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장 주대환)가 중앙행정기관 등 1003개 공공기관, 45,413명의 비정규직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정부 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도 우리사회 양극화의 주범인 비정규직의 남용과 차별이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 남용을 앞장서 막아야 할 노동부조차 46.9%
농촌진흥청(58%), 질병관리본부(64%), 문예진흥원(56.5%) 등은 비정규직 비율이 절반이 넘었으며, 특히 중앙 부처 가운데서도 비정규직의 남용을 앞장서 막아야 할 노동부에서 조차 그 비율이 46.9% (직업상담원을 비정규직에 포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건교부(23.7%), 외교통상부(24%), 행자부(20.3%), 국방부(20%)도 비정규직 비율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 조사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중에서 3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무려 37.2%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건설교통부의 경우 70.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정규직 보호입법상의 쟁점중의 하나인 기간제 사용 사유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상시적 업무에 계속 비정규직이 남용될 것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비정규직 평균 월 임금총액 123만9천원
비정규직 전체 평균 월 임금총액(기본급, 각종 수당, 상여금 등 포함)은 123만9천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무부(90.1), 통일부(93.2), 해양수산부(86.5), 농촌진흥청(83.4), 특허청(85.7만원) 등의 경우는 100만원이 되지 못했다. 이는 2004년 8월 통계청에서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인 11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이다.
한편 공공기관 내 비정규직 차별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종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 차이는 정규직을 100으로 놓았을 때 46.5에 불과했으며, 특허청(31.9), 관세청(34.3), 환경부(39.6), 한국광기술원(38.8), 해양수산부(40.1)의 경우 그 격차는 평균 격차에 비해 훨씬 크게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 중에서도 여성은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 특허청은 비정규직 100%가 여성이었으며, 국세청(98%), 기획예산처(89.1%), 국가청렴위원회(86%), 외교통상부(86%), 산업자원부(81.7%) 등도 여성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동종 유사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놓았을 때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고작 42에 불과했다. 정규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3.7%이지만, 비정규직중에는 58.2%를 차지했다.
결국 비정규직의 업무가 대부분 사무보조, 조리원, 청소원 등 저임금 직종에 몰려 있고 결과적으로 여성들이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부에서조차 남녀차별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여성가족부 7개월 동안 생리휴가 사용비율 0%
여성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야 할 여성가족부, 양성평등 교육진흥원의 경우 지난 7개월 동안 생리휴가 사용비율이 0%로 나타나 적잖은 충격을 던져 주었다. 국립의료원,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타 등에서도 사용 비율이 0%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여성위)은 여성가족부는 여성 비정규직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국감에서 문제 제기와 더불어서 대안 마련을 촉구할 것임을 밝혔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는 또한 각 기관에서 제출한 조사목록표 뿐만 아니라 주요 기관(경찰청, 세관, 교육청 등)의 근로계약서와 임금대장, 각종 지침, 기타 각종 제보들을 유형별로 분석했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위반 및 미달, 근로계약 미체결, 주휴 연월차 생리휴가 미부여, 퇴직금 미지급, 시간외 수당 미지급, 4대 보험 미가입 등 위법 탈법 행위가 광범위하게 적발됐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주대환 정책위 의장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서 공공기관에서 조차 광범위하게 위법과 탈법을 행하고 있는데 과연 정부가 민간 부문에서의 법 위반과 탈법을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위반, 4대 보험 미가입 등 위법탈법 행위 광범위하게 적발
대표적인 위법, 탈법 사례들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첫째, 최저임금 위반 또는 미달 사례이다. ㄱ세관에서 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모씨의 경우 2005년 1월 10일에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따라 주 44시간 근무(토요 격주 휴무제)를 하고 있으며 임금은 월급제로 받고 있다.
그런데 ㄱ씨가 매월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50만원으로 이는 명백히 최저임금 위반이다. 세관 뿐만 아니라 다른 몇 개의 세관에서도 최저임금 위반 또는 사실상 최저임금 미달의 사례가 발견되었다. 경찰청에서 일용노동자로 근무하는 송모씨(여)의 경우 2005년 8월 한달 동안 24일 근무했다.
통상의 여성 노동자의 경우 2005년 8월 한달동안 월차, 생리휴가 각 1일, 주휴 4일, 공휴일 1일을 제외하면 역시 24일 근무를 한 셈이다. 그런데 송모씨가 8월 임금으로 받은 금액은 636,160원으로 월급 기준으로 사실상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실정이다.
둘째, 탈법적인 방법으로 퇴직금 지급을 회피한 사례들이 발견되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96년, 97년부터 일을 한 식당직원 4인의 경우 퇴사후 퇴직금을 청구하자 검역원에서는 있지도 않는 식당운영위원회를 별도의 사업주로 위장하여 퇴직금 지급을 회피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그 동안 급여 지급과 근태관리 및 4대보험을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명의로 하는 등 명백히 사용자였음이 밝혀졌다.
셋째, 고용불안을 강제하는 부당한 계약 내용들이 발견되었다. 부산경찰청(경찰서 근무)과 일용직 김 모씨가 2005년 7월에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갑은 을이 2일 이상 무단결근한 때 해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근로기준법 제30조에서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무의 내용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지만 통상 2일 결근으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넷째, 불법파견 등 부당한 간접고용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문화 방송사나 한국방송사의 ‘방송국 견학안내원’의 경우 파견대상업무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탈법적으로 파견을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천문연구원과 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경우도 컴퓨터전문가 명목으로 해당분야 연구 인력을 불법 파견의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
다섯째, 부당한 노동시간 및 휴게시간에 관한 사례들이 발견되었다. ㄹ학생체육관과 이모씨가 2005년 8월 26일에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갑은 필요한 경우 을에게 연장, 휴일, 야간 근로를 시킬 수 있으며 을은 이에 동의한다”고 규정돼 있고, 세관의 경우 갑은 필요에 따라 근로시간의 시종시간을 최고 2시간까지 변동할 수 있으나 을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안정된 생활과 건강권을 빼앗길 우려를 감내할 수 밖에 없다.
그밖에 주휴, 연월차, 생리휴가 미지급, 4대보험 미적용 등의 사례는 전 기관을 통해서 너무 광범위하게 나타나서 일일이 언급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공공기관의 광범위한 위법, 탈법 사례에 대해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정부 기관에서조차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간제 사유 제한, 파견 폐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이며 2005년이 가기 전에 민주노동당 입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투쟁할 것이다”고 밝혔다.
노동부조차 비정규직 4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