다음 심판 차례는 한나라당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