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북한이 세계에서 고립돼 살아가다 보니 경제 위기가 커지고 있다”며 “세계경제 구조를 떠나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북한의 개혁 개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형근 의원은 이와 관련해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방중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국의 경제제재가 이어지면 우리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뜬금없이 이해찬 국무총리가 이 시점에서 북한의 개혁 개방을 들고 나온 배경은 과연 무엇일가?
노무현 정권은 북한을 자극할까 두려운 나머지 ‘미국의 거듭된 PSI 참여요구 압박에도 응하지 않고 있고, 북한의 달러위조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며, 검찰, 경찰등의 대공 방첩전선의 무력화도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음에도, 국무총리가 북한을 근본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개혁 개방 요구를 하고 나선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미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가 북한의 붕괴가능성을 심도있게 논의하는 등 서방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이「북한의 필연적 붕괴론」을 매우 설득력 있게 거론하고 있다.
동구권 붕괴를 분석 예견한 바 있는 이들 전문가들이 갑작스런 북한 붕괴 가능성의 원인에 대해 ①급속한 경제력 쇠퇴와 지도력 상실 ②광범위한 기아 ③군사쿠데타 ④미국의 군사적 압박 ⑤오판에 의한 전쟁도발 등을 예시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잘 버텨왔으나 잇따른 경제정책 실패 정치지도력 불안, 북核 프로그램과 이로 인한 군사적 긴장 고조 등 새로운 변수로 인해 북한의 붕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 위폐로 촉발된 미국의 대북경제제재에 대해서는 김정일 자신도 체제붕괴의 가능성을 언급한 점에 비추어 CSIS, LAND등 서방 연구기관들의 ‘북한 붕괴 가능성’ 제기는 주목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해찬 총리의 북한 개혁 개방 촉구 발언은 이같은 북한의 급작스런 붕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의 대북금융제재를 풀 수 있는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한 것이라 판단된다.
2. 북한의 개혁 개방 현황
북한은 지금 경제개발을 위한 자본이 필요하지만「북한 핵문제」등 정치적 이유로 인해 북한에 대한 외부 투자는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그동안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 후 개성공단 구상을 발표했고, 01년 상하이 푸둥을 견학하고 이듬해 소위 「7.1 경제개선 조치」와 「신의주 특구」를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은 개혁 개방의 모델로「중국」을 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일 위원장은 왜 중국을 개혁 개방 모델로 삼은 것일까?
중국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자본주의 국가들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기 위해 80년대 초「대외무역체제」를 개혁함과 동시에 선전과 주하이, 샤먼, 산터우, 하이난 섬 등 5개 지역에 경제 특구를 설치하는 개방정책을 시행했다.
특히 사회주의 체제 유지를 위한 당 지도체계를「집단주의체제」로 안정화 시키고, 특구를 중심으로「해안에서 내륙으로」「동(東)에서 서(西)로」중국경제를 성장시키는 발전전략을 구사한 중국 지도부의 성공 사례는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체제」와「경제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모범답안이었을 것이다.
북한이 지난 2002년 7월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시작할 당시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 움직임은 중국의 개혁, 개방 초기와 비슷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고 그 후 북한은 지속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3. 북한 개혁 개방 조치의 태생적 한계
그렇다면 북한이 3년 전 경제개선 조치를 통해 나름의 개혁, 개방의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진정한 경제개혁을 위한 개방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중국의 성공전략을 모방하려는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의 3대에 걸친 「가족승계」라는 폐쇄적인 북한지도체제하에서 본격적인 개혁 개방시 집권기반이 흔들리며 사회주의 체제 자체가 붕괴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후계체제의 불안정」때문에 북한 당국은 부분적인 경제제도 개혁을 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개혁 개방에 선뜻 나서질 못하는 것이다.
70년대 중국의 지도부는 스스로 시장경제로 변화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지만「후계의 불안정」과「체제붕괴」의 우려 때문에 북한에게는 그러한 자세가 전혀 없다.
둘째,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북核문제를 해결하여 정치적 불안정 요소를 해소해야 한다. 대외자본 유치를 위해 중국처럼 군사 외교문제도 경제발전을 위한 종속변수로 둬야 하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후계체제의 불안정」에 따라 「선군정치」등 이념에 집착, 정권유지에만 급급하고 있기 때문에 등소평 같은 「개혁의지」와 함께 그 실용적인 자세를 대내외에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한 북한 주민들에게는「고난의 행군」운운하며 희생을 강요하지만 핵무기 개발 포기나 인권 개선 등 민주적인 방향으로의 체제개선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경제의 중국과 같은 본격적인 개혁 개방의 길은 한계가 있다.
4. 북한 개혁 개방에 대한 평가 및 전망
김정일 위원장의 지난 1월 중국방문은 당 정 지도자들과 「집단 경제개방 현장 학습」을 통한 공감대 형성으로 개혁그룹의 효율적 정책추진 뒷받침하려는 김정일의 의지가 실린 방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위원장은 또한 중국 방문을 통해 경제개혁 개방에 대한 의지와 지속적 추진 입장을 극적인 연출을 통해 대내외에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방문으로 향후 북한이 취하게 될 개혁 개방은 그것이 중국식이든 아니면 다른 방식이든 당분간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 이유는 북한이 「후계체제」 문제등 내부체제가 나름대로 정리가 되어야만 정치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그 이후에나 본격적인 개혁 개방의 길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후계구도 경쟁으로 인해 실각한 장성택의 복권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 될 수 있다. 장성택이 남북경제 협력에 긍정적 입장 표명을 했었고 김정일 위원장에 이어 경제전문가 2-30명과 함께 경제시찰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김정일은「후계구도」보다 「경제성장 문제」를 더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향후 장성택은 북한의 후계구도와 함께 경제분야에서의 적극적 역할이 예상된다.
지금 북한은 이대로 가면 북한 스스로 붕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알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체제붕괴’ 발언은 북한 위폐로 촉발된 미국의 대북경제제재로 인해 스스로 붕괴 될 수 있다는 절박감을 웅변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과연 북한이 최근 서방에서 일고 있는「체제붕괴 가능성」을 극복하고 어느 정도까지 개혁 개방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지 향후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물론 「후계구도」가 가장 큰 변수임은 말할 것도 없다.
북한 개혁 개방 과연 가능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