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도올 김용옥 교수는 경부운하를 ‘상식 이하의 문제. 반대할 가치조차 없다’고 비판하고 이명박후보에게 ‘잘못이라 생각하면 고치는 것은 꺼려하지 않는 것이 君子’라고 쓴소리를 했다.
이명박 캠프는 경부운하를 비판하면 화를 내면서 ‘혹세무민하지 마라. 공부나 좀 더 하고 비판하라’고 면박부터 준다.
어제 토론회에서 이명박 후보는 경부운하 비판에 대해서 “인터넷이나 주간지에서 반대하고 모함하는 세력들이 만든 자료로 나를 공격한다”고 말했다.
이후보께서 말한 ‘인터넷과 주간지의 모함세력’은 대체 누구인가?
경부운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비판하는 건전한 양식을 가진 전문가와 국민들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지 않기를 바란다.
경부운하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반대여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후보가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지난 3월 23일 노컷뉴스가 발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찬성 39.1%, 반대 25.4%였다.
그런데 6월 11일 내일신문이 발표한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는 찬성 29.7%, 반대 39.5%로 역전되었고, 6월 21일 YTN이 발표한 글로벌리서치의 여론조사는 찬성 38.9%, 반대 49.9%였다.
특히 한나라당의 정책토론회를 TV로 시청한 국민들 사이에서는 반대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5.31 디오피니언의 여론조사)
월 21일의 YTN 여론조사를 보면 경부운하를 반대하는 이유 중에서 ‘막대한 공사비 때문’ 30.9%, ‘환경파괴 때문’ 25.3%, ‘물류비 절감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 19.5%, ‘땅값을 부채질할 것 같아서’ 17.0% 순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은 환경도 걱정이지만, 경제도 걱정인 것이다.
지난 네 차례의 정책토론회에서 경부운하에 대한 철저한 정책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드러났다.
그런데 수자원공사의 일개 보고서를 둘러싼 이명박캠프의 의도적인 시비 때문에 정작 경부운하의 심각한 문제점은 파묻히고 있다.
다행히 수자원공사 보고서 사건은 유통 당사자들이 누군지 밝혀졌으니 이제 다시 본질을 묻겠다.
경부운하에는 7대 미스테리가 있다.
첫째, 총비용은 도대체 얼마나 드는가?
둘째, 국민세금이 정말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가?
셋째, 바다로 30시간 걸리는데 수많은 댐과 갑문을 통과하는 운하로 24시간 걸린다?
넷째, 누가 운하로 자기 짐을 운반하려 할까?
다섯째, 그 엄청난 돈을 들여 관광운하를 건설한다?
여섯째, 운하가 강물을 깨끗하게 한다?
일곱째, 운하로 강물이 깨끗해지는데 왜 취수원을 옮기고 강변여과수를 하나?
그런데 운하의 편익이나 식수원 오염에 대해서는 워낙 찬반 의견이 극과 극이라서 그건 다음 기회에 토론하기로 하자.
오늘은 가장 상식적인 비용 문제, 즉, 첫째와 둘째 미스테리만 질의하겠다.
비용 문제만 묻는 이유는 경부운하의 비용은 국민세금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는 ‘봉이 김선달 같은 거’라서 국민 세금이 한 푼도 안든다고 주장하지만, 경부운하의 천문학적 건설비용과 부대비용을 보면 이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세금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면, 어느 국민이 관광운하를 위해 세금을 내겠는가?
1. 경부운하 건설의 총비용은 대체 얼마인가?
공사비
이명박 캠프의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경부운하 건설의 총 공사비는 14조 1천억원이고, 그 내역은 다음과 같다.
보와 갑문 3.8조원, 주운수로 3.7조원, 수로터널(1개) 2.3조원
하천환경정비 1.4조원, 터미널 및 대체시설 2.3조원, 제방보강 등 0.6조원
(자료 : 한반도대운하 기본구상, 2007.5.21)
이 비용이 어떻게 산출되었는지 구체적 근거는 없다 (있으면 달라).
토목전문가들에 따르면 준설구간 중 암반층이 있으면 공사비용은 훨씬 더 들고, 수로의 폭과 깊이에 따라 비용은 고무줄이라고 한다.
암반층이 30%라면 사업비는 10조 7천억원이 추가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공사비만 24조 8천억원이 소요된다.
용지보상비용과 환경훼손비용
이명박 캠프는 용지보상비용으로 1조 1천억원, 환경훼손비용으로 1조 863억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자세한 근거는 밝히지 않고 있다.
용지보상비용의 경우 서울터미널을 비롯한 12개의 화물터미널, 그리고 수많은 관광객용 터미널을 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니 최소한 수조원이 들 것이다.
관광운하이니 당연히 화물터미널과 관광터미널을 구분해서 건설해야 한다.
환경훼손비용은 1조 863억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여기에는 수질오염비용, 골재채취에 따른 생태계교란비용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는데 누락된 비용
위의 3가지가 이명박후보가 제시한 비용의 전부로서 총 16조 2,863억원이다.
그런데 이 비용계산에는 다음과 같은 중요하고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항목들이 다 빠져있다.
너무나 상식적인 비용을 누락시킨 것은 이명박캠프 전문가들에 의한 고의적인 비용축소로 볼 수밖에 없다.
① 매년 공사비의 1.5%인 유지관리비
공사비의 1.5%를 유지관리비로 계산하는 것은 상식이다.
독일의 경우 유지관리비로 매년 공사비의 1.7%가 들어간다.
이후보의 주장대로 공사비를 14.1+1.1(용지보상비)=15.2조원이라고 하더라고 매년 유지관리비는 2,280억원이 필요하다.
수자원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인 50년을 내다보고 비용을 계산할 때 유지관리비의 현재비용은 매년 2,280억원, 할인율을 6.5%(30년), 5%(31-50년)로 가정할 때 총 2조 6천억원이 들어간다.
② 홍수복구비
홍수가 닥치기 전에 미리 운하에 가둬둔 물을 빼더라도 홍수가 오면 많은 양의 토사가 몰려와 다시 준설을 해야 한다.
매년 홍수가 오는 우리나라의 경우 홍수후 운하에 배가 다니게 하려면 매년 홍수후 준설을 해야 하고 여기에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부운하의 홍수복구비용이 매년 최소한 1,5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50년간의 현재가치로 계산하면 총 1조 7천억원이 들어간다.
교량 철거 및 재건설, 교각보강 등 교량의 개축에 드는 비용
수면과 교량밑까지의 높이를 교고(橋高)라고 한다.
바지선에 켄테이너를 3층으로 쌓으면 수면위 바지선의 높이는 9-10m가 된다.
따라서 최소한 교고가 12m 이하인 교량은 전부 철거하고 다시 건설해야 한다.
파주나 행주에서 출발하여 바지선이 운하로 다니려면 김포대교부터 뜯어야 하고, 잠수교 같은 것은 영원히 철거해야 한다.
한강대교, 강동대교는 아슬아슬하다.
도로용 교량만 해도 한강의 29개 교량 중 3개를 뜯어야 한다.
낙동강의 경우 총 43개 교량 중 무려 28개를 뜯어야 한다.
도로용 교량만 봐도 한강과 낙동강의 총 72개 교량 중 31개를 뜯고 새로 지어야 한다.
철도교량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또한 다리 높이에 문제가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준설공사를 하면 교각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또 바지선이 안전하게 지나가려면 교각 사이의 폭을 넓혀야 한다.
교고가 높은 멀쩡한 다리도 뜯거나 보강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교량을 뜯고 다시 짓는 비용은 단 한푼도 경부운하 비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4년안에 경부운하를 건설하려면 교량도 4년안에 다 뜯고 다시 지어야 하는데 그 기간 중의 교통체증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간단하게 교량 1개에 철거 및 설치비용이 500억원 들어간다고 가정할 때 총비용은 1조 5,500억원이다. 이 비용은 철도교량과 교각보강, 교통체증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최소한의 비용이다.
④ 취수원 이전과 강변여과수 시설 비용
취수원을 양수리 근처 북한강으로 이전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인가?
이명박후보 측에 따르면 5,0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하고, 중립적인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소한 2조원 이상은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강변여과수 시설을 건설하는 데 비용은 얼마나 들어가나?
경남 창원시의 경우 1단계로 6만5천톤급 규모의 취수장 건설에 800억원이 들어갔다.
어제 토론회에서 이명박후보께서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강변여과수를 했기 때문에 자랑하기 위해서 홍보관 관련된 부수건물을 잔뜩 짓느라고 돈이 800억원이나 들었다”고 했는데 창원시에 확인한 결과 홍보관은 불과 35억원이 들었고, 강변여과수 건설비용은 1단계 800억원, 2단계 700억원이 소요됐다.
수도권 1일 급수량이 시설용량기준으로 1,300만톤인데 북한강 양수리에서 이명박후보의 주장대로 400-500만톤을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800-900만톤을 강변여과수로 공급하려면 6만5천톤 규모의 창원시 시설같은 것을 130여개 건설해야 한다.
강변여과수 130개 건설비용은 130 x 765억원 = 9조9,450억원, 즉, 약 10조원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강변여과수 방식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암사정수장 인근의 광나루지구에서 실험한 결과 겨우 급수량이 1만5천톤에 불과하여 강변여과수는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실험했다는 광나루지구에 강변여과수 시설을 설치한다면 창원보다 훨씬 더 경제성이 낮기 때문에 비용을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총비용 결론
이상을 종합할 때 경부운하 건설의 총비용은 이명박후보측이 말한 16조 2,863억원이 아니라,
이건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경부고속전철이 계획단계의 사업비는 5.8조원이었으나 실제로는 18.4조원이 들었고 부산까지 공사가 완료되면 총사업비는 20조원이 넘을 것이다.
또 한가지, 2006년에 이명박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있는 세종연구원(세종대)의 2006년 미공개 자료에도 총공사비가 22조 9,823억원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명박후보 측은 이 보고서를 공개하라!).
물론 여기에는 위에서 지적한 용지보상비, 환경훼손비, 철도교량, 교각보강, 교량 재건설시 교통체증 등의 비용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2. 누가 이 천문학적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다시 봉이 김선달로 돌아가자.
이명박 후보는 골재를 판 돈 8조원, 민자유치 6조원으로 해결하니까 국민세금은 단 한푼도 안든다고 한다.
어제 토론회에서 주고받은 대화다.
박: “경부운하를 끝까지 추진할 생각이 있으신지요?”
이: “앞으로 민자사업으로 할 계획입니다. 8억톤의 골재가 나와서... 공사비의 60%가 되기 때문에... 외국사람들이 민자로 들어오겠다는 것도 저는 거절합니다. 이건 대한민국 기술로서 대한민국 사람이 하면 이익이 되기 때문에 민자사업으로 시행되면 민자를 하겠다는 사람들에 공고를 내서 그 분들이 서로 신청서를 내면 그때는 저는 다른 입장에서...”
박: “그러니까 하시겠다는 말씀이시죠? 끝까지 하시겠다는 말씀이시죠?”
이: “제가 하고 싶더라도 할 수가 없죠. 왜냐하면 민자사업(신청)이 들어와서 정부가 그걸 검토하게 되면 이렇게 좋은 사업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서 국민들의 지지가 있으면 이건 국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다 생각합니다.”
이명박후보에게 묻는다.
① 8억m3의 골재를 채취해서 1m3당 1만원에 팔 수 있다고 하더라도 골재 캐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관, 운반, 판매 등 운영비, 인건비, 생산비 등)을 1m3당 5,000원이라고 가정해도 골재 판매수익은 8조원이 아니라 4조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8억m3의 골재를 채취할 수 있느냐도 의문이고, 한꺼번에 팔면 가격이 폭락하는 게 시장의 이치다.
골재수입 8조원은 허황된 봉이 김선달식 계산이다.
② 외국사람들이 민자로 들어오겠다는 의향서가 있다면 공개하라. 두바이, 네델란드 기업들이 손해볼 장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 24조원, 최대 45조원까지 소요되는 경부운하 사업에 뛰어들 외국사업자가 누구인지 밝혀달라.
③ 민자유치가 결국 엄청난 국민혈세가 들어가기 때문에 2004년부터 기획예산처는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 따라 민자사업을 ‘민간제안사업’과 ‘정부고시사업’으로 구분해서 민간제안사업의 경우 수익성 보장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후보께서 만약 경부운하를 민간제안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어느 민간사업자가 24조원 내지 45조원 들어가는 사업에 투자해서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근거를 밝혀라?
④ 이명박후보께서 경부운하가 747의 기폭제이고 국운대융성의 계기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이 사업을 민간제안사업이 아니라 정부고시사업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업체들에게 수익을 보장하는 계약을 맺어야 하고 천문학적 국민혈세가 들어갈 것이다.
국민 세금이 단 한푼도 들어가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가?
3. 결론
골재판매수익은 8조원에 훨씬 못 미칠 것이고, 민자유치는 수익성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사업을 하려 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결국 경부운하는 국민혈세로 건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총비용 24조원을 가정할 경우 골재수입 4조원를 빼더라도 경부운하는 국민 1인당 41만원의 세금을 부담시킬 것이다.
총비용 45조원을 가정할 경우 골재수입 4조원을 빼더라도 경부운하는 국민 1인당 93만원의 세금을 부담시킬 것이다.
물론 이 부담은 수돗물 요금 인상, 위에서 계산안된 추가비용을 제외한 보수적인 추정치이다.
엄청난 국민부담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후보는 “국지적으로 아주 작은 문제를 놓고 BC비율이 어떻느니, 생태를 파괴하느니 하면서 사실과 다르고 매우 마이크로한 문제를 갖고 고민한다면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부운하를 위해 세금낼 국민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