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덕담을 나누고, 새 출발을 다짐하는 새해벽두에 이재정 통일부장관의 “친북 궤변”은 국민들을 경악시켰다. 이 장관은 신년사에서 북한의 빈곤에 한국도 책임이 있으며, 북한의 빈곤이 핵실험을 한 배경중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대남선동발언을 연상케 하는 이 같은 발언이 과연 국가안보의 중요한 축을 책임진 통일부 수장의 발언인지 믿기지가 않는다.
북한의 빈곤에 대해 한국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은 한마디로 궤변이다. 북한이 굶주리는 이유는 북한의 내부체제 때문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즉 김정일 정권은 선군정치와 폐쇄적 병영국가를 고집함으로써 수백만 북한 주민을 기아에 빠뜨린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한국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을 뿐 아니라 한국과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마저도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전용하는 마당에 북한의 빈곤에 한국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북한 빈곤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북한 내부의 체제 개혁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개혁과 개방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기는커녕 핵과 미사일을 앞세워 선군정치를 강화하고 김정일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적극적으로 대북 지원을 하자는 이 장관의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대북 지원을 통해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려던 노무현 정권의 남북화해정책의 결과가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옥죄고 남북관계의 파탄만을 가져왔다는 것을 벌써 잊었는가.
또한 북한의 핵실험이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이 장관의 주장은 완전히 본말을 전도한 것이다. 북한의 김정일조차 지난 1999년 노동신문에서 “인민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부강한 조국 건설을 위해 자금을 그쪽 부문(핵과 미사일)으로 투입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북한 스스로 북한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핵무기 개발을 위해 북한 주민들의 빈곤을 강요했다고 자인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통일부 수장이 이런 발언을 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 장관이 굳이 북한의 빈곤과 핵실험, 그리고 한반도 평화의 상관관계를 언급하고 싶었다면 북한 책임론을 먼저 지적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 책임론보다는 한국 책임론을 언급하는 것은 그 의도가 너무나 불순하다. 이 장관의 친북 발언들이 쌀과 비료 차원의 지원을 넘어 남북관계의 새로운 밑그림을 그릴 만한 파격적인 지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지우기가 어렵다. 만약 이 장관의 어이없는 친북 궤변이 상상을 초월하는 대북지원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면, 그리고 이를 올해 대선에서 이용하려고 든다면 결코 용납될 수 없을 것이다.
통일부는 통일 및 남북 교류 협력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고 총괄하는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부 기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평화적 통일정책의 수립이라는 본래의 역할보다는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에만 매달리고 있는 통일부가 실망스러움을 넘어 그 저의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당장 시급한 것은 한반도에 드리워진 어두운 핵구름을 제거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길이요, 그럼으로써 관계국들의 지원을 통해 북한의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통일부장관의 어이없는 친북 궤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