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보따리장수 손학규에 줄선 정치인 이해할 수 없어
노무현 정신은 정치적 명분, 민주당 내 친노세력의 기회주의적 처신과 달라
(뉴스파인더)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8일 야권의 4.27 김해 재보선 후보 단일화 협상이 전격 타결된데 대해 “전부 다 민주당의 양보”라며 아름다운 양보를 통해 노무현 정신 희생과 헌신의 결단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서전에 밝힌 노무현 정신은 손 대표와 같은 철새 정치인들을 타파하는 것이었다. 손 대표가 노무현 정신 운운한 것은 그야말로 난센스라는 얘기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당시 손 대표에 줄선 정치인들까지 비판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손학규 대표를 노골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이 전 지사는 3월17일 민주당 희망대장정 행사에서 “손 대표가 요즘 답답하단 얘기를 많이 듣고 있지만 이젠 손 대표 같이 예측 가능한 분이 대통령 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민주화운동가,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등을 거쳤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후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정신과 명백히 어긋나는 행위다. 손 대표가 국회의원과 장관, 도지사 등 국정운영 경험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한나라당에서 15년을 몸담았기 때문이다. 이런 한나라당 인사가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탈당해 민주당으로 넘어온 데 대해 노 전 대통령은 ‘보따리 장수’라고 비판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사후 그의 발언 기록을 중심으로 정리한 자서전 ‘운명이다’에서도 다음과 같이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노무현 “명문 대학의 운동권 연고주의” 손학규에 줄선 정치인들 겨냥
한나라당에서 나를 가리켜 ‘경포대’라고 했다.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 알 만한 사람들이 대체 왜 그렇게 이야기하나 화가 났지만, 정치가 원래 그런 것이고 나도 야당을 할 때 모질게 하지 않았나 생각하면서 서운함을 달랬다. 나도 예전에 사실을 잘못 알고 비판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고의로 사실을 왜곡해서 남을 욕하지는 않았다. 정치가 이런 정도까지 용납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그 말을 한 분이 당을 옮겨 이쪽으로 건너왔다. 할 말이 없었다. 대통령이 되고 싶어서 당을 옮기는 것은 그 분의 자유다.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그 뒤에 줄을 선 정치인들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민자당으로 간 것을 가혹하게 비판했던 바로 그 정치인들이 그렇게 했다. 스스로 자기의 행동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는 궁금했다. 결국 명문 대학의 운동권 연고주의가 아닌가. 가짜 학위가 판을 치고 학벌에 대한 집착이 끊이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보따리장수 같이 정치를 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민주주의에는 규칙이라는 것이 있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불리하다고 탈당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정치에서 진보·보수·중도라는 노선도 중요한 가치지만 그 상위에 원칙이라는 가치가 있다”며 “자기가 후보가 되기 위해 당을 쪼개고, 만들고, 탈당하고, 입당하고, 이런 일을 한다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근본에서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끝으로 “보따리장수 같이 정치를 해서야 나라가 제대로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요즘 정치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 답답해서 국민들에게 정치의 판단기준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손학규 대표를 정면에서 비판했다.
손 대표는 이에 대해 당시 “내가 말하는 ‘무능한 진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 대표”라며 “오히려 노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가 극복할 대상”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물론 노 전 대통령 사후 손 대표는 사과를 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사후 자서전을 통해 손 대표처럼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는 정치인은 물론 그에 줄서는 정치인까지 모두 비판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뜻이 이러한데도 그 최측근인 이광재 전 지사가 바로 손 대표에 줄을 서겠다고 공개선언하고, 손 대표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외치고 있다.
엄기영 철새라 비판하는 민주당, 손학규는 더 큰 정치 철새
특히 엄기영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에 대해 민주당이 정치철새라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대표적 정치철새 손학규의 존재도 큰 부담이다. 엄 후보는 정당에 몸담은 바 없고, 민주당에서 MBC를 자신들의 기관지로 인식해왔던 점이 더 큰 오해였다.
그러나 손 대표는 15년 간 한나라당에서 온갖 요직을 다 차지하다, 대선후보가 되기 어려워 갑자기 탈당, 민주당에 들어왔다. 엄기영과 손학규 중 정치철새 한 명을 고르라면 당연히 손학규가 꼽힌다.
이외에도 친노세력은 결선투표제 개헌, 한미FTA 추진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을 전혀 지키고 있지 않다. 친노세력은 개헌을 철저히 반대하며, 노 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한미FTA 저지에 골몰하고 있다. 이광재 등 친노세력은 노 전 대통령 사후 관장사에만 나서고 있을 뿐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은 편의대로 훼손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순천 재보선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김경재 전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 대변인, 장관, 도지사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손학규 대표와 40년 민주당원 김경재 중 누가 더 민주당을 사랑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겨뤄보자”며 손 대표를 겨냥한 출마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김 전 의원은 분당을 선거에서 맞붙은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손학규 대표는 강재섭 후보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 유력 대선주자였다. 한나라당 당대표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선거에서 맞붙고 있는 격”이라며, “당대표가 대체 대선후보 하나 관리 못해 정치판을 뒤흔들어놓는가” “강재섭 후보는 분당을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한나라당 전직 당대표로서 손학규를 한나라당에 복당시키겠다는 것부터 공약하라”고 일갈했다.
명분 지켜온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 민주당 분당으로 퇴색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여러 차례 당적을 옮긴 바 있다. 1988년 총선에서 김영삼 총재가 이끌던 통일민주당 소속으로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다 통일민주당이 민정당 등과 3당 합당을 하자 이를 비판하며 탈당한 뒤 민주당에 합류했다. 민주당은 김대중 총재의 평민당과 다시 합당한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6년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분당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다. 노 전 대통령은 이때도 분당을 반대하며 따라가지 않았다.
그러다 199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겠다는 명분으로 새정치국민회의에 합류했다. 이 시기까지의 노 전 대통령 정치행보는 모두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역시 2002년 대선에 승리한 뒤 여당인 민주당을 분당시키고 열린우리당을 창당, 정치적 명분을 크게 잃는다. 그렇다 해도 아무런 명분 없이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온 손학규 대표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민주당의 친노세력은 과연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어보기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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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엄기영은 철새”…그럼 손학규는?
