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4일(한국시간) 독일의 유력일간지 디 벨트(Die Welt)와의 회견에서 “대북 제재를 한다 해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지한다고는 보지 않는다”면서 “압력이 커지면 상황이 오히려 더 악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독일 현지회견은 지난 12일 이뤄졌으며, 이날자 디 벨트지(紙) 국제면(7면)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될 것’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을 때나 제재조치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희망이 없지는 않으며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고, 중국이 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한국은 더 이상 북한에 감정적이거나 적대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미국을 설득했다”고 소개하며 “북한은 이제 아무 조건 없이 협상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대화와 관련해서는 “진짜 문제는 북미 간 불신으로 그들은 단지 순서를 두고 다투고 있다”면서 “북한이 핵개발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고, 미국도 북한을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말하자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고, 미국 역시 북한을 인정할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북한을 당면한 위협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북한은 현대적 신무기가 없고 전쟁을 수행할 경제력도 없다”면서 “우리 정부의 화해정책이 주관적인 두려움을 많이 없애 주었다”고 답변했다. “정부는 계속 위협이라고 느끼나 여론은 그렇게 느끼지 않으며, 위협정도는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경협에 대해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확장사업은 힘들어지겠지만 남북 협력사업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북한과의 협력은 점차적으로 긴장완화를 가져와 13개 한국기업이 참가한 개성프로젝트가 완전 가동되면 대략 4000명의 북한인이 그곳에서 근무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 독일 디 벨트 회견 전문
노무현 대통령은 디 벨트와의 회견에서 한국과 독일은 아주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적으로는 1960년대에 독일의 ‘경제기적’을 모범으로 삼았고, 정치적으로는 현재 독일이 어떻게 분단을 극복해 왔는가를 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5일 간의 독일 국빈방문을 마치게 된다.
대통령님, 독일에서 중요한 관심사는 무엇이었나요.
우리는 독일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싶습니다. 2차대전 이후의 독일의 경제기적은 언제나 우리 한국의 성장의 모범이었습니다. 60년대 독일은 우리나라를 지원해 주었고요. 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에도 독일은 우리가 부채구조를 개선하자고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50개의 독일 기업이 당시 한국으로 왔고 또한 다른 나라들이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확신시켜 주었습니다.”
한국은 유엔안보리 개혁에 대한 독일의 구상을 지지하나요.
“이와 관련해 우리는 다른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델 B를 지지합니다. 이 모델이 좀 더 민주적이라고 여깁니다. 이 모델은 안보리를 단지 임기제로 선출된 9개의 회원국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독일이 지지하고 있는 모델 A는 6개의 상임이사국과 3개의 임기제 이사국을 늘리는 방안입니다. 이와는 무관하게 우리는 독일이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임이사국 자리에 있는 나라들은 특정한 전제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강한 경제력뿐만 아니라 강한 세계평화의지가 있고 타국으로부터의 확고한 신뢰가 그것입니다.”
일본은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하고 있습니까.
오늘은 독일에 대해서만 얘기하도록 하죠.
지금 시점에서 전쟁의 과거사에 대한 한국과 일본 간의 논쟁이 다시 불거진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저는 매우 조심스럽게 표현해야 하겠습니다. 사실 일본이 과거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변경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우리는 지금 감정을 격앙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번 독일 방문에서 분단극복에 대한 중요한 인상을 받은 게 있었습니까.
빌리 브란트와 같은 많은 독일 정치가들은 한국에서 매우 존경받고 있습니다. 그의 동독 접근 정책으로 이후에 분단은 극복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도 접근을 통해 남북 관계가 풀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거 일부 한국인들은 북한이 아량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국민들이 우리의 정책을 이해하고 지지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통일 비용으로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가 파산한 북한 때문에 한국이 겪을 부담은 몇 배 더 높을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 내에 2국가 해법이 더 나은 대안은 아닐까요.
사실 독일에서의 어려움은 많은 한국인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물론 통일의 속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합니다. 일부는 빠른 통일을 원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통일을 서두르지 않으려 합니다.”
북한과의 핵분쟁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일부에서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원합니다. 가령 제재 같은 것으로써. 그러나 우리는 제재를 한다 해서 북한이 핵개발을 중지한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압력이 커지면 상황이 오히려 더 악화될 것입니다.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을 때 가서나 제재조치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희망이 없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이 이를 위해 노력중입니다. 진짜 문제는 북미간 불신입니다. 그들은 단지 순서를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개발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미국도 북한을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도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이는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고, 미국 역시 북한을 인정할 용의가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예를 들어 우리는 더 이상 북한에 감정적이거나 적대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미국을 설득하였습니다. 북한은 이제 아무 조건 없이 협상테이블로 돌아와야 합니다.”
북한을 당면 위협으로 보시나요.
예, 이전에 그랬습니다. 정부는 계속 위협이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여론은 그렇게 느끼지 않습니다. 물론 이 위협정도는 이전보다 훨씬 더 줄어들었습니다. 일단 북한은 현대적 신무기가 없습니다. 전쟁을 수행할 경제력도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의 화해정책이 주관적인 두려움을 많이 없애 주었습니다.”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한간 협력 사업의 진행상황은.
남북 협력사업은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물론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확장사업은 힘들어질 것입니다. 북핵 문제는 사람들에게 위협으로 존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기업의 기술 및 물자의 대북수송과 관련해서 주변국과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북한과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좋아질 것입니다. 북한과의 협력은 점차적으로 긴장완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현재 개성프로젝트에는 13개 한국기업이 참가 중인데, 프로젝트가 완전 가동되면 대략 4000명의 북한인이 그곳에서 근무할 것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대북압력 커지면 상황 악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