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일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함으로써 온 국가가 들썩이고 있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산상 간담회”에서 개헌추진 가능성을 일축하며 임기 3년동안 경험으로 깨우친 것은 헌법제도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며 헌법보다 정치문화가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해가 바뀌자마자 대통령은 국정의 책임성과 안정성”을 명분으로 여타 국정과제는 내팽개치고, 개헌문제를 최전면에 내세우며 정치에 올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왜 개헌안이 통과되기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제안하였는가. 그 이유는 첫째, 대통령 지지도가 겨우 10% 초반에 머물러 있고 집권여당은 분열되기 일보 직전인 상황에서 정치권을 뒤흔듦으로써 정국을 일거에 반전시키기 위해서이다. 새 라디오는 충격을 가하면 깨질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조심 다루지만, 고장난 라디오는 밑져야 본전이므로 혹시나 고쳐질까 충격을 가하는 것처럼 어차피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정치권을 완전히 뒤흔들어도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 대통령의 이번 개헌 주장은 선거정국을 개헌정국으로 전환시킴으로써 현 선거정국에서의 절대적인 야당우세를 견제하고, 나아가 정국의 주도권을 잡고 향후 대선까지 대통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의도이다. 야당은 50%를 넘나드는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집권여당은 10%대의 극히 낮은 지지도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지지도로 선거정국이 계속된다면 대통령은 국외자로 밀려나 식물대통령과 같은 상태가 될 것이라는 것은 대통령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셋째, 대통령은 4년 연임제 그 자체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절반에 가깝다는 것에 착안하여 개헌론을 들고 나오면, 개헌안에 반대할 것이 뻔한 한나라당과 절반에 가까운 국민들 간에 대결구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정략적 계산에서 개헌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러한 대결구도가 결국은 대통령의 지지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고 집권여당에게는 기사회생의 호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대통령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이러한 정략적인 개헌론 제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현 시점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에 대한 찬성이냐 반대냐의 논의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야당은 대통령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고 냉철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고, 국민들은 대통령의 정략적 의도를 직시하고 올해 말 대선에서 국가를 올바르게 이끌어갈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만 할 것이다.
물론 대통령 4년 연임제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개헌은 열린우리당이 집권하든 한나라당이 집권하든 다음 정권에서 차분하게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할 문제이다. 또한 헌법을 개정한다면 통치구조뿐 아니라 시대상황에 걸맞지 않는 부분까지 세밀하고 차분하게 검토해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항구성이 있는 헌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민생경제와 국가안위가 큰 어려움에 처해있고 다음 정권에서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는 여론이 70%에 이르는 상황에서 임기 말의 대통령은 이번 개헌안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한 길에만 매진하고, 개헌문제는 차기 정권에 맡기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개헌론 제기의 정략적 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