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의원은 30일 검증´만큼이나 그 본질과 기능에 대한 이해가 일천한 단어도 드문 것 같다. 과연 검증은 모 대선 주자의 측근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을 분열시키는 행위인가?
아니면 건강한 아이를 낳으려면 피할 수 없는 산고와 같은 것으로, 대선 승리의 보증수표인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검증의 본질과 기능에 대한 오해의 찌꺼기부터 걷어내야 할 것이다.
우선 검증의 본질은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냐 아니냐 하는 진실 규명의 문제다. 따라서 자신의 형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증언에서 거짓말하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주었는지, 자기 회사 초대 노조 위원장을 차 트렁크에 싣고 가서 감금시키고는 살해 협박을 사주했는지, 자신의 자서전을 베스트셀러로 둔갑시키기 위해 지구당 당직자들에게 돈을 주고 사재기를 시켰는지, 정기적으로 성접대를 했는지 등 갖가지 의혹에 대해 사실인지 아닌지 직접 답부터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답변은 고집스럽게 회피하면서, 이런 중대한 문제들을 ´웬만한 것´으로 폄하하고는 웃음으로 넘기겠다´의혹을 제기한 사람의 배후에 상대 후보가 있지 않겠느냐, 따라서 우리 후보를 흠집내려는 의도일 것이므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는 등 사실무근식 정치공세가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오히려 본선에서 예상되는 범여권의 공격 자체를 사전에 무력화하는 예방주사 효과를 확보할 수 있는데 왜 회피만 하는지 국민들은 의아해한다. 역설적이지만 검증에 당당히 답하지 않으면 포지티브로 나갈 수 없다.
더구나 모 총리 후보자가 법원에 출석하지 않아 50만원의 과태료를 냈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공권력을 확보하고 법질서를 유지해야 할 책임 때문에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총리로는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던 당사자가 갑자기 총리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대통령 후보의 도덕성 검증 요구를 ´금도를 넘어선 행위 한 집안 식구가 해서는 안되는 일´로 매도하는 것은 그 의도에 대한 해석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 아닐까.
다음으로 검증의 기능은 정권교체용 안전운행 후보를 가려내는 대선 승리의 보증수표다. 본선에서 범여권이 한나라당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조용히 덮어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각종 권력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갖가지 물증을 동원한 본선에서의 본격적 검증 공방은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에 부족한 2%는 능력이 아니라 도덕성이다. ´차떼기´의 오명을 씻고 50% 지지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읍참마속의 노력들을 정권교체를 목전에 두고 물거품이 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증도 없이 평생동지들을 뇌물수수 의혹만으로 검찰에 고발하고 당을 떠나게 하고, 벌금형 100만원만 받아도 공천 자격을 박탈하고, 성접대로 이미 처벌받은 전력을 또 다시 문제삼아 공천을 반납시키는 아픔을 겪었던 이유를 벌써 잊었는가?
본선 승리의 보증수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