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계획에 관한 6자회담이 다음 달에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30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국과 북한 간의 금융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를 수석대표로 하는 미국 대표단은 28일 이미 베이징에 도착했으며,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가 이끄는 북한 대표단은 30일 오전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국 소리방송에 따르면 30일 미국과 북한은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과 병행해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BDA)의 북한계좌 동결 문제에 관한 첫번째 실무회담을 가졌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는 1차 회담을 마친 뒤 협상이 실무적이었다고만 말했습니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내일부터 시작되는 2차 회담을 앞두고 좀 더 희망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글레이저 부차관보는 지난 번 회담에서 논의한데서 나아가 좀 더 생산적인 논의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 간의 이번 협상은 다음 달 중 재개될 예정인 북한 핵 계획에 관한 6자회담에 앞서 열리는 것입니다. 남북한과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이 참가하는 6자회담은 몇 주 안에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아소 다로 외상은 6자회담이 2월 8일경에 열릴 전망이라며, 중국 정부가 오늘 중 회담날짜를 확정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공식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미국의 로버트 키미트 재무부 부장관은 기술적인 면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이해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회담타결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 (WEF)에 참석 중인 키미트 부장관은 지난 27일 미국과 북한이 동결된 북한계좌와 관련해 서로 궁금한 내용에 관한 서신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달러화 위조와 밀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계좌, 또 대량살상무기 (WMD) 거래에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계좌 등에 관한 북한 측의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또한 자신들이 궁금한 점을 묻는 질문서와 함께 BDA 계좌 동결에 대한 입장 등을 담은 자료 등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2005년 북한이 돈세탁과 위조지폐 제조 등 불법행위를 한다는 혐의로 마카오에 있는 BDA 의 북한계좌를 동결시켰다. 이에 반발한 북한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조치가 해제돼야만 6자회담에서 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소의 김동현 객원교수는 미 국무부 통역으로 일하면서 여러 해 동안 북한 문제를 다룬 경험을 갖고 있다. 김동현 교수는 북한은 절대로 불법활동에 관계했음을 시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 재무부 관리들은 북한에 대해 기대할 때 현실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측 협상대표들은 그같은 불법활동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북한 정부 대표들은 북한의 불법활동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김동현 교수는 말했다. 북한의 제도는 분야별로 확실히 구분돼 있어서 그 일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 관리들은 이번 주 베이징 회담에서 앞으로 불법활동과 관련해 협력하겠다는 북한 측의 약속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할지 모른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북한 대표들은 불법행위를 했다는 것을 시인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미국이 불법활동을 적발해서 알려주면 관련자들을 처벌하겠다는 식의 대답을 듣게될 가능성이 크다고 김동현 교수는 말했다.
미국정부 관리들은 6자회담에서 진전을 볼 수 있도록 동결된 북한 계좌 가운데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만약 금융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6자회담에서 성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부시 대통령 행정부와 의회는 BDA의 북한계좌 동결 등 여러가지 대북 제재조치와 관련해 고민에 빠져있다고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가 지적했다. 미 의회조사국의 라파엘 펄 연구원과 딕 낸토 연구원은 지난 17일자 ‘북한의 미 달러화 위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BDA 의 북한계좌 동결 등 여러가지 제재조치가 예상보다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미국의 금융제재 조치가 해제돼야만 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 계획을 포기하도록 만들 만큼 제재조치가 충분한 효과를 낼 것인지, 아니면 일반주민들에게만 피해가 가고 북한정권에겐 핵 문제 논의를 피하는 구실과 핵 개발을 계속 추진할 시간만 제공하는 결과만 될 것인지가 의문이란 것이다.
미국정부는 현재의 조치를 계속하든지, 아니면 6자회담의 진전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대북 금융제재 조치를 해제할 것인지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