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언론비서관 안영배는 최근 업무상 언론보도를 모니터하다보면 황당한 경우도 많이 겪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월 조선일보가 노무현 대통령이 내가 (인사권자로서 검찰을) 죽이려 했다면 두 번은 갈아 마실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결국 노 대통령 명의로 정정보도청구소송을 냈고 법원의 결정에 따라 조선일보는 지난 16일 “확인 결과 노 대통령은 위와 같이 발언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바로 잡는다”는 정정보도문을 실었다. 그러나 문제의 기사가 실린 지 1년 6개월이나 지난 시점에서 바로잡는다는 문구만으로 노 대통령의 명예가 온전히 원상회복됐는지는 의문이다. 지금 다시 따져 봐도 상식적으로 대통령이 그 같은 발언을 했다고 믿었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그 같은 기사를 내보내기 전에 사실여부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은 더더욱 이해가 어렵다.
최근엔 조선일보 6일자에 실린 노 대통령, 경제침체 속 정치에 올인하나’가 이 같은 황당한 기사에 속한다. 노 대통령이 ‘경제’가 아닌 ‘정치’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대통령이 경제민생점검회의를 주재하지 않고 대신 최근 8일간 세 차례나 사실상 국민들을 상대로 정치 편지를 보낸 것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는 두 가지 사례를 그 ‘근거’로 들었다. 그 후 일부에선 조선일보 보도와 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대통령이 경제와 민생을 내팽개쳤다”는 말까지 내놓았다. 과연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경제를 챙기지 않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사실인가.
두 가지 근거’를 하나씩 따져보자. 우선, 노 대통령이 경제민생점검회의를 주재하지 않기로 한 방침은 이미 지난 5월 회의안건을 보고 받고 가장 중요한 의제인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이 부처간 협의가 마무리됐고 대통령이 결정해야 할 사항은 없다고 판단되는 만큼 총리가 주재해 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에서 결정한 것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경제부총리가 주관하는 회의로도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나 총리 중심의 국정운영과 당·정 간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총리가 주도하면서 조율을 할 필요가 있다”며 통합적인 조정은 총리가 하도록 하고 실제 핵심은 경제부총리가 담당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취지와 별도로 노 대통령이 올 상반기부터 7월까지 주재한 경제·민생 관련 회의만 해도 경제정책협의회를 비롯하여 무려 25회가 넘는다. 결론적으로 첫 번째 근거는 전체적인 흐름과 맥락을 무시한 내맘대로 해석인 셈이다. 흡사 소꼬리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소를 들었다고 하는 격이다. 그런데 소꼬리라는 것도 가만히 들여다보니 돼지꼬리인 것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해 착각한 것 아닌가.
다음은 최근 8일간 세 차례나 국민들을 상대로 정치 편지를 보냈다는 대목. 물론 대통령이 세 편의 글을 썼다. 그게 어쨌다는 건가. 경제·민생과 관련한 그 ‘8일간’(6월 28일~7월 5일)의 본질은 편지를 세 차례나 보냈다는 것이 아니라 세 차례나 경제·민생 관련 회의와 행사를 주관했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그 기간에 장애인 사업장을 방문(6월 29일)했고, 국가연구개발예산 조정배분회의(7월 4일)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시책 점검회의(7월 5일)를 주재했다. 거꾸로 하나 묻고 싶다. 혹시 경제와 관련한 편지를 세 차례 보낸다면 그땐 경제에 올인하고 있다고 쓸 건가.
노 대통령이 경제·민생을 얼마나 챙기고 있는가는 청와대 통합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을 통해 보고받는 보고서가 일주일에 통상 100여건이 넘는데 이중 대략 70% 이상은 경제·민생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더 이상의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거두절미하고 이제 대통령이 경제·민생을 챙기지 않고 있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그러나 정부 정책에 관한 생산적인 비판은 오히려 대환영이다.
이참에 한마디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다. 언론에서 대통령의 경제·민생 관련 회의 주재나 행사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항상 보도를 접하면서 드는 아쉬움은 언론에서 경제·민생을 강조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정치적 이슈로 등장하는 사안들을 더 주목한다는 점이다. 특히, 장애인 고용 표준사업장 방문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매체에서 다루지 않아 상당한 아쉬움이 남은 경우다. 우리 사회에서 충분하게 챙겨주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인 장애인 고용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더 제고하고 장애인정책의 중요성을 환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한 아쉬움도 있지만 언론에 대해서는 고마움이 더 크다. 사실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지적하거나 참신한 대안을 제시한 많은 기사와 칼럼을 보면서 ‘이런 점도 있었구나’ 하며 무릎을 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 입장에서 본다면 이같이 잘 조직되고 훈련된 정부정책 모니터요원들을 달리 어디에서 구하겠는가. 더구나 별도의 예산을 편성할 필요도 없다. 일부 언론의 황당한 보도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극과 극’인 듯싶다.
황당한 정치 올인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