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치훈 연세대 총학생회장 "총리, 원론적 답변으로 일관...촛불집회 대한 입장도 충격적" 이다.
<이지폴뉴스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대학들의 동맹휴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한승수 국무총리와 전국 32개 대학 학생대표들이 6일 시국토론회를 가졌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촛불집회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성치훈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이날 저녁 CBS 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총리가 원칙적인 답변만 했다”면서 “토론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고 지켜본 국민들도 정말 맥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시국토론회 요청에 지금까진 무대응하고 있던 정부가 하루만에 답변을 해서 우리도 놀랐다”며 “그러나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는 말로 토론회에 나온다고 했을 땐 조금이라도 대책을 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정부 입장만 설명하고 어떤 방안에 대해선 전혀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총리가 ‘불법집회, 법의 한도를 넘을 경우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서 충격적이었다”며 “군홧발 폭행도 동영상이 찍히지 않았다면 과연 정부가 폭력진압을 멈추고 가해자를 찾으려고 노력했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했을 때 총리는 폭력적인 진압은 멈추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밖에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성 회장은 “학생대표들이 다들 허탈한 느낌을 받았다”며 “각자 학교로 돌아가서 촛불집회를 더욱 집중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성 회장은 “앞으로 이런 토론회는 더 할 생각이 없다”며 “이런 태도로 나온다면 대화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대화에 응하겠다는 국민들의 자세가 남아있을 때, 국민들이 최후의 마음까지 돌아서기 전에 정부가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 인터뷰 내용 )
- 오늘 한승수 국무총리와 32개 대학 총학생회와의 시국토론회가 있었는데, 이 토론회는 어느 쪽에서 먼저 제안했나?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단국대 등 다섯 개 대학교에서 총리가 나오셔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뜻에서 요청했다.
- 총리실에서 흔쾌히 토론에 응했나?
지금까진 무대응하고 있던 정부에서 하루 만에 답변이 나와서 우리도 놀랐다.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취지로 나오기로 했다는 말씀에 우리도 토론회 전에는 기대를 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결과가 나와서 아쉽다. 토론회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고, 이를 지켜본 국민들도 정말 맥 빠지는 답변을 들었다고 생각한다.
- 오늘 토론회를 구체적으로 평가한다면?
이번 토론회는 정부와 국민 사이의 이견을 좁혀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했던 건데, 정부가 처음으로 토론회에 나와서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시도는 좋았으나 역시나. 오늘 나왔던 얘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문제와 경찰의 과잉진압에 관한 문제였다.
-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어떤 얘기가 오갔나?
6월 3일에 있었던 보궐선거를 앞두고 미국에 요청하겠다는 졸속정책, 국민들이 이것에 넘어갈 것이라는 졸속정책을 내놨는데 역시 국민들은 그것을 믿지 않았다. 보궐선거 참패에서 드러났듯이 졸속정책은 단순한 요청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들도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다.
- 토론회에서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했나?
재협상은 물론이고 재협상을 할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총리의 답변은 '재협상을 할 수 없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말했다.
- 재협상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나?
그렇게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 항상 얘기했던 것처럼 '외교적 관례에 의해 재협상은 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는 국민의 건강을 보장할 것이기 때문에 재협상이 아닌 보완정책, 즉 요청에 의한 것이나 민간 주도의 3단계 과정을 통해 재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 이명박 대통령도 오늘 종교계 지도자와의 토론에서 '재협상을 하면 더 큰 문제가 유발된다'고 말하면서 재협상 불가 입장을 밝혔는데?
총리 입장이 대통령 입장과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이 그런 답변을 했다는 건 역시 아직도 정부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이 없으며 국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전달됐다면 재협상에 대한 의지라도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런 의지는커녕 안 된다는 얘기를 대놓고 한다는 건 국민들의 목소리가 전달됐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 민간 주도로 30개월 이상은 수입하지 않으면 된다는 정부의 해법은 왜 문제가 있다고 보나?
단순한 요청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촛불집회에 나가서 물대포를 쏘고 있는 경찰에게 물대포를 쏘지 말아달라고 요청은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청은 무시하면 끝나는 건데, 이건 미국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우리의 요청을 거절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이런 협상 자체가 정부가 잘못한 건데, 이걸 정부가 민간에게 떠넘기는 조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30개월 이상 된 소는 너희가 알아서 수출하지 말고 수입하지 말라는 얘기다. 협정문의 수정 없이 책임전가식의 미봉책만 내놓는 정부를 어떻게 믿으라는 얘기인가.
- 앞으로 이 문제는 어떻게 될까?
오늘 토론회를 통해 국무총리께서 '촛불집회는 그만하고, 정부가 노력하고 있으니 정부의 노력을 알아달라'고 말씀하셨는데, 내가 봤을 땐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촛불집회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부가 원하는 대로 국민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6월 10일에 전 국민 100만 촛불집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내가 그 얘길 처음 들었을 땐 과연 100만 국민이 모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오늘 토론회를 통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늘 토론회에서 가장 답답했던 점은?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겠다는 말로 토론회에 나온다고 했을 땐 조금이라도 대책을 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의 질문에 대해 단순히 정부 입장을 설명했을 뿐이고 어떤 방안에 대해선 전혀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답답했다. 한 달 전의 담화문과 전혀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에 더욱 답답했다.
-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한 총리의 답변은 어땠나?
총리는 '물대포를 맞은 동영상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선 안 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말씀을 하신 다음에 결국 '촛불집회는 불법집회'라고 말씀하셨다. '촛불집회는 불법집회인데 왜 자꾸 도로로 나오느냐, 평화적으로 집회를 해야 한다, 그렇게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도로를 점거하지 말고 법의 한도 내에서 집회를 하는 건 상관없지만 법의 한도를 넘을 경우엔 어쩔 수 없다'고 말씀하셔서 충격적이었다.
- 총리의 그런 발언에 대해 총학생회장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너무 허탈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다들 각자 빨리 학교로 돌아가서 학교 차원의 촛불집회를 더욱 집중시켜야겠다는 얘기를 했다.
- 군홧발 폭행사건도 거론됐나?
구체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지만 정부가 폭력진압을 멈춘 것은 정부가 아니라 시민의 제보였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여대생 구타사건도 동영상이 찍히지 않았다면 과연 정부가 폭력진압을 멈추고 가해자를 찾으려고 노력했을까 라는 질문을 제기했을 때 국무총리께서도 그다지 근거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고 폭력적인 진압은 멈추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밖에 하지 않았다.
- 앞으로 이런 토론회를 또 할 생각이 있나?
전혀 없다. 물론 대화를 요구한다면 불응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 나온다면 대화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행동 중에서 대화를 요청했던 건데, 대화에 나와서 책임감 있는 답변을 하지 못한 걸로 봤을 때 과연 이런 토론회가 실효성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대화에 응하겠다는 국민들의 자세가 남아있을 때 빨리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국민들이 최후의 마음까지 돌아서기 전에 정부가 사태를 파악하고 해결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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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총리와의 토론 허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